속초·고성·양양 등 설악권 3개 시군이 공동 임차해 운용하던 민간 산불감시 헬기가 지난달 27일 오전 10시 50분경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한 야산에 추락해 5명이 숨지는 대형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합동 조사 당국에 따르면 이날 추락한 산불 감시용 헬기는 당일 오전 9시 30분경 산불 예방을 위해 속초시 노학동 옛 설악수련원에 설치된 임시계류장에서 이륙한 후 비행하다, 1시간 20분이 지나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365번지의 한 야산에 추락했다. 관련기사 6면▶
이날 헬기 추락을 목격한 어성전리 주민들은 “집에서 헬기가 산불 방송하는 것을 들었는데 불과 2∼3초 후에 ‘퍽’ 하는 소리가 들렸다”며 “인근 야산에 올라갔지만 불길이 번지고 새카만 연기가 올라와 접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이날 추락 사고로 헬기에 탑승했던 기장 A(71) 씨, 정비사 B(54) 씨, 부정비사 C(25) 씨와 B 씨의 지인인 민간인 여성 2명 등 5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합동 조사 당국은 사망자 5명의 시신을 가까운 양양장례식으로 옮긴 후 신원 확인 절차에 들어갔다.
속초경찰서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DNA 긴급 감정을 의뢰한 결과 숨진 여성 2명은 경기도에 거주하는 D(56) 씨와 E(53) 씨로 밝혀졌다고 지난 1일 밝혔다. 경찰은 계류장 폐쇄회로(CC)TV를 통해 민간인 신원을 D 씨와 E 씨로 판단했지만, 시신 훼손 정도가 심해 이륙 후 탑승자가 바뀌었을 만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DNA 긴급 감정을 의뢰했었다.
이날 오전 10시 50분 헬기가 추락한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야산 인근에 사는 주민의 신고가 접수되자, 양양소방서와 양양군청 공무원 등은 현장에 투입돼 산불로 번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사고 수습을 위한 대응에 들어갔다.
김진하 양양군수와 이병선 속초시장, 김진태 도지사 등도 일제히 사고 현장을 찾아 사고 수습 대응과 산불 방지에 만전을 기했다.
이번 양양 헬기 추락 사고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기체결함을 비롯해 다각도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특히, 인근 산불감시용 폐쇄회로 CCTV에 사고 헬기가 거의 정지한 상태로 제자리에서 2∼3바퀴 빙글빙글 돌고는 그대로 추락하는 모습이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되면서 ‘헬기 꼬리 회전날개’에서 고장이 생겼을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사고 헬기는 1975년 미국의 항공 회사 시코르스키에서 제작한 S-58T로, 너비 3.66ｍ, 길이 15.51ｍ, 높이 4.85ｍ이며, 항공유를 292갤런까지 채우고 5,897㎏의 무게까지 이륙이 가능하다. 조종사를 포함해 18명까지 태우고 9000피트 상공까지 비행할 수 있는 중형헬기다.
헬기 추락 원인과 관련, 일부 유족이 한 달 전 기체 일부에서 결함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으나, 헬기 소유 업체는 국토부의 승인을 마친 후 운용한 것은 기체 결함이 없다는 것이라며 일축했다.
이에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경찰과 소방, 자치단체 등과 함께 추락한 헬기 기체의 잔해물을 수거해 정밀 분석을 진행하는 동시에 헬기 폭발이 공중에서 이뤄진 것인지, 아니면 추락 후에 발생한 것인지 등을 정확하게 조사하고, 엔진 등 부품 교체 여부도 파악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비행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일명 FDR)가 아직 회수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주현 기자
지난달 27일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 야산에 추락한 헬기 잔해가 처참한 상태로 보존되고 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