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 서면 상평리에서 마을 대소사를 챙기며 지역을 이끌고 있는 마정하(77, 사진) 대한노인회 양양군지회 서면 분회장이 자신의 일대기를 산문집으로 펴내 화제가 되고 있다.
마 회장은 지난 14일 양양문화복지회관 대강당에서 <7전 8기, 안 되면 될 때까지>(출판사 달아실) 출판기념회를 가졌다.
그는 산문집에서 1947년 당시 북한지역이었던 양양군 서면 상평리 487번지에서 태어나 한국전쟁 때 아버지를 여의고,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열여섯 살부터 양양광산에서 일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어머니의 재혼을 계기로 타향살이를 시작해 철암에서는 기차 화물 하역 일을 했고, 그 후 무작정 서울로 올라가 인쇄공장과 청과상회에서 일하면서 어렵게 가게를 마련했지만, 건달들 때문에 결국 포기해야 했다. 이후 다시 철암에서 하역 일을 하다 어머니가 소개한 갓 스무 살의 아내와 결혼하고, 뒤늦게 군에 입대했다.
제대 후에는 다시 상경해 삼정 연탄에서 경비 일을 시작해 경비반장까지 하고 나와서는 월계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다 문을 닫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은인의 소개로 건설 현장에서 현장 소장 일을 하게 됐지만 사고 때문에 그만두고 버스기사로 운전대를 잡았다. 이어 의정부로 이사한 마 회장은 타지 생활의 마지막으로 아내와 치킨집을 운영했고, 두 아들은 어느새 커 학교를 마치고 결혼을 했다.
그렇게 숨 가빴던 40여 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마침내 고향에 돌아왔을 때 그는 오십 대 후반의 나이가 되어 있었고, 열심히 마을 대소사를 챙기며 지역사회와 함께 하게 됐다고 술회했다.
“젊어서는 어쩔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객지 생활을 했지만, 언제나 그리워하고 사랑하던 고향이다. 아니 어쩌면 떠나 있을 수밖에 없어서 더 간절하게 그리워했던 건지도 모른다. 늦었지만 마침내 귀향해서 고향을 위해 마음껏 일할 수 있음에 너무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다. 내게 남은 삶이 얼마인지는 몰라도, 청와대 앞에서 오색 케이블카 유치 집회를 하면서 삭발까지 했듯이, 힘이 닿는 한 고향을 위한 일이라면 누구보다 앞장설 것이다.”
마정하 회장은 어린 시절 떠난 고향에 늦게 돌아왔지만, 언제나 연어가 모천을 향해 돌아오듯 고향에 대한 애틋함을 잊지 않고 귀향해 마을 대소사를 자신의 일처럼 돌보는 데 젊은이 못지않은 열정을 쏟고 있다.
서면 상평리 마을 이장을 지낸 그는 “돌아보면 세월이 참으로 빠르게 지나갔지만, 지금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있다”며 “누구에게나 어려운 시기와 일이 있고, 그 모든 것을 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바로 열정이고 끈기이기 때문에 어려운 시대를 통과하는 요즘 모든 이들이 희망을 갖고 꿈을 키워가길 바란다”고 기원했다.
생각만큼은 이팔청춘 못지않은 마 회장은 대한노인회 양양군지회 서면 분회장과 서광농협 수석 이사로 활동하며 열정적인 삶을 통해 인생 3부작을 만들어가고 있다.
김주현 기자 joo6952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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