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신문>에“한 시대를 풍미한 지역예술인의 삶과 예술세계를 추존하는 문학제를 그 대상을 순차적으로 바꿔가며 여는 방안”에 대해 지난해 11월 제안했는데, 만족할 정도는 아니지만 첫 문을 열게 되었다.
올해 고 이성선 시인의 15주기를 맞아 이를 추모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산과 별과 물의 노래’란 주제로 오는 9월 24일 오후 3시 속초시평생교육문화센터에서 제1회 설악문학제가 열린다. 이번 문학제는 강원문화재단과 속초축제위원회가 주최하고 설악문화예술포럼(회장 이반)이 주관한다.
제51회 설악문화제 산악페스티벌 행사의 일환으로 열리는 제1회 설악문학제는 문학 강연과 시낭송, 공연이 진행된다. 특히, 속초에 태를 묻었지만 언제나 고향 속초가 낯설다는 우리나라 문학평론의 최고 권위자인 염무웅 영남대 명예교수가 1941년생 동갑내기 고 이성선 시인을 위해 문학 강연을 준비한다.
“내 원초적 기억 속에서 속초는 안타깝게도 늘 희미한 실루엣으로만 존재한다. 마치 젖 뗄 무렵 세상을 떠난 엄마의 얼굴처럼 간절하면서도 흐릿하다”고 염무웅 선생은 농민신문에서 고백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1954년 2월쯤 속초에서 산 염 교수는 외지생활 중 여러 번 고향 속초에 와서 이성선·이상국 같은 시인들과 술잔을 나누고 얼굴을 익혔음에도 속초는 어린 시절의 그 모습을 되찾지 못한다고 아쉬워한다.
고등학교 동기동창이면서 평생 문학 도반이었던 이반 선생도 그 두꺼운 이성선 시집 <밧줄>을 읽으면서 문학도반으로 함께 했던 세월을 되새기는 강연준비에 여념이 없다.
장석근 오봉교회 목사도 강연을 한다. 속초고성양양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로 활동한 이성선 시인의 사회운동을 조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성선 시인이 환경운동을 한 이유는 평소 생각하는 자연과 인간에 대한 작품철학과 맞닿아 있었기 때문이었으리라.
이성선 시인을 추모하는 문학제를 설악문화제 산악페스티벌 기간에 여는 까닭은 이 시인이 일관되게 설악산계곡 물소리, 바람소리, 별, 나무 등 자연과 인간의 합일, 더 나가 우주와 합일을 꿈꾸는 시작활동을 했기 때문이다.
2부 이성선 시낭송도 낭송전문가보다 친구와 문학도반에게 도움을 청했다.
갈뫼 회장이며 이성선 시인과 고등학교 동기동창인 이은자 갈뫼 회장이 이성선 시 2편을 낭송할 예정이고, 설악문우회에서 함께 활동한 김영준 시인도 이성선 시 2편을 낭송할 예정이다.
3부 공연에선 이성선 시인의 시에 속초가 낳은 작곡가 임수철씨가 곡을 붙인‘별을 보며’와 ‘산에 시를 두고’ 두 곡을 속초시립합창단 지휘자인 테너 황영승씨가 피아노 반주에 맞춰 부를 계획이다.
‘내 너무 별을 쳐다보아/별들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내 너무 하늘을 쳐다보아/하늘은 더럽혀지지 않았을까/별아, 어찌하랴/이 세상 무엇을 쳐다보리/흔들리며 흔들리며 걸어가던 자리/엉망으로 술에 취해 쓰러지던 골목에서/바라보던 너 눈물 같은 빛남/가슴 어지러움 황홀히 헹구어 비추는/이 찬란함마저 가질 수 없다면/나는 무엇으로 가난하랴’<‘별을 보며’ 가사>
‘산에 모자를 두고 왔네./어느 산이 내 모자를 쓰고/구름 얹은 듯 앉아 있을까/산에다 시를 써두고 돌아왔네./어느 풀포기가 그걸 밑거름으로/바람에 흔들리다가 꽃을 피울까./산 물을 들여다보다가 그 속에 또/얼굴마저 빠뜨리고 돌아왔네./달처럼 돌에 부딪히고 일그러져 어디쯤 흘러갈까.’<‘산에 시를 두고’가사>
작곡가 임수철씨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오는 10월 속초를 떠나 태를 묻은 고향 진해로 거처를 옮긴다고 한다. 아홉 살에 고향 진해를 떠나 지난 50년 동안 속초에 살았지만, 이제 더 늦기 전에 유년시절 추억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곳에 정착하기로 했다는 말에 마음이 먹먹하다.
가곡에 이어 부부 듀엣 ‘풍금’의 공연이 피날레를 장식할 예정이다. ‘풍금’의 주은정씨는 전화인터뷰에서 “고 이성선 시인에 대한 공부를 심도 있게 한 후 추모제에 걸맞은 노래를 선곡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이수영 속초예총 사무국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고 이성선 시인.
나 죽어/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해도/저 물속에는/산 그림자 여전히/혼자 뜰 것이다(백담사에 있는 이성선 시비에 새긴 ‘나 없는 세상’ 전문)
제1회 설악문학제 포스터.
나뭇잎 하나가/아무 기척도 없이/어깨에/툭 내려앉는다/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너무 가볍다(이성선 시인 생가가 있는 시비에 새긴 ‘미시령 노을’ 전문)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