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5월 28일 고성 거진항으로 귀환한 동해안 23척 어선 납북귀환어부 150명이 국가로부터 억울하게 간첩으로 내몰렸다는 진실규명 결정이 내려졌다.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실화해위)는 지난 2월 7일 제51차 위원회를 열어 1968년 5월 28일 귀환한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사건에 대해 “직권조사 결과 대양호를 비롯해 23척 150명의 선원이 귀환 직후 수사기관으로부터 불법구금과 가혹행위와 같은 불법적인 수사를 받은 후 반공법 수산업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으며, 이후에도 간첩이라는 의혹 속에 수 년 혹은 수십 년 동안 사법기관으로부터 감시와 사찰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며, “납북피해를 입은 피해자임에도 귀환 후 국가권력에 의해 장기간 감시와 인권침해를 당한 점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함께 피해자 명예회복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진실규명을 결정했다.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으로 인해 선원들 가족 역시 감시 대상이 됐고, 취업과 거주 이전에 제한받은 사실도 확인됐으며, 선원과 가족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장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며, “납북귀환어부들을 대북공작작업에 활용하기 위한 공작도 수차례 진행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지난해 2월 22일 진실화해위가 동해안에서 1965년부터 1972년 사이에 귀환한 납북귀환어부 사건 109척 982명에 대해 직권조사를 시작한 이후 첫 번째 직권조사 진실규명 결정이다. 진실화해위는 피해자 신청 56건을 포함해 귀환 선원 150명 전원에 대해 피해 사실을 입증했다. 진실결정을 받은 피해자와 가족은 사건 발생 당시 고성 주민이 가장 많으며, 속초와 묵호, 경북 영덕 주민도 다수 있다.
진실화해위는 △1969년 5월 28일 귀환 후 대부분의 납북귀환어부들이 합동심문 이후 구속영장이 집행되기까지 영장 없이 구금된 사실이 확인된 점 △관계기관 문서에서 구타 사실이 확인된 점 △월선 및 간첩지령을 받았다는 진술을 강요받고 가혹행위를 당했고, 그로 인한 신체적 후유증이 심했다는 피해자와 유족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합동심문 등 조사 과정에서 납북귀환어부들이 가혹행위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진실화해위는 “피해자들이 어로저지선 및 북방한계선을 넘어 납북되었다고 처벌을 받았으나 이는 가혹행위로 인한 허위진술을 강요받았을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당시 문건과 재판기록, 진술서 등을 통해 보면 대부분의 납북귀환어부들이 남한 해역에서 정상적인 조업 중에 북한 경비정에 의해 강제로 납북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형사처벌 이후에도 납북귀환어부들은 지속적인 감시와 사찰을 당했는데,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는 군보안대가 어부들을 상시적으로 사찰했으며, 피해자 가족과 친인척도 감시를 받고 취업 및 이동제한의 인권침해를 받았고, 주변인들을 정보망으로 활용해 이들을 감시하고 정보를 수집해 피해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진실결정 대상자인 대양호 선원 고 장천식 씨의 딸 장옥주 씨(62세, 속초 거주)는 “아버지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 위해 지난 2016년부터 국가기록원과 강릉 검찰청도 찾아갔는데, 피해 사실을 입증할 기록을 찾을 수가 없었다”며, “53년만에 이뤄진 진실화해위의 진실결정으로 돌아가신 아버지가 누명을 벗고 편안하게 잠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빠른 시일내에 이번 결정문을 주소가 확인된 진실결정 대상자와 가족에게 개별 통지할 예정이다. 진실결정문을 받은 피해자와 가족들은 국가의 별도 재심 청구 등의 조치가 없으면 직접 변호사를 선임해 재심청구와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이번 진실결정 대상자의 다수가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기에, 올해 속초지원에 납북귀환어부 재심 청구가 상당수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엄경선 전문기자
납북되었다가 어렵게 돌아왔는데 간첩이라니…. 1969년 5월 28일 거진항으로 귀환한 납북귀환어부 1백50명이 국가기관에 의한 불법 구금과 조사로 간첩으로 내몰려 심한 고초를 겪었음이 진실화해위원회 진실결정으로 밝혀졌다. 당시 경향신문사 기자가 촬영한 사진으로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오픈아카이브(https://archives.kdemo.or.kr)에 공개된 납북귀환어부 모습. 거진항에 내린 귀환어부들은 칼빈총으로 무장한 군경의 삼엄한 경비 아래 조사를 받으러 줄지어 끌려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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