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우리들 각자의 삶속에서 학교와 연관된 것들은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의 현재 교육시스템 속에서 대다수의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초중고 대학교까지 대략 16년의 시간을 학창시절로 보낸다. 물론 그보다 적은 시간을 혹은 그보다 좀 더 많은 시간을 학업에 할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말이다. 필자의 경우에는 그에 더해서 업무의 특성상 학교와 연관된 업무의 비중이 높고 업무 과정이 학교의 학사일정과 겹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인지 사실 한해의 시작은 1월이 아니라 3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새해가 또 시작되었고 그새 두 달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실질적으로 업무가 활성화되고 바빠지게 되는 건 각급 학교가 개학하는 3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3월은 영어로 하면 ‘March’이다. 농경의 신이면서 전쟁의 신이기도 한 마르스(Mars)에서 유래되어 ‘March’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주로 봄에 전쟁을 많이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전쟁의 신 마르스를 따와서 봄의 시작을 알리는 3월에 명칭을 붙였다고 할 수 있다.
본래 마르스는 농업의 신이었다. 하지만 원래 농사만 짓던 농경민족이었던 라틴족이 숱한 전쟁을 통해 호전적인 민족으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마르스에게 전쟁의 신으로서의 모습도 추가되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그 당시에는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했듯이 전문적인 군인은 거의 없었고 전쟁 시에만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들이었다. 즉 평상시에는 농사를 지으면서 숭배 받던 농업의 신 마르스는 국가위기 상황에서는 나라를 보호해 주는 전쟁의 신이기도 했던 것이다.
영어 ‘march’에 대해 생각해보다보니 해산물 굴과 관련해서 항간에 떠돌던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굴의 섭취가 가능한 시기에 관한 것이다. 굴을 먹기 좋은 제철은 보통 9월에서 12월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항간에 떠도는 이야기에 의하면 영어에서 월별 이름에 알파벳 철자 ‘R’이 들어간 달이 굴 섭취가 가능한 달이라고 한다. 그에 따르면 9월(September)에서 이듬해 3월(March)까지라고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대한해협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와 접하고 있는 이웃나라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를 결정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나중엔 자칫 좋아하는 해산물들을 시기와 상관없이 먹지 못하는 날이 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방사능 오염수의 방류는 수산업의 타격은 물론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어쨌든 지금은 3월. 힘차게 한걸음 한걸음씩 도약을 준비해야 할 때이고 학교나 학업에 관련된 모든 이들의 출발인 시기이다.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미뤄두었던 결혼식들도 다시 재개되고 있고 곳곳에서 웨딩마치가 울려 퍼지기도 하는 시기일 것이다. 영어로 ‘march’는 3월이지만 동시에 행군하다, 행진하다는 뜻의 동사, 명사로도 사용된다. 3월은 여러모로 영어 명칭에 걸맞은 행진, 좀 더 보태자면 힘찬 행진이 필요한 때이지 싶다.
힘찬 행진을 위해서도 섭취가능 시기가 끝나가기도 해서 오늘 점심에는 식사 메뉴 선정 시 한동안 잊고 지냈던 굴국밥을 먹으러 간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나오는 신선한 해산물 요리를 맘 편히 먹을 수 있는 날들이 얼마 남지 않았을 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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