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호동 수산물공동할복장에서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의 협업으로 그동안 방치돼온 속초시 청호동 수산물공동할복장이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재)속초문화관광재단(이사장 이병선 속초시장)이 추진 중인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프로젝트는 실향민의 아픔을 담은 아바이마을의 재조명과 아바이마을의 문화적 변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 수산물공동할복장의 새로운 장소로의 전환을 위해 마련됐다. 참여 주체는 프로젝트에 대한 기획과 내용을 구상하고 총괄 관리하는 예술감독과 매니저를 비롯해 지역 리서치 및 예술작품 창작활동을 하는 예술가, 청호동 현지 코디네이팅 및 주민과의 관계 형성을 지원하는 지역활동가, 마을의 삶을 알려주는 아바이마을 주민들이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은 프로젝트에 대한 총괄지원 및 지역자원 연결, 문화도시사업 콘텐츠 제공 등의 역할을 한다.
지난 6월 15~16일 프로젝트 참여예술가, 속초문화도시센터, 아바이마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참여해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의 첫발을 내디뎠다. 참가자들은 이틀에 걸쳐 지역주민과 상견례, 킥오프 회의, 대상지 현장답사 등을 진행했다.
이어 7월 7일에는 수산물공동할복장에서 청호동 주민들과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팀, 속초문화관광재단, 속초시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같은 시간, 같은 공간’이라는 이름으로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사전프로그램이 개최됐다. 이날 행사는 시각 아티스트들이 핸드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그림으로 그려 주민들에게 전달하는 ‘드로잉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오프닝 공연과 함께 참여예술가의 소개가 이어졌다. 이후 즉석연극 ‘내가 만드는 그 날의 이야기’,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밥 ‘남이 해준 밥’, 덩실덩실 춤바람이 분다! ‘DJ + VJ’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마지막으로 지역주민과 아티스트들이 소통하며 지역에 대한 세부적인 이야기를 나누고 주민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바람을 전했다.
지난 1일부터는 수산물공동할복장에서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이 진행 중이다. 이번 행사는 판소리언어를 창작해 무대화 하는 예술가 박정봉의 퍼포먼스와 엘리펀디의 힙합(랩) 공연으로 막이 올랐다. 박정봉의 퍼포먼스는 아바이의 고요한 일상, 할복장 아마이들의 노동, 손녀를 맡아 키우고 있는 해녀 아마이의 이야기와 더불어 마을의 공동체 문화에 대안 이야기를 연기와 민요, 피아노로 표현했다. 엘리펀디는 마을 주민들이 살아온 시절에 대한 위로와 앞으로 살아갈 시절의 행복과 안녕의 메시지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 선보였다.
여기에 공연, 영상, 미술, 그림책 등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이 아바이마을의 삶과 장소에 대한 현장 리서치를 통해 창작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품은 △구지은 ‘밤의 둥지_물돛’ △김들림 ‘울타리, 고무 다라이, 누름돌’ △김소정·엄경환 ‘그물 이야기’ △김진아 ‘개척자의 땅’ △박정섭 ‘아바이마을 오징어 명상스튜디오’ △송주형 ‘오즉(烏鯽)의 바람소리’ △정보아 ‘아마이 광장’ △조경재 ‘시작과 끝이 없는’ △홍기원 ‘청초호 모래밭, 그들에게 구명정은 아니었을까?’가 전시됐다.
김병재 예술감독은 “사람을 그저 바라만 보고 ‘속이 깊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말을 던져보고 들어보고 살펴보다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깊음을 가지고 있다 느끼게 될 때 속이 깊다 이야기한다”고 이번 ‘속 깊은 마을, 살펴보는 걸음’ 행사의 의미를 전했다.
그는 “이 마을을 그저 바라볼 때 아련함을 담은 실향민 마을이라 이야기한다. 또는 이북의 삶을 경험할 수 있는 이색적인 마을이라 이야기할 것이다. 거기서 발을 떼 걸음을 내디뎌 본다면 동해안의 거친 바다와 청초호 모래땅을 그들의 몸으로 엮으며 살아온 삶과 마주하게 된다”고 했다.
이번 행사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된다.
속초문화관광재단은 “청호동 수산물공동할복장을 문화공존지대로 만들어 지역작가와 주민들의 문화예술공간과 속초도시대학의 학습공간 등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재환 기자
공존문화지대 프로젝트의 전시작품인 송주형 작가의 ‘오즉(烏鯽)의 바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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