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8년 속초지형도(국토지리정보원)
1918년 발행한 지형도는 일제강점기에 근대적 측량기법으로 제작된 최초의 지형도로 개발 이전의 속초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을 고찰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이다.
주요 지형에서 산지를 보면 지도 좌측의 설악산에서 원암리, 장천리를 거쳐 영랑호 북서쪽 국사봉(83.8m)을 거쳐 사진리 해안까지, 학사평에서 이목동 북쪽을 지나 속초리의 성황봉(30.7m)까지 낮은 산지가 이어져 있다. 또한 쌍천 북쪽으로 주봉산(337.8m)을 거쳐 청대산(230.4m)을 지나 외물치리 해안까지, 남쪽으로는 상복리와 강선리를 거쳐 물치리 해안까지 구릉성 산지가 발달하고 있다. 이들 산지에는 대부분 침엽수인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영랑호·청초호 선명하게 표기
동해안의 해안선은 단순하지만 육지가 바다로 돌출한 곶과 바다가 육지쪽으로 들어간 만이 번갈아 나타난다. 곶은 파랑의 침식작용이 강하여 암석해안에 나타나고, 만은 파랑의 퇴적작용이 약하여 모래가 퇴적된다. 지도를 보면 사진리 모래해안-속초리 암석해안–반부평 모래해안–외옹치리 암석해안이 교대로 나타난다. 또한 해안에는 세 개의 섬이 지도상에 분포하고 있는데 사진리 앞 형제암, 속초리 앞 솔섬, 반부평 앞 조도로 당시에도 사람이 거주하지 않은 무인도였다. 특히 1918년 당시의 속초는 양양군 도천면의 소속으로 면사무소가 대포가 아니고 중도문리로 되어 있다. 1914년 도문면과 소천면이 합쳐 도천면이 되었으나, 1916년에 중도문리에서 대포리로 면사무소를 이전하였다. 지도는 1918년에 발행되었으나, 행정 지명의 편집 시기는 1914년∼1916년이었다. 대포는 지역에서 가장 큰 항구이자 중심지로 인근 외옹치리와 합쳐 옹진(甕津)이라고 불렀고 지도의 제목인 도엽(圖葉)도 옹진이다.
속초를 상징하는 두 개의 호수 영랑호와 청초호가 지도에 선명하게 표기되어 있다. 영랑호안의 윤곽은 지금과 거의 같은 형태이며 북쪽 호안에는 모래해안이 나타나고 있다. 청초호는 개발 이전의 온전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호수의 동쪽은 길게 모래톱(사주)가 발달하였고, 서쪽 북부는 소야 평야와 접해 있으며, 남서쪽은 습지로 표기되어 있고 이곳에는 다년생 양치 식물인 속새가 많이 자랐으며, 여기에서 속초 지명이 유래하게 되었다.
지도에서 가장 등고선 간격이 완만한 평야 지대는 쌍천 유역의 도문 평야로 상도문리, 중도문리, 하도문리 앞에 넓게 펼쳐져 있으며, 현재 도문동 면적과 일치한다. 청초호로 유입하는 청초천 주변의 논산리, 청대리, 응동(응골), 노리, 도리원, 만천동 마을이 감싸고 있는 소야 평야는 도문 평야와 함께 당시 도천면의 벼농사의 중요 지역이다. 특히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는 ‘도리원 농악’과 ‘도문메나리농요’는 풍요로운 농경문화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속초의 문화적 유산이다. 노리의 북쪽, 척산리의 북동쪽, 이목동(이목리)의 서쪽을 ‘뒷버덩’이라 하며 이곳은 학사평까지 연결된 저평한 구릉지대로 대부분 침엽수와 활엽수로 이루어진 산림지대로 이후 점진적으로 개간이 이루어졌다.
대표적인 하천은 동해로 유입되는 쌍천, 청초호로 흐르는 청초천, 영랑호와 연결되는 장천천이 있으며 지도상에는 쌍천이 지명과 함께 유로가 녹청색으로 표기되어 있고, 청초천은 유로는 표시되어 있으나 지명은 없으며, 장천천은 유로, 지명 모두 표기되어 있지 않다. 청초천의 유로는 현재와 달리 논산리 앞에서 청초호로 유입되며, 쌍천의 유로도 현재와 다르게 하구 부근에서 북동 방향으로 흘러 동해와 만난다.
남북 종단 2등 도로 미완공 상태로
토지 이용을 보면 산림 면적이 가장 넓게 분포하며, 침엽수(소나무)의 분포가 활엽수보다 압도적으로 높으며, 이로 인해 소나무는 불에 타기 쉬운 송진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과거부터 영동지역에서 봄철에 빈발하는 동해안 산불로 원인을 제공해왔다.
경지면적의 분포를 보면 쌍천 유역의 도문평야, 청초천 유역의 소야평야에 논농사가 집중되며, 사진리, 속초리, 반부평, 대포리 근처의 해안에 부분적으로 분포하는 밭의 형태로 보아 위의 마을들은 반농반어촌으로 볼 수 있다.
마을의 분포를 보면 당시 행정구역상으로 사진리, 장천리, 속초리, 노리, 논산리, 부월리, 외옹치리, 대포리, 내물치리, 하도문리, 중도문리, 상도문리, 장항리 13개 마을이 표기되어 있으며, 소규모 마을 (학사평), (척산리), (이목동), (도리원), (응동), (청대리), (반부평), (토기점), (장재), (피동)은 괄호안에 표기하고 있다.
마을들을 서로 연결하는 주요 도로를 보면 부월리와 떡발재를 지나 하도문까지, 청대리 서편에서 싸리재를 지나 중도문리까지, 척산리에서 목우재를 지나 장항리까지, 노리에서 학사평까지, 소로 표시인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현 56번 지방도와 일치하는 도로는 속초리에서 장천리 입구를 지나 학사평, 원암리를 거쳐 미시령까지, 구 7번 국도와 일치하는 도로는 부월리, 논산리를 지나 소야평야를 가로 질러 청초호 북쪽해안을 거쳐 구수로 입구까지 점선으로 연결되어 있다. 당시에도 가장 중요한 도로는 동해안을 남북으로 종단하는 도로로 물치리, 내물치리, 대포리를 거쳐 반부평에서 긴 모래톱(사주)를 통과하여 구수로에서 도선으로 물을 건너 다시 속초리, 사진리, 용천리로 연결하는 2등 도로이며 당시 미완공 상태로 지도상에 쌍선으로 표기되어 있다.
최영택
속초고 지리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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