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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오랜 가게 이야기<3> 백년가게에 선정된 퓨전스타일 함흥막국수
강원도 막국수·함경도 냉면 접목…40년간 향토 별미 이어와
등록날짜 [ 2023년11월20일 11시23분 ]


명태회 고명과 고기 육수가 들어가는 함흥식 회막국수. 

 

함흥막국수 주방을 맡고 있는 김동규씨는 한 때 오토바이를 폼나게 타는 인기스타 배달직원이었다. 

 

2019년 함흥막국수가 속초의 음식점 중에 두 번째로 중소기업벤처부가 주관하는 백년가게에 선정되었다. 백년가게는 30년 이상 오래된 도·소매, 음식점 중에서 오랫동안 고객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 왔고, 우수성과 성장가능성을 인정받은 점포가 선정된다. 무엇보다도 백년가게로 선정되려면 다른 집과 차별화되는 특성이 있어야 한다. 다른 가게들보다 앞서 백년가게에 선정된 함흥막국수만의 남다른 특성은 무엇일까? 지난 7월 25일 함흥막국수를 찾아 인터뷰를 진행했다.  
 1984년 처음 문을 연 함흥막국수는 내년이면 창업 40주년을 맞는다. 원산 출신 실향민 노봉택씨가 창업해 운영했다. 10여년 전 노씨가 작고한 후에는 부인 정재옥씨(71세)가 운영하고 있다. 
 함흥막국수는 강원도 토속음식인 막국수와 함흥식 국수문화를 접목시켜 함흥식 회막국수를 처음으로 개발했다. 함흥식 회막국수는 메밀로 뽑은 막국수이지만, 명태회가 고명으로 올라가고 막국수 국물로 동치미 대신 고기육수를 쓴다. 그래서 명태회의 새콤달콤한 맛과 고기육수의 독특한 감칠맛을 느낄 수 있다. 메밀로 면을 뽑아 막국수이지만, 고기육수나 생선회 고명은 함흥냉면 스타일이다. 

 

함흥냉면옥 고 이섭봉씨 도움으로 창업
 실향민의 도시 속초에는 함경도와 강원도의 국수문화가 공존해 왔다. 보통 지역에서는 강원도 국수문화는 막국수로, 함경도 국수문화는 함흥냉면으로 통한다. 막국수는 지역의 농촌 전통음식으로 전해 내려왔고, 함흥냉면은 실향민들이 많은 시내 함흥냉면 식당을 통해 이어져 왔다. 이렇게 강원도와 함경도의 국수문화를 창의적으로 융합한 퓨전음식이 바로 함흥식 회막국수라고 할 수 있다. 함흥식 회막국수는 지난 40년간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와 속초의 향토 별미로 자리잡았다. 
 노봉택씨 부부는 막국수 집을 하기 전에 중국집을 했었다. 지금은 청학사거리 길이 뚫리면서 없어진 집을 세를 얻어서 2년 남짓 장사를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그러던 중 노봉택씨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함흥냉면옥 창업주인 고 이섭봉씨로부터 제안과 도움을 받았다. 
 “야, 동생. 우리 집을 내줄테니 장사를 해. 내가 함흥냉면을 하고 있으니, 함흥냉면을 할 수는 없고, 간판을 함흥막국수로 해.”
 이섭봉씨는 함흥 출신, 노봉택씨는 원산 출신으로 두 사람은 같은 함경도 출신으로 친한 사이였다. 이섭봉씨는 함흥냉면옥 건물 외에 가게가 하나 더 있었다. 노봉택씨는 이섭봉씨의 도움으로 함흥막국수 집을 열었다. 처음에는 노봉택씨 고향이 원산이라 원산냉면으로 하려 했는데, 이섭봉씨의 제안으로 상호를 함흥막국수로 결정했다. 정재옥씨는 개업 초기에 이섭봉씨가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지금 함흥냉면옥 사장 아버지가 와서는 냉면 기술을 가르쳐 줬어요. 국수 누르는 것도 알려줬어요. 그때는 국수틀도 나무로 돼 있어서, 하도 눌러대서 부러지면서 우리 아저씨가 다치기도 했어요. 국수틀은 사람이 같이 눌러야 했어요. 혼자서는 잘 안 돼요. 이섭봉씨는 자기네 장사는 안 챙기고 맨날 우리 집에 와서 도와줬어요. 고명으로 올릴 회를 만들 때도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하며 다 가르쳐줬어요. 이섭봉씨가 술을 좋아했어요. 술 한잔 하고 와서는 ‘동생,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잔소리를 했어요. 그때 잘 가르쳐 줘서 저희가 지금까지 식당을 하는 거예요.”
 함흥식 회막국수는 함흥냉면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 집만의 독특한 스타일로 발전했다. 함흥냉면은 면 위에 넓적하게 저민 쇠고기 조각을 올리지만, 이 집에서는 소고기 양지살을 가늘게 한 올 한 올 찢어서 올린다. 그리고 냉면과는 달리 막국수 면 위에 김가루를 뿌려 내놓는다. 
 “예전에는 냉면처럼 사태 고기를 썰어서 막국수에 올렸는데, 지역분들은 잘 드시는데 외지분들은 남기는 분들이 많았아요. 그래서 양지살을 얇게 찢어서 올렸더니, 면에다 싸서 먹더군요. 그제서야 남기시는 분 없이 모두 잘 드셨어요.”
 10여년 전 노봉택씨가 세상을 뜨면서, 그 때부터 둘째 아들 노건무씨(45)가 어머니를 도와 함께 일하고 있다. 노건무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10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힘들어서 가게를 접어야겠다는 어머니의 말씀에 노씨는 가게 운영를 계속 이어나가려고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양념장, 회, 육수를 저희가 다 만들어요. 처음 시작할 때 하던 옛날 방식 그대로 만들지요. 농공단지에서 언 명태를 시켜 받아요. 명태를 소금에 절이고, 식초에 절이고 해서 만들지요. 시장에 가면 냉면 명태회 파는 거 있어요. 그걸 사서 먹어본 관광객이 우리 집에 와서 명태회를 먹어보고는 우리집 걸 사가지고 가요.”
 
냉면기술을 함께 나눈 아름다운 사연
 함흥막국수 손님의 70%는 지역주민이다. 인근 주민들이 직접 와서 드시기도 하고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가족 친지들이 놀러 오면 함께 찾아 온다. 이럴 때는 수육도 한 접시 시킨다. 노르스름하고 간간하고 야들한 수육 맛이 일품이다. 수육 돼지고기를 삶을 때 다른 양념들도 넣지만, 무엇보다 직접 담근 된장을 넣는 게 맛의 비결인 듯 하다.  
 함흥막국수집도 배달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전에는 배달 직원만 2, 3명을 두기도 했다. 지금도 방문 손님보다 배달 손님이 더 많을 때도 있다. 퀵 배달을 이용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은 노건무씨가 직접 배달을 한다. 코로나19가 한창일 때는 포장이 많았는데, 코로나19가 끝나자 많이 줄었다. 
 그동안 정재옥, 노건무 모자가 주방일을 맡아왔는데, 6개월 전부터는 전에 일하던 김동규씨(52)가 다시 들어와 주방을 맡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함흥막국수집에서 배달을 했던 김동규씨는 한 때 속초에서 유명스타였다. 치렁치렁 길게 늘어진 노랑머리에 오토바이를 옆으로 눕혀 타며 함흥막국수를 배달하는 사람이라면 속초시내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정선이 고향인 김동규씨는 30여년 전 열아홉 나이에 함흥막국수에 들어와서 배달일을 시작했다. 정재옥 대표는 “허리까지 찰랑거리는 머리에 노란색으로 염색까지 하고 우리집에 왔는데, 처음에는 미덥지 않아 ‘3일이나 일하겠나’라고 말했는데, 거의 한 30년을 우리집에 있었어요”라고 했다. 
 김동규씨는 노랑머리 휘날리며 한 손에 배달통을 들고, 한 손으로 오토바이 손잡이를 잡고 묘기하든 속초 시내를 질주했다고 한다. 지나가는 소녀들은 물론 오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속초에서 함흥막국수집 노랑머리를 모르면 간첩이라는 말이 날 정도였다고 한다. 김씨의 인기 덕분에 함흥막국수도 더 많이 알려졌다. 배달 주문을 하면서 “주인 아저씨 말고 노랑머리 직원을 보내 달라”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김씨는 마음이 착해 거동이 불편한 동네 어르신들 댁에 배달을 가면 손수 상을 펴서 음식 비닐랩까지 뜯어 상위에 다 올려주고 왔다고 한다. 
 김씨는 노봉택씨가 작고한 후 퇴사했다가 최근에 다시 들어와 주방일을 맡게 되었다. 김씨는 “처음 함흥막국수에 들어왔을 때, 사장님이 ‘배달일을 하더라도, 막국수 만드는 일도 제대로 배우라’며, 들어온 지 1주일 때부터 주방일을 가르쳐 주셨다”며, 자신이 “노봉택 대표의 1호 제자”라고 말했다. 
 예전에는 속초에서 냉면 조리기술만 제대로 배워도 먹고 살 수 있다고 했다. 냉면 조리 비법은 쉽게 잘 알려주지 않았다. 그런데 속초에서 함흥냉면을 처음 시작한 이섭봉씨는 함흥막국수를 창업한 노봉택씨에게 자신의 비법을 흔쾌히 가르쳐 줬다. 노봉택씨도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 배달직원 김동규씨에게 냉면 기술을 손수 가르쳐 줬다. 이렇듯 함흥막국수 40년의 역사에는 자신의 기술을 함께 나눈 이들의 아름다운 사연도 함께 배어 있다. 
 전통의 맛을 지키는 일은 소중하다. 전통음식을 발전시켜 새로운 스타일과 맛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일도 큰 의미가 있다. 냉면과 막국수를 접목시켜 퓨전 스타일의 막국수를 만들어 낸 백년가게 함흥막국수, 그 맛의 향연은 앞으로도 아름다운 사연들과 함께 계속 이어질 것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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