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자기 활동이 국가발전과 지역발전을 도모하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믿는 보람과 긍지, 사명감을 갖고 산다. 관치행정 때에는 그 점을 끝없이 강조하여 왔다. 그러나 대부분이 보통 공무원들은 자치단체가 직장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이란 사실을 도외 시 한 채 공허한 철학적, 윤리적 용어로써 공무원들을 일으켜 세우려 들면 많은 정책이 겉돌게 된다. 공무원도 봉급쟁이로서 봉급으로 생활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문제를 발견하는데 수월하다.
윤리상으로는 국가와 민족에게 무한대 봉사하기 위하여 공직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일반 국민을 위해 생활의 불편을 감수해야 되는 게 아니냐는 논리를 앞세우면 문제가 이내 꼬여버린다. 그것은 50년 전의 독립투사와 같이 공(公)을 위해 사(社)를 버리는 자세로 공직에 임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공무원의 윤리 헌장과 공무원의 신조 등의 문장은 의례적인 장식문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벌써 지방화, 세계화, 정보화를 부르짖은 지도 문민 30년을 맞고 있으며 세상이 그만큼 달라진 것이다.
정시에 출·퇴근할 수 있어야 만족하고, 보수는 적지만 그래도 편하고 안정된 직장으로 생각하고 입문한 공무원도 많다는 사실을 무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공무원에게서 무한대의 봉사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일방적인 생각인지도 모른다. 왜 복지부동하게 되는가. 복지부동이란 말에 많은 공무원들이 신경질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위에서나 밖에서는 복지부동으로 진단하고 있고 당사자들은 아니라고 우기는 현실에서 일부라도 복지부동 현상이 감지된다면 이에 맞추어 문제를 진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사정(司正)이나 감사의 한파를 좋아하는 공무원은 한 사람도 없다. 주민 만족을 위해서 힘이 닿는 대로 뛰었것만 아무도 자기 자신의 대변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복지부동의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 공무원들은 감사를 싫어한다. 죄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죄인 대하듯 하는 각 기관의 감사형태나 지나간 일에 대하여 사사건건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하기 때문에 피곤하고 근무 의욕까지 상실시키는 일이 우리 주변에 왕왕 일어나고 있다.
공무원들은 대개 민의 편에 서서 긍정적으로 검토 처리하다 자칫 다소 규정에 어긋나게 업무를 처리하여 지적을 받고 사유서를 쓰거나 징계를 받고 공직에서 추방되기도 한다. 그만큼 공무원들에게 법 규정은 생사와 신상의 변화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가만히 있으면 바람을 맞지 않는데 지역을 위하고 주민을 위한 일을 처리하다가 규정에 어긋나게 처리하면 본전은커녕 직장을 떠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복지부동이 공무원의 기본자세로 되어 버렸는지도 모른다. 과거를 묻지 말라는 말도 있다.
뛰려고 하는 자는 창의력을 인정해주고, 변하려는 자는 기회를 주고 과거의 잘못은 불문에 붙이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개선을 하고 잘못한 일에 대해서는 신상필벌을 해주는 것이 복지부동에 대처하는 길이 아닌가 싶다.
장세호
전 속초시 지방행정 동우회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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