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시대부터 신앙으로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인 지주역할을 한 것이 불교라면 다른 한편, 조선시대부터 주민들의 행동지침의 나침반이 되어 국민을 이끈 것은 유학의 가르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유학은 여말조초에 중국에서 이 땅에 들어와서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백성들의 행동지침으로 원용하였습니다.
충·효·예·지·신의 정신을 가르쳐 멸사봉공(滅私奉公) 정신으로 국민을 이끌어 왔습니다. 지금 우리의 생활규범의 바탕이 된 원천은 유학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인이 유학에 관한 책을 읽다가 약간 흥분된 감정을 느끼는 대목이 있었습니다. 전국의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전통학문의 지주 역할을 하고 있는 ‘향교(鄕敎)’가 속초에만 없다는 대목을 읽고 얼굴이 달아올랐습니다. 마음 한구석에 ‘그것이 없구나’ ‘바탕이 없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향교의 존재여부는 이 고장의 유림의 존재가 없다는 말로 직결된다고 느꼈습니다. 그저 사람이 모여 편하게 그럭저럭 살아가고 있구나. 어쩌면 국민들의 자율적인 행동지침, 통제수단이 상실되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 한구석이 공허했습니다. 물론 나만의 감정이라고 하겠지만….
속초시는 양양군의 면단위 촌락이었습니다. 6.25전쟁 후 실향민을 비롯하여 사람들이 전국에서 살길 찾아와서 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인구수가 급속도로 증가하여 읍이 되었고 급기야 1963년 1월 1일자로 속초시로 승격하여 올해로 6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속초는 그동안 인구의 증가에 따른 수용능력이나 문화의 발전면에서는 부족한 면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근래에 와서 외형적인 면은 많은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제부터는 우리도 외형적인 발전에 못지 않는 정신문화 차원의 발전에 대해 생각하여야 하는 시간이 다가온 듯 합니다. 살길 찾아 이곳에 온 것이 인연이라면 이곳의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은 더 큰 인연이라고 생각을 해봅니다. 모두 힘을 합쳐 속초의 문화창달을 위해서 헌신하지 않겠습니까? 이곳을 떠나려는 마음보다는 이 고장에 남아 이 고장의 문화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마음은 그 어느 것보다 고귀한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속초의 문화창달을 위해 조그마한 힘이나마 보탰다고 우리 후손들이 기억하게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전통문화나 학문을 후손들이 학습할 수 있는 장을 여는 데 힘을 보태어 주기를 소망합니다. 청소년들이 전통문화를 학습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하고 인성교육을 논할 수 있는 교육의 장으로 ‘향교세우기’를 호소합니다.
향교교육을 통해 전통문화의 올바른 예절교육도 체득할 수 있게 하고, 한문 문화권으로서 전통 학문도 논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를 기원합니다.
가칭 ‘향교세우기 준비위원회’를 시민들의 자발적인 마음으로 발족시켜 이 고장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을 ‘문화재청’ 등에 알리는 신문고의 북채를 함께 잡기를 청원합니다.
이공록, 전직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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