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교육·친환경 문화콘텐츠·로컬여행 기획 등 활동
“사회적 가치 고민하며 스스로 즐거운 일 하고 싶어”
(주)빛나르고 로컬크리에이터 신다진 씨.
신다진 씨가 속초 바다에서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원래는 해외에 나가 환경 관련 일을 하고 싶었어요. 문득 내가 속초에서도 아무런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했는데 다른 곳에 가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생각이 들더라고요. 속초에 먼저 변화를 만들어봐야겠다 싶었죠.”
속초의 사회혁신문화기획사 ㈜빛나르고에서 근무하는 신다진(30) 씨는 다가오는 벚꽃축제 준비로 바쁘다. 회사 구성원 모두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사업기획서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빛나르고는 세 명의 청년 로컬크리에이터가 이끄는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세계시민환경교육, 친환경과 연계한 문화콘텐츠, 로컬여행 기획 등을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다진 씨는 행사 기획‧운영, 경영관리, 디자인 등은 물론 청소도 하고 쓰레기도 버린다며 소탈한 얼굴로 말했다. 지난해 기업을 설립해 기틀을 닦고 있는 터라 대부분의 일을 구성원 다 같이 분담한다고 한다.
10여 년 전만 해도 다진 씨는 중국 북경에서 공부하던 유학생이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치열하게 고민하며 조금 다른 길을 걸었던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무역 일 꿈꾸다 속초서 환경 프로젝트 추진
“아주 어릴 적 서울에서 가족 모두가 속초로 이사 왔어요. 설악중을 졸업한 이후 외지에서 학교를 다녔어요. 관심사도 없었고 성적도 그냥 그랬지만 이왕 사는 것 특별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대안학교를 선택했죠.”
다진 씨는 충남 논산에 위치한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대학을 가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하고 싶은 것을 먼저 찾자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 커리큘럼에 있던 필리핀 봉사활동을 갔다가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는 비전이 마음속에 싹 텄다. 도와주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기술이나 전문지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에 가기로 결심했고, 부모님의 추천으로 중국 유학의 길을 택했다. 4학년 재학 중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한국에 들어왔고 약 4년 전부터 본가인 속초에 머물게 됐다.
“정말 무역쪽 일을 해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차에 먼저 취업한 친구들한테 연락을 해봤어요. 근데 제가 먼저 묻지 않아도 자기가 행복하고 되게 즐겁게 산다는 친구가 한 명도 없더라고요. 같이 유학한 친구들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다니고 원하는 기업에 들어갔음에도 행복하지 않은 거죠.”
다진 씨도 코로나 유행 이전에는 학교에서 무역경제를 공부하면서 글로벌기업이나 중국에 파견된 한국 기업에 들어가 인턴으로 일하며 커리어를 쌓아야겠다는 계획이 있었다. 취업했지만 행복하지 않다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어차피 힘들 거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힘든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나마 관심이 있었던 분야가 ‘환경’이었고, 환경과 관련된 인턴십이나 유엔환경기구에서 일하고 싶어 이곳저곳에 지원했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생각보다 높은 해외 문턱에 곰곰이 생각하던 그는 자신이 딛고 서 있는 지역에 눈을 돌렸다. ‘내가 살고 있는 속초에 대해 생각이 없었고 변화를 만들어낸 경험이 없는데 해외 나가서 어떤 걸 할 수 있을까’하는 상념이 뇌리를 스쳤다.
“그때부터 생각했는데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일은 쓰레기를 줍는 것이더라고요. 꾸준히 속초 바닷가의 쓰레기를 주우면서 제주도에 가서 ‘세이브제주바다’라는 바다정화 봉사단체를 만나기도 했어요. 거기는 쓰레기를 주울 수 있는 도구를 대여해주고 정화활동을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속초에도 적용하면 좋겠다 싶었어요. 막연히 환경 프로젝트를 그리다 소개받은 사람이 ㈜빛나르고 정미현 대표였죠.”
색다른 폐현수막 재활용사업 구상 중
다진 씨는 환경에 관심이 많았고, 정 대표는 문화예술 관련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기에 두 분야를 결합한 ‘쓰담속초’ 팀을 결성했고, 다른 멤버들과 현 기업의 밑거름이 된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지난해 친환경 콘셉트의 속초 썸머 페스티벌, 지역청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청년지기사업 등으로 한해를 불태웠다는 그는 올해만큼은 건강도 신경써야겠다며 멋쩍게 웃었다. 또 쓰레기를 새로운 제품으로 만드는 업사이클링에 관심이 많아 올해는 폐현수막을 재활용하는 지원 사업을 색다른 방향으로 이끌어볼까 구상 중이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크리에이터로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꾸려나가기에는 수도권보다 지역이 용이한 것 같아요. 서울·경기에는 정말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있어 기회를 잡기 쉽지 않지만, 여기는 오히려 기회가 열려 있고 지역 자체 지원사업을 활용할 수도 있죠. 올해는 지난해보다 좀더 소셜미션(사회적 가치)에 대해 고민하는 동시에 저 스스로 즐거운 일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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