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韓醫學)은 종합의학(綜合醫學)이다
진단과 치료에서 여러 가지를 종합하여 시행한다.
한의학에서는 인간의 체질을 오장(五臟)의 대(大), 소(小), 허(虛), 실(實)에 따라 태양인(太陽人), 소양인(少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음인(少陰人) 등으로 구분하여 놓은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 선생의 사상의학(四象醫學)을 대체로 따른다. 각 체질은 외모와 성격, 언어와 생활양태에서 다른 특성을 보인다. 각 체질에 따른 특성과 이에 따른 음식 등은 방송과 서적과 인터넷을 통하여 자세히 알 수 있기에 여기서 재론할 필요가 없겠고,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체질을 잘 알고 계시고, 이에 맞추어 생활하고 계신다. 가령 열이 많은 소양인은 인삼(人蔘)을 삼가고, 몸이 냉한 소음인은 물도 따뜻하게 드신다.
그런데 대부분은 표준에 맞기에 쉽게 자신의 체질을 구분하지만, 부모의 유전적 요인(가령 부모가 체질이 다른 경우에 몸과 성격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과 후천적 요인인 생활 양상 변화(냉장고문화, 얼죽아 시대, 밀가루 위주의 식문화 등), 식도락문화, 음주, 운동과 노동, 약물복용, 갱년기 경과, 스트레스 등으로 인해 기본체질의 변화가 아닌 현상의 변화가 나타나고, 이 결과로 혼동을 일으킨다. 변화된 현상을 자신의 체질인 양 오해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유행하였던 컴퓨터를 이용한 체질감별은 소양인 위주로 하는 오류를 범하였고, 설문지를 이용한 체질감별은 태음인 위주로 감별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그러므로 체형과 외모와 성격과 생활양태에 대한 질문과 오링테스트까지 종합하여야 알 수 있다. 여기에서는 흔히 혼동을 일으키는 태음인과 소음인을 중심으로 다루고자 한다.
체질이 변합니까?
전에 내원하였던 환자분이 대뜸하는 질문이다.
“사상의학(四象醫學)의 체질(體質)은 변하지 않습니다.”라고 답변드렸더니 어느 곳을 방문하였더니 본인은 소음인(少陰人)으로 알고 있었는데 태음인이라고 하여서 체질이 변하는가 하여 물었단다. 그분은 키에 비해 체중이 꽤 있는 육십 대 여성분으로 허리둘레에 살이 많고 양 볼 끝이 약간 홍조를 띄었다.
그분은 육안으로 피부를 보아도 소음인이 확실하지만, 뒤로 돌게 하여 체형을 확인한 후 몇 가지 질문을 하여 그분이 혼동하고 계신 것을 이해시켜 드렸다. 그리고 그분의 볼 끝이 약간 붉은데 겨울철 밖에서 일하다 얼지 않았느냐고 했더니 그렇다고 하신다.
우리나라 인구 중에 절반을 차지하는 소음인는 허리가 가는 편이며 골반이 좀 크고 하체가 발달되어 있다. 체격이 아담하며 피부도 매끈하고 희며 깨끗한 편이다. 피부 구조도 그렇고 몸도 차며 체액도 적으니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대변도 일반적으로 굳은 편이다. 피곤을 많이 느낀다. 일반적으로 내성적이나 깔끔하고 치밀하며 공사가 분명하며, 책임감이 강하며 신경이 예민한 편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기본이 그렇다는 것이다. 소음인의 대다수는 이 범주를 벗어나지 않지만, 소음인도 중년이 되면 음식과 약물복용, 운동부족, 스트레스, 갱년기 등의 영향으로 허리둘레가 커지고 안 흘리던 땀도 잘 흘리는 분이 많다. 이 지점에서 살이 찌고 체중이 증가하는 가운데 땀을 많이 흘리면 태음인으로 혼동하기 쉽다. 허리둘레를 관찰하면 허리가 굵어도 소음인과 태음인의 허리 골격은 차이가 난다. 태음인은 원래 땀을 많이 자주 흘린다. 지금은 잘 쓰지 않지만, 예전에는 상대를 욕할 때에 “염병(染病)에 땀도 못내고 죽을 놈”이라고 말할 때가 있다. 이는 특히 태음인에 해당하는 말이다. 태음인은 일단 땀이 나야 정상적으로 대사가 이루어진다. 몸에 열이 많은데 땀마저 안 나면 정말 죽을 맛일 것이다. 이때 쓰는 태음인에게 쓰는 약이 웅담(熊膽)인데 요즘 웅담을 어디서 구하겠는가? 일단 아스피린이라도 먹고 땀을 내면 된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태음인은 사우나를 몇 시간씩 하여 땀을 많이 배출하여도 오히려 상쾌하나 소음인은 대체로 목욕탕에만 다녀와도 몸이 나른해지는 점에서 구별된다.
소음인은 물을 적게 마시기에 체액이 적어 소변 횟수도 적고 대변도 굳은 편이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은 변해가고 있다. 각종 매체에서 시원물을 많이 마시기를 강조하고 있으며, 더구나 얼마 전 동료 한의사의 글에서 지적하였던 “얼죽마”가 단지 성인의 “아이스아메리카노 사랑”에 그치는 게 아니라 청소년에게도 적용되는 말이다. 이 추운 날씨에도 지나가는 여학생들은 아이스크림을 입에 달고 다닌다. 얼마 전 강추위 속에서 오히려 아이스제품의 판매가 폭증하였다하여 “한국인 얼죽아는 찐이다.”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왔을 정도이다. 그뿐인가. 냉장 문화의 발달로 사시사철 찬 음식료를 이용한다. 거기에 찬 성질인 밀가루식품과 돼지고기 음식이 대중적이다 보니 소음인들의 장(腸)이 냉(冷)하여져서 배탈이 잦아지고 변이 물러지고 화장실을 자주 간다. 이를 이겨낼 방법이 없다. 반면 태음인은 본래 대변을 자주 보고 묽은 것이 정상적이다. 대변 상태로 소음인과 혼동을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서 결정적인 차이점은 태음인은 하루에 여러 번 설사를 하여도 몸에 기운이 빠지는 일이 없이 시원하다. 오히려 태음인이 변비가 오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해진다. 이때는 배를 갈아 마신든지, 혹은 변비약을 먹던 지하여 대변을 잘 봐야 한다. 그러나 소음인은 한 번 만 설사를 하여도 기운이 빠지는 경우가 많다. 흔히들 말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소음인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이런 때는 먼저 물부터 따뜻하게 마시는 습관부터 길러야 한다. 그리고 생강차를 마시고 매실장아찌를 식사 때마다 먹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찬 음식(돼지고기, 밀가루음식, 맥주 등)을 가려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하였지만 소음인은 피부색이 대체로 희고 매끈하나 태음인은 피부가 성글어서 땀이 잘 나오는 구조이다.
이상으로 소음인과 태음인의 체질감별에서 혼동을 일으키고 있는 것에 대해 언급하였지만 그래도 구별에 어려움이 많아 혼동을 주고 있는 것이 유감(有感)이다. 장이 안 좋은 소음인은 본인에게 맞지 않는 찬 음료는 줄이고 따뜻한 물을 마시는 것부터 시작하여 독자분들이 건강하게 지내시길 소망한다.
최태선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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