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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 오랜 가게 이야기<8> 실향민 출신 어머니와 딸이 50여년 이어온 진양횟집
부둣가 노점서 시작해 오징어순대 명가로 자리매김
등록날짜 [ 2024년04월08일 14시22분 ]


진양횟집 오징어순대.  

 

 속초에서 오징어순대 맛집이라면 단연 진양횟집을 손꼽는다. 진양횟집은 오징어순대를 직접 만들어 파는 식당 중에 가장 오래된 곳이다. 어머니 고 이정해씨가 창업하고 딸 이영숙 씨가 2대째 이어가는 오랜가게이다. 식당이 정식으로 문을 연 건 43년 전인 1981년이지만, 식당의 역사는 그보다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이영숙(71세) 대표로부터 오랜 가게의 내력을 들어봤다.   
 함경도 북청군 신포읍 출신인 이정해씨는 스무살 나이에 한국전쟁 때 어머니와 함께 5명의 동생들을 데리고 남한으로 피난을 내려왔다. 이정해 씨는 포항과 주문진을 거쳐 1970년대 초에 속초에 정착해, 옛 속초수협 건물 뒤 동명수산 앞 골목에서 좌판을 시작했다. 그때 수협 어판장 인근은 생선이 흔했다. 처음에는 생선을 실은 리어커에서 떨어지는 생선을 주워다가 인근 농촌지역에 반찬거리로 팔기도 했다. 이영숙 대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어판장에서 시장으로 가는 리어카에 실린 생선들이 넘쳐서 길바닥에 뚝뚝 떨어졌어요. 그러면 엄마나 우리가 나가서 양동이를 들고 나가서 생선을 주워왔어요. 엄마는 그걸 내다 팔곤 했어요. 엄마는 그렇게 어렵게 장사를 시작했어요.”
 이정해씨는 좌판을 벌였던 그 자리에 2~3평 규모의 가게를 얻어 동명상점을 열었다. 지금의 진양횟집 건물 근처였다. 동명상점은 어부들에게 술을 한 사발씩 사발떼기로 팔고, 안주로 어묵과 과자도 파는 구멍가게였다. 
 “그때는 배에서 내린 어부들이 술을 한 사발씩 사서 마셨어요. 그냥 큰 사발에 술을 부어 한 번 들이키고, 안주로 과자 하나 먹으면, 500원인가 받았어요. 술 한 사발 팔고, 오뎅과 국물을 안주로 팔고. 시간이 없고 바쁘니, 그냥 서서 술 한잔 후딱 마시고 과자나 어묵을 하나 입에 넣고는 나갔지요. 장사가 잘되어 손님들이 줄을 섰어요.”

 

생태애탕·생선회에 온갖 식해까지


 1981년 이정해씨는 30만원을 주고 현재의 식당 건물을 사서 진양식당을 차렸다.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이 살던 다다미방이 있는 집이었다. 장사를 해서 돈이 모여 옆 건물 두 채를 더 사서 가게를 넓혔다. 처음 진양식당을 열었을 때는 명태가 많이 잡혀 생태탕과 알탕을 끓여 팔았다. 
  “명태 한 마리에 애도 얼마나 크나요. 예전에 어머니는 지리(맑은탕)가 아니라 애탕을 끓였어요. 생태와 알, 곤지, 애 등을 넣고 한소끔 끓여요. 그리고 애를 건져서는 마늘, 고춧가루를 넣고 다져서 다시 냄비에 넣고 끓였어요. 바로 그게 이북식이에요. 육개장처럼 애양념이 탕에 확 풀어지는 거예요. 고춧가루 듬뿍 넣어 탕을 끓여주면, 뱃사람들이 정말 잘 먹었어요.”
 이후 이정해 씨는 예전에 명태순대를 만든 경험을 살려 오징어순대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1980년대 들어 속초 오징어순대가 별미라고 전국에 소문이 났다. 진양횟집 인근에 있던 삼영집이 오징어순대로 유명했으나 1980년대 후반에 문을 닫았다. 이후 진양횟집과 고성회관이 오징어순대 맛집으로 자리잡았는데, 고성회관은 몇 년 전에 문을 닫았다. 
 1990년대부터 진양횟집은 속초별미 오징어순대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 1990년대 초에는 MBC 문화방송 <오늘의 요리>에 출연했다. 당시 재료를 다 준비해서 싸 들고 비행기를 타고 서울 방송국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을 했다. 출연료는 따로 없고 서울행 비행기 표와 시계 하나가 답례의 전부였다. 그렇게 방송에 한 번 나가면 장사가 잘 됐다. KBS <맛따라 길따라>, SBS <출발 모닝 와이드>에도 오징어순대 맛집으로 방송되었다. 
 진양횟집은 오징어순대를 다양한 스타일로 발전시키보려고 시도했다. 카레, 다시마, 치즈, 떡, 김치도 순대에 넣어보고, 먹물오징어순대도 만들어 봤다. 지금 식당에서는 오징어순대와 먹물오징어순대, 두 가지를 만들어 팔고 있다. 진양횟집은 싱싱한 오징어에 찹쌀과 야채, 양념 등 11가지 재료를 다져 속을 채워 넣고 쪄내어 썰어 내놓는다. 
 속초에 1980년대 중반 들어 횟집이 다수 생겨났다. 주변에서 “수족관을 만들고 주방장을 들여 회를 팔면 돈을 잘 버는데, 생태탕을 팔아 얼마나 번다고 그리 고생하느냐”며, 횟집을 할 것을 권유했다. 이때부터 진양횟집은 생선회를 파는 횟집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공사로 새로 단장한 진양횟집 실내 모습.  


황어 큰 거 한 마리 1만원짜리를 손질해서 회로 팔면 5만원도 받고 10만원도 받았다. 생태탕보다 훨씬 수익이 좋았다. 명태와 오징어, 꽁치 등이 넘쳐나던 속초항 부두 경기가 점차 수그러질 때였다. 부둣가 식당에도 어부와 지역주민보다 관광객들이 더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 
 1991년에 큰 딸 이영숙 씨가 어머니를 거들어 식당 운영에 참여하게 되었다. 2000년부터는 식해와 젓갈, 건어물을 파는 ‘진양건어물’을 횟집 옆에 함께 했다. 북청 신포 출신 이정해 씨는 이북식 식해를 직접 담가 팔았다. 가자미식해와 명태식해, 햇떼기식해, 도루묵식해까지 안 담가본 식해가 없다. 딸 이영숙 씨는 어머니가 담근 식해에 대해 이렇게 기억하고 있다. 
 “명태식해 그리고 햇떼기식해, 그 다음에 열갱이식해까지 다 만들어 팔아 봤어요. 식해는 어종이 달라도 양념 재료는 다 똑같아요, 이북사람들은 가자미식해보다는 도루묵식해를 좋아해요. 도루묵 대가리를 찧어가지고 난도질을 하다시피 해서 아주 부드럽게 만들어가지고 그걸 식해로 담가요. 가자미식해는 육질하고 양념이 잘 버무려지는데 비해, 도루묵은 껍질이 매끄러워 양념이 잘 묻질 않아요. 근데 진짜 도루묵식해는 고소하고 맛있어요. ”

 

아들 합류 후 젊은 감각에 맞춰 새 단장


 진양횟집은 오징어순대 말고도 물회를 찾는 고객들이 많다. 예전에 오징어가 많이 잡힐 때는 오징어물회가 유명했다. 오징어가 귀해진 지금은 싱싱한 제철 생선으로 물회를 만든다. 새콤달콤한 물회 양념은 주방에서 직접 만들어 내놓는다. 이영숙 대표는 식당을 어머니가 남겨주신 유산으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곁가지 반찬 하나도 쉽게 내놓지 않는다. 좋은 재료를 사용해 보기 좋게 차려놓는다. 청결과 서비스에도 보통 신경을 쓰는 게 아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보면, 진양횟집 화장실에 비치해놓은 치약과 일회용 칫솔을 너무 잘 사용했다는 방문후기가 눈에 띈다. 
 지난해 진양횟집에 큰 변화가 있었다. 이영숙 대표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아들을 불러와 식당 운영을 함께 시작했다. 그리고 젊은 감각의 주방장도 새로 영입했다. 이들이 주도해 식당 내부도 젊은 디자인 감각에 맞춰 새롭게 단장했다. 파도가 치는 바닷가 모래해변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로 실내 풍경이 바뀌었다. 
 식당 메뉴에도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예전에 이영숙 대표는 반찬을 항상 12가지를 고집해 내놓았다. 손님들이 잘 안 먹어도 격식을 갖춰야 한다는 생각에 상차림 반찬은 무조건 푸짐하게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상차림을 간소화해 반찬도 먹을만한 걸로 딱 다섯 가지만 내놓기로 했다. 
대신 생선회 가격도 불경기에 맞추어 더 실속있게 조정했다. 이영숙 대표는 아무리 오래된 가게라고 해도 시대 흐름과 고객의 입맛, 취향을 맞추지 못하면 안 된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앞으로 진양횟집은 3대째 맡을 아들과 젊은 친구들이 새롭게 바꿔 나갈 것이다. 
 실향민 출신 여성이 부둣가 노점에서 시작해 구멍가게를 거쳐 속초의 별미 오징어순대 맛집으로 자리잡은 진양횟집 50여년의 내력. 거기에는 실향민, 명태와 오징어, 관광, 실향민 음식문화 등 속초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모두 담겨 있다. 속초의 키워드를 품은 진양횟집이 다시 3대째 이어지면서 또 어떻게 바뀔지 자못 기대가 된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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