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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 / 동명동 영금정(靈琴亭)의 이름은 원래 비선대(秘仙臺)였다
등록날짜 [ 2024년05월27일 13시25분 ]


 


 

속초의 유명한 관광명소 중 하나가 동명동의 영금정(靈琴亭)이다. 횟집, 속초등대와 1km이상의 방파제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지금은 관광명소로만 알고 있지만 알고보면 역사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문헌상에 기록된 영금정의 가장 오래된 이름은 비선대(秘仙臺)였다.
조선 후기 김정호가 전국을 돌며 만든 <대동여지도>에도 비선대(秘仙臺)로 기록되어 있으며, 대동여지도의 전국 각 군현을 소개한 책인《대동지지》에도 ‘(양양)부의 북쪽 50리에 있는데, 해상암석이 평평하고 넓어 가히 수십 명이 앉을 수 있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속초지역에는 두 개의 비선대가 있다. 하나는 설악산쪽의 비선대(飛仙臺)요, 또 하나는 지금 말하고자 하는 동해바다쪽의 비선대(秘仙臺)이다. 설악산의 비선대는 마고선녀가 이곳에서 설악산 경치를 구경하다가 하늘로 올라갔다고 하여 비선대라고 하였다고 한다. 반면, 동해바다쪽의 비선대는 ‘선녀들이 밤이면 남몰래 하강하여 목욕도 하고 신비한 음곡조(音曲調)를 읊으며 즐기는 곳’이라고 지역에 전해질 뿐, 정확한 유래가 전해지지는 않고 있다. 
설악산의 비선대(飛仙臺)는 현재까지 같은 이름으로 불리는데, 동해바다쪽의 비선대(秘仙臺)는 화험정(火驗亭)이라고도 하고, 지금은 영금정(靈琴亭)이라고 불리고 있다. 다만, 설악산의 비선대(飛仙臺)가 최초로 문헌상에 등장한 것은 1760년대 간행된《여지도서》이고, 청초호 동쪽의 비선대(秘仙臺)는 1530년에 간행된《신증동국여지승람》으로 동해바다쪽의 비선대(秘仙臺)가 훨씬 빠르다. 숨길 비(秘)자를 쓰는 걸 봐서 너무 좋아서 남에게 알려주고 싶지않은 곳 같다.
영금정이라는 지명이 문헌상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일제강점기시절 1926년 발간된《면세일반》으로 속초시의 옛 이름인 도천면(道川面)의 행정자료이다.

 

‘속초리 동쪽 끝 암초에 돌출해 기이한 형상과 묘한 그림 같은 것을 칭하여 비선대(秘仙臺)라고 한다. 이곳에서 바위에 기대어 내려다보면 동남쪽의 조도는 바다에 하나의 떨어진 산과 같이 구름 끝에 우뚝 솟아 송도 부근에 크고 작은 돛단배가 있는 것 같다.(중간생략) 높이 쌓은 대의 영금정은 수십척의 석벽사이에 길이 7간 폭 7간이며 골짜기 가운데 한개의 바위 봉우리가 돌출해 그 모양이 특히 신기하다고 한다.’

 

 문장을 자세히 보면 영금정은 비선대라는 지역의 일부분임을 알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차후에 이야기하기로 하자. 또한, 흥미로운 것은 1915년 양양지역의 지명을 조사한 조선지지(朝鮮地志)에는 영금정을 영구미(靈龜尾, 사진의 맨 좌측)라는 이름으로 기록하고 있다. 영구미를 한자 그대로 해석하면 ‘신령스러운 거북이의 꼬리’인데, ‘-미(尾)’는 바다 쪽으로 부리 모양으로 뾰족하게 뻗은 육지를 의미하는 고구려어로 추정되는 접미사이다. 의미를 더하자면 ‘바다 쪽으로 뻗은 거북모양의 육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고성군 아야진 마을의 속칭 ‘애기미’, 거진읍 반암리의 ‘돌구미’, 대포동의 ‘산뒤꾸미’ 등 우리 지역에도 많은 사용 흔적이 남아있다.
속초문화원에서 발간한 <속초의 옛 땅이름>에는  ‘파도가 석벽에 부딪칠 때면 신비한 음곡이 들리는데 석산 꼭대기에 올라가 보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신령이 거문고를 타는 것이라고 하여 영금정(靈琴亭)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생각하건데 ‘비선대’라는 명칭은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하였거나 유식자들 사이에서 부르던 것으로 생각되며 ‘영금정’이라는 지명은 일제강점기 전국지명 조사 시 지역민들 사이에서 불리던 ‘영구미’를 변형하여 지명한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나라 민족종교인 국선도(國仙徒)에 신라의 화랑 영랑(永郎)이 마한(고구려)의 신녀(神女) 보덕과 전국을 수행하면서 거문고(琴)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사랑을 나누었다는 기록이 전해지는데, ‘신선이 숨은 곳(비선대), 신선들이 가야금을 타는 곳(영금정)’이라는 한자 그대로의 해석을 놓고 보면 분명 고구려에서 유행했던 도교의 영향을 받았거나, 영랑과 보덕이 방문했던 장소로 연관 지을 수 있다. 우리지역 대표 호수인 영랑호(永郎湖)의 지명유래도 화랑 영랑(永郎)과 관련 있듯이 국선도의 기록이 비선대, 영금정의 지명과 개연성이 깊기 때문이다. 현재, 속초등대 동쪽에는 거문고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사실, 신라 화랑 영랑이란 인물의 실존여부에 대해서는 설화 속의 인물로 알려졌으나, 고려시대부터 북고성 삼일포(三日浦)에 ‘영랑도남석행(永郎徒南石行)’이라는 바위에 새겨진 명문이 있다는 기록이 있으며, 1970년에 발견된 울진 천전리 바위에 ‘영랑0술년사월이일성업(永郎0戌年四月二日成業)’이라는 명문이 발견되어 신라 효소왕대(재위 692∼702) 실존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영금정이 예전에 비선대라고 불렸으니 그 이름을 비선대로 바꾸자는 것이 아니다. 유명관광지의 명칭을 바꾸는 것이야말로 대혼란이 아닐 수 없다. 전국 유명 관광도시이자 대한민국 문화도시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는 속초에 그나마 남아있는 우리의 소중한 역사를 잘 기억하고 보전하는 것도 지금 속초에 사는 우리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

 

정상철
속초문화원 부설 속초학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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