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FF
뉴스홈 > 기획특집  
트위터로 보내기 싸이월드 공감 네이버 밴드 공유
쪽지신고하기 기사글확대 기사글축소 기사스크랩 이메일문의 프린트하기
속초 오랜 가게 이야기<9> 선인식당으로 다시 문을 연 선인장횟집
전설이 된 오징어물회 맛집…오래된 속초 음식 이야기 수북
등록날짜 [ 2024년05월27일 15시25분 ]


선인식당 전경. 

 

속초 청초호 북쪽 청초호반로에 자리잡은 선인식당은 지난 2020년에 문을 연 수산물 음식점이다. 20평 남짓 규모의 홀에 몇 개의 테이블을 놓고, 앞바다에서 나오는 제철 수산물로 탕과 조림, 구이를 조리해 내놓는다. 수산도시 속초에서는 지극히 흔하고도 평범한 식당이다. 
그러나 이 집이 바로 예전의 선인장횟집이라고 하면, 좀 아는 속초 주민들은 “아, 그 오래된 속초의 맛집!”하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선인장횟집 이상윤·이한복 노부부가 30여년 동안 운영해온 횟집을 정리하고, 지난 2020년 9월에 다시 작게 문을 연 곳이 바로 선인식당이다. 다시 식당 문을 열면서 남편 이상윤 대표는 더이상 회칼을 잡지 않는다. 대신 부인 이한복 대표가 속초산 제철 수산물을 끓이고 조리고 구워, 속초스타일의 바다음식을 내놓는다. 수십 년의 식당 운영으로 다져진 음식 솜씨이다. 노부부가 운영하는 선인식당에는 속초의 오래된 음식 이야기가 보물같이 수북하게 쟁여져 있다. 

 

얇고 가늘게 오징어 써는 기술
이상윤(77) 대표는 1975년 무렵에 처음 생선회 조리법을 배웠다. 속초 중앙파출소 오른편 미도파식당에서 지배인으로 일할 때, 주방일을 하는 손아래 사촌 동서한테 자연스레 회 써는 일을 배웠다. 그리고 1980년 선인장식당에서 10년 동안 주방장으로 일했다. 선인장식당은 지금의 조광주차장이 자리한 선인장여관 1층에 있었다. 
“상어나 참치같이 큰 물고기로 회를 뜨면 뼈가 많이 나왔어요. 그걸 구워서 손님들에게 서비스 음식으로 줬어요. 이게 맛있다고 소문이 나서, 선인장식당이 ‘뼈다구집’으로 불렸어요. 일부러 생선뼈구이를 먹으러 오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뼈구이에 붙은 생선살을 마치 갈비살처럼 뜯고는 ‘배부르게 잘 먹었다’고 인사까지 했어요.”  
1990년 선인장식당 주인이 서울로 이사 가게 되자, 이 대표는 식당을 인수해 선인장횟집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2000년 여관 건물이 팔리는 바람에 이 대표는 횟집을 인근 중앙다방(현재는 강원부속) 1층으로 옮겨 2020년 7월말 문을 닫을 때까지 운영했다.  
이 대표가 인수한 선인장횟집은 예전의 생선뼈구이에 이어 노랑가자미회(참가자미회, 일본말로 세꼬시) 맛집으로 이름을 날렸다. 당시 속초에서는 횟감으로 광어에만 관심이 있었는데, 이 대표가 새롭게 빼째 썰어먹는 노랑가자미회를 선보였다. 손수 2톤짜리 활어차를 몰고 양양 남애항이나 오산항에 가서 노랑가자미를 실어 왔다. 직접 사장이 활어차로 실어 오니까, 싱싱하고 좋은 노랑가자미회를 보다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었다. 
1980년대 중반부터 속초 어부들이 앞바다에서 오징어를 산 채로 잡아왔다. 당시 선인장식당 주방장이었던 이상윤씨는 속초에서 가장 먼저 산오징어회를 선보인 주방장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속초에서 처음 산오징어회를 만들었어요. 양건희 사장이 대포 어장에서 잡힌 산오징어를 사가지고 오면, 내가 다 회를 만들어 처리했어요.”
선인장횟집은 이상윤 대표가 직접 썰어 만드는 오징어물회로 유명했다.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회든 회덮밥이든 이 대표는 산오징어회를 국수가락처럼 얇고 가늘게 썰고, 야채도 오징어회 굵기에 맞춰서 가늘게 채를 쳤다. 
오징어회는 생물의 선도만이 아니라 요리사의 써는 기술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 이 대표는 광어든 오징어든 일단 생선을 도마에 올려 손질하면 손님 입에 들어갈 때까지 절대로 물을 묻히지 않는다. 그리고 연한 오징어 살에 36.5도의 뜨거운 사람 손이 거의 닿지 않도록 한다. 
오징어는 껍질을 잘 벗겨야 선도를 잘 유지할 수 있다. 오징어 껍질을 벗길 때는 오징어귀끝부분만 살짝 잡거나 칼로 오징어를 눌러 최대한 사람 손이 닿지 않게 껍질을 벗겨야 한다. 잘못하면 오징어 살이 끊어지거나 밀가루 반대기처럼 늘어난다. 이 대표는 자신은 칼질 세 번으로 오징어 껍질을 깔끔하게 다 벗겨낸다고 말했다. 보통은 껍질을 벗기면 바로 오징어를 회로 썰어 낸다. 그러나 이 대표는 껍질을 벗겨낸 오징어살을 다시 얇게 저며서 포를 뜬다. 큰 오징어는 3~4번까지 얇게 포를 뜨기도 한다. 탱탱한 식감을 유지하면서도 먹기 좋게 오징어회를 얇고 가늘게 써는 게 고도의 기술이다. 이 대표가 썰어 놓은 오징어는 ‘윤기가 나며, 더러는 살아 있는 거 같다’는 평을 받았다. 
“오징어를 얹은 회덮밥은 주로 밥을 비벼서 먹죠. 오징어회가 굵으면 이가 좋은 사람들은 괜찮지만, 오징어를 굵게 썰면 이가 좀 나쁜 사람은 먹다 보면 밥만 넘어가요. 입안에는 야채 하고 굵은 오징어회가 그대로 남아요. 산오징어를 국수처럼 가늘게 썰어주면 밥과 같이 술술 넘어가게 돼 있어요.”

 


오징어 회썰기에 대해 설명하는 이상윤 대표.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손맛
이 대표는 지난 2020년 7월 말 선인장횟집 문을 닫으며 회 써는 일에서 손을 뗐다. 이 대표는 “회를 뜨려면 칼끝하고 내 신경이 딱 맞아야 하는데, 나이 먹으니 신경이 떨어져서 자꾸 뼈가 걸리고 해서 아예 손을 뗐다”고 했다. 
선인장횟집을 닫고 부부는 더 이상 식당일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나 부인 이한복씨가 한 달 쉬어보니 심심하다고 해서 다시 2020년 9월 선인식당을 열었다. 직원으로 10년, 대표로 30년을 해온 선인장횟집을 닫을 때, 많은 사람이 아쉬워했다. 30년 단골 성영주씨는 이 대표의 요리 솜씨와 맛을 추억하는 수필을 써서 이 대표한테 보내왔다. 
성씨는 “그집에서 먹는 오징어회는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천하제일의 맛이라 장담하고 있었다”며, “이집 오징어회 맛을 보고나면 자동썰기 기계로 썰어내는 오징어회는 먹고 싶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성씨는 “내가 속초길을 우리동네 길처럼 잘 아는 것도 선인장횟집이 있어서이고, 설악산 주변을 여행하게 될 때 꼭 속초시내를 나오는 이유도 선인장횟집이 있어서인데”라며, “선인장횟집이 문을 닫는 건 나에게 있어서 정말 큰 이변”이라고 했다. 
성씨는 2020년 7월 13일 마지막으로 횟집을 다시 방문했다. 전화로 이상윤 대표한테 오징어를 사오면 썰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고 대포항에서 어렵게 오징어를 사서 횟집을 방문했다. 성씨는 “오징어를 내밀자 솜씨 좋으신 남편분의 칼질이 시작되고 그 달디단 오징어회를 게 눈 감추듯 삼켰다”며, “다시는 맛볼 수 없는 이 손맛, 솜씨”라고 감탄했다. 성씨는 “어디에서 뭘 하든, 이렇게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성공한 삶이 아닐까”라며, “나 또한 그들처럼 누군가의 기억속에 아쉬움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지금 인터넷에서 선인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후기를 찾아볼 수 있다. 아침 해장으로 대구탕을 먹으로 갔다가 내놓은 반찬과 탕에 반해서 술을 더 먹었다는 리뷰도 있고, 주인 부부의 푸짐하고 정겨운 인심이 담긴 도루묵찌개를 잘 먹고 간다는 리뷰도 있다. 10여년 전 선인장횟집 시절부터 해마다 속초 갈 때는 여기서 대구맑은탕을 먹었다는 리뷰도 있다. 
선인식당에는 수십 년 다져온 노포의 전통이 살아있다. 이상윤, 이한복 부부는 반찬은 냉동 생선을 쓰는 경우가 있어도, 주요리만큼은 절대로 냉동을 사용하지 않는 게 철칙이라고 했다. 
“식당은 재료를 어떤 걸 쓰느냐가 중요해요. 우리는 냉동 물건은 쓰지 않아요. 지금이나 그 때나 그건 내 신조예요. 냉동을 쓰면 맑은탕을 못 끓여요. 생선 선도가 떨어진 건 매운탕을 끓여 먹게 돼요.”
요즘 오징어가 귀해졌다. 한때 수산도시 속초를 대표하는 음식이었던 산오징어회를 먹기가 힘들어졌다. 산오징어회 중에서도 선인장횟집의 오징어물회는 전설의 음식이 되었다. 고집스럽게 장인정신으로 만든 음식이라 전설의 음식이고, 더 이상 그 맛을 볼 수 없어 말로만 전해오기에 전설의 음식이 된 것이다. 


엄경선 전문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 설악신문(www.sorak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이 기자의 다른뉴스보기
좋아요 0 싫어요 0
관련뉴스
- 관련뉴스가 없습니다.
설악신문 창간 34주년 특별 대담 / 제22대 국회 개원 앞둔 이양수 국회의원에게 듣는다 (2024-05-27 15:30:00)
“뻗어가는 양양에서 하나 되는 강원의 힘” (2024-05-27 15:10:00)
플라이강원 다시 난다…가전제품...
양양서 첫 개최 제59회 강원특별...
“상도문 돌담마을 숲길공원서 ...
해수욕장 개장 앞두고 상어방지 ...
고성군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 3...
“경동대 부지, 개발행위허가 제...
1
불편함 감수하면서도 ‘교복 착용 지지(57.7%)’
1968년, 문교부가‘ 학생의 학생 다움’을 강조하며...
2
가림막에 막힌 속초 백년가게 ‘냉면집’
3
플라이강원 다시 난다…가전제품 중견기업 ...
4
“경동대 부지,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 지...
5
제46회 양양문화제 20일 남대천서 ‘팡파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