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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의 창 / 문화를 보는 지자체의 시각차, 그 유감
등록날짜 [ 2024년06월03일 10시31분 ]


​강릉이 작년에 이어 두 번째 차(茶) 축제를 열었다. 성대하고 성공적이다. 이를 보니 영북 주민으로서 못내 아쉽고 섭섭한 게 있다. 고성군 군민들이 이 축제를 먼저 열었으나 성취는 강릉이 먼저 해서다. 고성은 지자체의 지원 없이 자발적으로 2020년 ‘달홀 차꽃차향 축전’을 개최했다. 이 축전을 열면서 지원과 관심을 요청했다. 유사했던 강릉과 달리 당국은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이 기회에 문화 발견과 개발에 대해 냉정한 시각으로 몇 가지 되짚어 보고자 한다.
4년 전 고성군 달홀다례회원들과 생활개선회에서 쌈짓돈을 모아 어렵게 첫 달홀차 축전을 열었다. 그러니 2023년 시작한 강릉은 고성보다 후발 주자인 셈이다. 그런 강릉이 올해는 1억 2천만 원의 시 예산으로 차 생활을 또 하나의 대표적인 문화 축제로 확대하였다. 문화를 선점한 셈이다. 고성군은? 없다. 단체 활동 공모에 지원하여 선정되면 겨우 2백만 원이다.
차 문화로 보면, 강릉은 여러 다례회가 행다 중심으로 평소 활성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도 차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차 따기인 채다와 차 만들기 제다는 먼 길 남쪽으로 가서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중 필자가 고성군 산학다원 차밭에서 하도록 소개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강릉 차 문화의 역사적 근거는 신라 화랑의 한송정 기록이다. 그 하나의 설화를 바탕으로 3대 차 성지로 주장하며 성대하게 행사로 엮어내고 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다. 문화를 읽고 엮어내는 힘이다. 고성과는 다른 마인드이다. 그러면 강릉을 경유하여 고성에 왔던 화랑이 최종 목적지인 이곳에서는 차를 마시지 않았을까? 음다 행위가 있었음은 당연하다. 여기에 고성은 차문화와 관련한 근거가 더 충분하다.​

 

1. 영랑호, 선유담, 삼일포 화랑 흔적이 더 많고, 건봉사 차 샘물과 의상대사 차 작품이 존재한다.
2. 떡차(뇌원)를 접대한 고구려 지역이자 신라 역사도 지닌 접경지이다.
3. 생태학적으로 남한 최상단 차 생산에 성공한, 중부 이상 유일한 차밭을 보유하고있다.
4. 북한의 차밭과 남한의 차밭이 성공한 남북한 동시 차 생산지이다.

 

​ 필자는 학자로서 4년 전 고구려 다례를 재구하여 조건 없이 고성군 달홀다례회(회장 박명순)에 제공하고 무보수 지도까지 여러 차례 했다. 전국 최초로 고구려 다례가 고성의 옛 지명인 달홀을 붙여 ‘달홀고구려접빈다례’라는 이름으로 시연되어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았다. 5년째 이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회원들의 쌈짓돈으로 연다. 소박하기는 하나 어찌보면 최초이자 유일한 고구려 차 문화 계승이라는 소재를 지닌 고장치곤 초라하기 그지없다. 아마 이 재료를 강릉이 가졌다면 어땠을까? 비교조차 민망하고 무안하다. 
어마어마한 문화 재료를 제공했음에도 고성군수를 비롯한 관계자는 무감각했다. 시연 당시 인사말로 생색만 냈다. 지원과 군단위 확대를 건의했으나 선거법 운운 핑계를 대고 나몰라라 했단다. 작은 다례회 행사쯤으로 본 자체가 잘못되었으니 우민한 문화 감각을 드러낸 셈이다. 하긴, 군수와 담당자만도 아니다. 관련 지원을 심사하는 위원들도 이에 관한 지식도 알아보려는 성의도 없는 사람들이다. 4년 전 구리·송파 등 관계자로부터 고구려다례 재구 행사를 제안해달라 할 때 넘기지 않은 게 간혹 후회가 된다. 고성에서는 몇 해째 나몰라 하고 있음에 실망해서다. 이제는 강릉 차 축제 때 초청장을 받는 처지가 되었으니 어떤 생각이 들까?
기왕에 문화 유감을 언급한 김에 과거 유사한 사례까지 되짚어 보자. 필자는 20여 년 전, 화랑도와 양양 무예 숭상 기록을 근거로 영북을 태권도 성지 순례지로 만들자고 <설악신문>에 칼럼으로 주장하고 여러 경로로 제안한 일이 있다. 성사되었다면 무주 태권도원과 긴밀히 연계되어 태권도 심신수련의 세계적인 순례 성지가 되었을 것이다. 문화도시 선정 속초의 자잘한 문화 산업 수백 개의 수익과 맞먹는 문화관광 수입원으로도 유용했을 것이다.
자문으로 참가한 제1회 음악축제가 폐지되었을 때 통탄한 바 있다. 전국에서 규모가 제일 큰 음악대전이었다. 다음 해에 예산 소비라는 우매한 시의원 몇 명 주장 때문에 사라졌다. 어차피 여름 성수기에 올 관광객들인데 왜 음악축제를 큰 돈 들여서 해야 하느냐 했단다. 시민의 행복권이 도외시 되었을 뿐만 아니라 K-팝 시대가 오고보니 세계적인 가요 클러스터를 놓친 격이 된 셈이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필자는 350편에 해당하는 설악과 속초(고성·양양)를 소재로 한 시를 지참하여 시장 면담도 하고, 관계 공무원에게 제안서를 내었다. 정지용·박두진·유치환·이은상·한용운· 백석 등 저명한 시인들의 시였다. 이를 연구비 수주 한 푼 없이 속초를 사랑하는 한 시민으로서 제공코자 했다. 결과는 둔감했다. 자기 고장을 예술 소재로 삼은 것에 목말라 하는 다른 지자체를 보면 안타까움이 컸다.
봉화군이 춘향전 이도령과 관련한 족보 한 줄 근거로, 영월이 김삿갓 무덤 추정 하나로, 진주가 논개, 춘천이 판토마임 1명으로 인해, 양주시는 이성계 행차 하나로 왕실 축제를 연다.  근거 자료가 비록 쥐꼬리만 하더라도 이를 가치 있게 스토리텔링하고 응용하여 선점함으로써 문화 브랜드로 키운 사례다. 
고성과 속초는 문화 개척자라 할 수 있는 시민이 꽤 있다. 그들의 노고에 의해 그나마 지역 문화가 미미하게 활성화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이들마저 문화 개발과 봉사를 해주는 일에 회의감이 들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인색하고 몽매한 지원으로 지치게 해서도 아니 될 것이다. 지자체장들이나 관계 공무원들은 문화를 해석하고 자기화하는 시각을 겸허하게 돌아보고 그 역량을 키워야 한다. 어디나 다 있는 연례적인 문화 행사에만 치중해서는 진정한 문화 발전을 이룰 수 없다. 일회성이 아닌 지역의 정체성 있는 문화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일은 미래 먹거리와도 연결되는 문제이자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무한 자산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다.

 

이만식, 시인·지식나눔장학회장·경동대 산학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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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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