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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속초시 청호동 1340번지 바위섬 조도와 우리의 슬픈 신화
등록날짜 [ 2024년06월24일 11시27분 ]


 

속초시 청호동 1340번지, 자연녹지로 된 토지…. 그 바위로 된 적지 않은 4,230평 땅에는 소나무 몇 그루 흰 등대 하나가 동해를 딛고 속초의 동쪽 맨 앞에 서서 삭풍에 젖고 젖어 있다. 
전쟁이 끝난 지도 어언 70년 세월! 고향을 코앞에 둔 실향민들이 청호동으로 한명 두명 모이고 모여서 ‘학고방’ 수도 늘었고 아바이들의 어부 협업은 시작되었다. 
바람 불고 비가 온다. 온 바다는 검은 구름투성이다. 바람은 거칠어지고 파도는 하늘을 가릴듯할 때, 청호동 백사장에는 무사 귀환을 기리는 실향민들이 모여든다. 해진 의복에 든 우산은 바람에 찢어진 지 한참이다.
저기 청호동 1340번지 돌섬…. 소나무 너머로 성덕호가 자맥질하듯 앙상한 돛대를 세운 채 곡예를 한다. 철수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치마 깃에 얼굴을 묻은 채 눈 하나는 바다를 응시한다. 부디 1340번지 옆을 무사히 지나서 항구로 들어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영희네 아빠 광덕호는 무사히 수심 얇은 소나무 바위섬 옆을 지나왔다. 영희 할머니는 안도에 한숨을 내쉬시더니 힘이 빠진 듯 주저앉으신다. 울 아빠 성덕호야, 제발 파도 부서지는 저곳을 지나 육지로 무사 귀환해 주기를….
그러나 환호와 탄식의 순간마다 마다엔 실향민의 설움이 자유 한번 피워보지 못하고 절망이 되어버리는 비애의 통곡이 있었다. 사선을 넘어 자유를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부모가 혹은 사랑하는 자식, 아니면 남편이 바로 1000미터 눈앞에서 파도를 넘지 못하고 난파의 생이별을 하는 현장을 두 눈으로 보아야 했다.
피눈물의 생사…. 그때 그 현장의 모든 것들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을 청호동 1340번지 우린 그곳을 ‘조도’라 부른다. 갈매기가 놀다 가고 가마우지도 놀았던 그곳 애환의 섬, 조도(鳥島). 속초의 그 어떤 슬픔이 이곳 조도에 비할 수 있을까?
조도는 동해 맨 앞쪽에서 우리를 언제나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자신의 아픔은 감추고 언제나 우릴 위로하듯 쓰다듬듯 서 있는 섬! 그런 그를 보고 있으면 나는 슬프다 못해 아픔이 녹아 이 바다 이 섬이 내 고향이라는 게 분명해지면서도 가슴 한곳에는 울분이 자아 나오는 것은 왜일까? 어쩌겠는가? 내 업보인걸. 우리가 조도인 것을!
또 비는 오고 나는 조도를 바라본다. 풍랑 속에서 섬을 통과하지 못한 어부 가족들의 생이별이, 그 절규가 저 바닷속에서 영화처럼 생생하다. 
청호동 바닷가 백사장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전설 하나가 70여년 전부터 만들어졌다. 그 주인공의 아들이고 딸이고 손자들인 우리는 이 이야기를 영원히 기억하고 상기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그날의 영혼들은 용이 되어 속초를 지킬 우리의 힘이 되어 주실 것이라고 확신한다.
맨발로 걸어보는 청호동 백사장. 저기 사랑의 콧노래를 부르며 다정히 걸어오는 연인들이 있다. 저들 관광객의 수많은 사랑 이야기가 모래에 파도에 숨어서 아픈 옛 신화 속에 섞이고 섞여 흔적들을 지우고 있는 오늘이지만, 우리만이라도 그날의 속초 이야기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지금 발가락 사이로 청호동 모래가 비집고 들어온다. 나는 모래를 발가락으로 움켜잡고 꼬물거려본다. 그 감촉, 그 속초 느낌은 언제나 똑같다.
조도는 속초 앞에 청호동 1340번지라는 이름을 달고 언제나 우리를 반기고 있다. 그곳은 우리만이 울분을 토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우리의 고향인 것이다. 그 어떤 도시의 사람들보다 아프게 자란 우리이기에 우리가 바르게 살 이유가 되고 누구보다 잘살아갈 이유가 될 수 있는 상징이 되는 곳이다. 이런 조도를 가진 우리는 어쩌면 아프지만 행복한 사람들일 것이다.
지금 파도가 발걸음을 잡는다. 무릎까지 찼다. 두 팔을 벌려서 하늘을 잡아본다. 바다, 하늘, 그리고 조도! 속초시 청호동 1340번지 4230평 바위섬 위에 소나무 몇 그루….
나 자신이 속초를 기억할 때 첫 번째가 조도이다. 그리고 두 번째가 청대산의 소나무 세 그루이고 세 번째는 먼듯 가까운 듯 언제나 편안한 설악산 대청봉이다.
이제 조도 부근 옛날 까맣게 미역을 채취하던 수심 5미터 내외의 미역바위 수만평의 바다 암초지대에는 미역도 성게도 백화현상으로 모두 사라졌지만 그곳에는 우리의 슬픈 신화가 아직도 살아있다. 그곳 4만여평의 암초지대의 갖가지 슬픈 신화들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우리는 우리들의 상징을 기리듯 세울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용해, 출향 기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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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신문 (soraknews@soraknew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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