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축제의 계절이다. 지역의 문화제뿐만 아니라 각급 학교에서도 다양한 축제가 열렸다.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이 1년간의 교육활동 결과를 발표하는 발표회, 연주회, 스스로 만들어가는 교내 축제가 여기저기서 잇달아 열리고 있다. 유치원 발표회에서는 다른 아이들보다 한 동작 느리게 따라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공연 중 무엇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전혀 딴 짓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이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저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게 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중학교 축제장에 가서 학교 축제에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기상천외의 코너가 운영되고, 복도와 교실 벽면에 ‘그들만의 언어’로 덕지덕지(기성세대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붙어있는 선전 포스터나 쪽지들을 보면서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왜일까?
그 이유는 한 가지이다. 그들이 유치원 아이답고, 중학생 수준답게 순수하기 때문이다. 유치원 아이들의 악기 연주에서 한 아이가 다른 음을 냈다고 해서, 우리는 아무도 그 아이가 연주를 망쳤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것을 ‘유치원 아이니까.’라고 생각하지 않고, ‘틀렸네, 실수 했네.’라는 생각을 가진 순간부터 우리는 닫힌 세상에 갇히게 되는 것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그 아이가 만들어 낸 불협화음이 또 다른 화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화음만으로 모두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불협화음은 사전적, 음악적으로 ‘안 어울림 음, 또는 엇박자 화음이라고도 한다. 동시에 울리는 둘 이상의 음이 서로 조화가 되지 않아 불안한 느낌을 주는 음이다.’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현대 음악에서는 불협화음 자체를 하나의 기교로 활용한다. 그런 의미에서 불협화음을 기교적으로 활용한다는 개념조차 없던 고전 시대에 불협화음을 자유자재로 이용한 베토벤을 천재라고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사실 음률에는 협화음보다는 불협화음이 훨씬 많으며, 이를 이용한 곡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그만큼 음악의 지평이 확대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어떻게 보면 음악에서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도 협화음보다는 불협화음이 더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 불협화음이 협화음과 어울려 또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낸다는 긍정의 힘이 없으면, 우리가 사는 세상은 늘 시끄러울 수밖에 없다.
세상에는 완벽한 일도, 완벽한 사람도 없다. 늘 아름다운 화음만이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다. 완벽하지 않은 불협화음을 협화음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게 만들지를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세상은 아름다워질 수 있다. 불협화음과 화음을 제대로 엮어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드는 지역의 리더들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KBS 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에 나오는 대사 몇 구절을 가지고 이야기 하고 싶다. 극중 효명세자 이영에게 어머니가 들려주는 말을 귀 담아 들어 보자.
‘난 세자가 눈이 밝은 왕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너무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 낮은 자리의 사람들이 보이지 않기 마련이죠. 귀가 어둡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앞에서 큰 소리 치는 사람들의 말만 들으면 안 되니까요.’
또한 극중 홍라온이 ‘저하께서 꿈꾸는 조선은 어떤 나라입니까?’ 묻자, 세자가 대답하는 말. ‘아이가 아이답게, 여인이 여인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구나.’라는 대사를 늘 기억하자고 권유하고 싶다. 우리 지역의 아이들이 아이답게, 여인이 여인답게, 청년이 청년답게 살아가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지역의 리더들만의 몫은 분명 아니다. 그러나 그러한 지역사회의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는 것은 우리지역의 각각의 영역에서 일하는 리더들의 책임과 의무임은 분명하다. 유치원 꼬마들의 연주를 들으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 나도 참 어처구니없다.
김종헌
시인·속초양양교육지원청 교육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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