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경선 선생님께서 작년 11월에 출간한 <통곡의 바다, 짓밟힌 희망>을 읽어 보았습니다. 저자는 2008년에도 <동해안 납북어부의 삶과 진실>이라는 책을 출판하는 등, 오래전부터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을 설악신문사 등을 통해서 취재 보도해 왔습니다.
덕분에 진실화해위원회에서 재심청구를 하게 되었고, 피해자 3000여 명 중에서 지난 3년 사이에 200여 명이 명예를 회복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저자에 의하면 피해자들은 국가가 보호하지 못해 멀쩡한 국민인 어민들이 북한으로 끌려간 것에 대해서, 국가는 책임지기는커녕 피해자들을 죄인으로 몰고 간 역사들을 고발하고 있습니다. 독재정권에서는 자신의 정권유지에 급급하여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습니다. 그 수많은 사례 중에서 동해안 납북어부들도 많은 부분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북한에 끌려갔던 사람들 중에서 혹시라도 북에 포섭되어 남한에 적대행위를 하게 되는 사람은 없을까를 걱정해서, 모든 납북어부를 간첩으로 만들어 버린 것은 크나큰 죄과였습니다.
거짓자백을 받기 위해서 일제 강점기에나 했던 고문들을 했고, 그 범죄자 중에는 고문기술자 이근안도 있었습니다.
고문은 성인만을 대상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생인 미성년자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그분들은 그 이후에 50년 넘게 고통을 당하며 살아왔습니다.
게다가 그 피해는 당사자에만 그친 게 아니라, 연좌제로 인해 형제자매와 자녀들에게까지도 피해가 대물림되었습니다. 수많은 가정들이 파탄 났고, 수많은 사람의 인생이 파괴되었습니다.
통곡의 바다, 짓밟힌 희망 책 표지.
다행히도 이제는 이런 시대에서 벗어났습니다. 수사상에 가혹행위는 사실상 모두 사라졌고, 연좌제도 폐지된 지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피해를 당했던 분들의 복권은 일부만 이루어졌고,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커녕 수사조차도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사회적 인식은 그 피해자들이 간첩일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있을 정도입니다.
이 사건들은 군경이 북에서 침투한 적으로부터 자국의 국민인 어민들을 보호하는 것을 실패한 데서 시작됩니다.
그렇게 끌려갔다가 귀환한 사람들에게 국가적 피해보상을 해야 하는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국민을 적으로 돌리고 거짓자백을 위해 수많은 고문을 한 사건입니다. 게다가 본인에서만 그치지 않고, 연좌제로 피해자의 가정까지도 풍비박산을 내버린 패륜적 사건입니다.
이 범죄는 피해자의 완전한 사면복권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 및 처벌이 이루어져야 하는 사건입니다. 국가적 범죄는 공소시효가 없어야 합니다. 혹시 어쩔 수 없이 공소시효를 따라야 할 경우, 처벌은 못하더라도 범죄사실은 밝혀내야 합니다.
당시의 기록들을 조사해서 누가 어떤 고문을 했고,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까지 밝힐 필요가 있습니다.
아직도 복권되지 못한 피해자들에 대한 완전한 사면복권과 완전한 피해보상이 이루어져야 하며, 이분들이 간첩이 아니고 국가로부터 억울한 피해를 받았던 분들이라는 것을 후세에 떳떳이 알려야 하겠습니다. 이 어려운 작업들을 20년 가까이 거의 홀로 해 오신 엄경선 선생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최창균 속초가좋아서울에서온치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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