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포어촌계가 지난달 12일 어촌계 사무실에서 현 상황을 공유, 대책 마련을 요청하는 간담회를 개최했다.
고성 켄싱턴리조트 신축으로 봉포 어민들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고성군 토성면 봉포어촌계(계장 배오복)는 지난달 12일 켄싱턴호텔앤리조트의 ‘그랜드켄싱턴 설악비치’ 신축 인허가 처리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고성군과 리조트 측에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공공하수처리장 방류수 문제’가 배경
고성군이 관광지로 각광 받으면서 호텔과 리조트, 아파트 등 대형건물의 건축이 이어졌고, 군은 공공하수처리장을 증설해 늘어나는 오폐수 수요를 처리하고 있다.
어촌계는 이날 “공공하수처리장에 인접한 봉포어촌계 마을어장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이 진행됐다”고 주장하면서, 고성군이 실시한 1차(관동대, 2016년), 2차(한국해양과학기술원, 2020년) 수질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자료에 따르면, 1차 조사에서 공공하수처리장에 인접한 면허 어장의 수질은 해양수산생물이 서식할 수 없는 ‘3등급 공업용수’ 수준이며, 2차 조사에서 공공하수처리 방류수로 인해 어업 생산량이 연간 약 8%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어촌계는 황폐화된 어장 복구 및 보상을 위해 고성군과 소송을 진행했고, 양측간 합의로 해당 문제는 일단락됐다.
어촌계 “자체처리 방류수로 황폐화 일조”
이번에 어촌계가 문제 삼는 것은 지난 2023년 5월 인허가된 켄싱턴리조트의 신축건물이다. 켄싱턴호텔앤리조트는 지난 2023년 5월 기존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 옆에 그랜드켄싱턴 설악비치의 신축 인허가를 받고 현재 건립 공사를 진행 중이다. 어촌계는 “기존에 켄싱턴리조트가 공공하수처리장을 거치지 않고 자체처리시설을 거쳐 하수를 직접 바다에 방류해 어장 황폐화에 일조했는데, 신축 리조트가 완공되면 더 많은 오폐수가 어장으로 방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특히, 어촌계는 “신축 인허가 전 어장 황폐화 피해 당사자인 어민들의 동의를 얻을 것을 고성군에 요구했으나 무시당했다”며 인허가 철회 및 공사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고성군 “정기 수질검사 기준치 충족”
켄싱턴리조트의 자체처리 방류수가 어장 황폐화에 일조했다는 주장에 대해, 고성군 측은 환경적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성군에 따르면, 켄싱턴리조트에서 나오는 하수는 처리용량 문제로 공공하수처리장이 해결할 수 없어 자체하수처리를 거쳐 방류되고 있으며, 군에서는 매년 1~2회 정도 수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수질 검사 결과 켄싱턴리조트의 자체처리 방류수는 기준치에 미달한 적이 없고, 신축 인허가 과정에서도 환경적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게 군의 설명이다.
공사가 진행 중인 그랜드켄싱턴 설악비치 신축 현장. 올해 하반기 준공돼 내년 오픈할 예정이다.
리조트 측 “법적·환경적 문제 없어”
켄싱턴리조트 측 역시 법적·환경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리조트의 하수처리는 군과 협력해 적법하게 처리하고 있으며, 신축 리조트도 군의 허가로 자체처리시설을 갖춰 운영할 예정으로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리조트 관계자는 “지난해 자체하수처리장을 최신시설로 정비했고, 매년 군에서 진행한 수질검사에서도 기준치를 상회하는 결과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신축 진행 시 군과 협력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소통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법령상 주민동의 절차 규정 없어
고성군이 고시한 ‘주민의견 수렴 결과 및 반영 여부 공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1월과 2023년 12월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주민들은 환경영향 최소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처방안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별도의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이에 리조트 측은 방류수 수질 기준 강화, 오수처리시설을 통한 추가처리 등 저감 대책을 계획하고 공사 및 운영에 관한 사항들을 주민들과 협의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신축 인허가 후인 2023년 12월 봉포어촌계 의견서에는 ‘신축 시 어촌계 및 어민들의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고성군이 신축 사업을 승인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으며, 리조트 측은 ‘관련 법령에 따라 필요한 모든 심의 및 승인 등 절차를 이행한 후에 사업 진행 중’이라고 답해 입장이 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관광진흥법 등 관련 법령을 검토한 결과, 인허가 절차에서 주민들에게 특별히 동의 권한을 부여하기 어렵다는 게 리조트 측의 최종 답변이었다. 결국 법령상 주민동의 절차에 대한 규정이 없어 주민동의 없이 신축이 진행되면서 갈등이 깊어진 것으로 보인다.
봉포어촌계가 공사 중단과 인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관내 여러 곳에 내걸고, 행동에 나서고 있다.
“다자간 논의 통해 대책 마련 필요”
지난달 12일 봉포어촌계 사무실에서 진행된 간담회에는 봉포 어촌계 어민들을 비롯해 김용복 도의회 부의장, 이지영 도의원, 용광열 군의장, 함형진 부의장 등 30여명이 참석, 열띤 논의가 진행됐다.
김용복 도의회 부의장은 “현재 기후 변화 등으로 군내 모든 어장의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는 실정으로, 피해 사실에 대한 좀 더 정확한 과학적 증거 및 확인이 필요하다. 서로 간의 소통의 자리를 가지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용광열 군의장은 “켄싱턴리조트 측과 어민들 간 원만한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갈등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의회가 행정과 협의해 서로 대화하고 토론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어촌계는 관내 곳곳에 ‘생활오폐수로 봉포 앞바다가 썩어가고 있다’며 공사 중단과 인허가 철회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내거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안에 켄싱턴리조트 일대에서 집회를 예고한 상황으로, 갈등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신축 리조트의 자체하수처리시설 방류수가 봉포어촌계 어장 황폐화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싸고, 봉포어촌계와 리조트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다자간 논의를 통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