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랑호 부교 모습.
속초시의회(의장 방원욱)가 지난달 30일 열린 제343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서 ‘영랑호 부교 철거 공법 및 사업비 산정 용역’ 예산안을 의결했다. 이번 예산은 철거 자체에 대한 의결이 아니라, 다양한 철거 공법에 따른 예산을 검토하기 위한 사전 조사 차원의 용역이다.
해당 용역 예산은 2025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으로 3,000만원이 편성됐으며,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날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속초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심사보고서를 통해 “집행기관의 사업 추진 목적에 따라 시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부교 철거 공법에 따른 사업비가 얼마나 필요한 건지’에 대해 알아보고자 관련 예산 편성에 동의한 것이며, 부교 철거에 대해 동의한 것이 아님을 밝힌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향후 용역결과에 따라 시의회와 집행기관 간 소통을 통해 철거예산 편성에 대한 논의와 이에 따른 의회의 의결이 있어야 할 것이며, 용역 추진 시 부교철거가 아닌 구조 변경을 통한 환경영향 저감 방안도 함께 면밀히 검토해 달라”고 요구했다.
시의회는 또 부교 철거를 위한 공유재산관리계획 수립과 관련해서는 사전에 의회와 소통하는 등 원만한 사업 추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힘써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본회의 중 신선익 의원은 “의회의 요구가 메아리로 끝나선 안 된다”며 “부교 철거뿐 아니라 존치를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용역에 반드시 반영하고, 이에 대한 집행부의 명확한 답변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방원욱 시의회 의장은 “이번 예산안은 철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이후 철거 예산이 편성될 때 다시 의회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동안 영랑호 부교 철거를 요구해온 환경단체는 환영 입장을 밝혔다. 속초고성양양환경운동연합과 ‘영랑호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은 논평을 통해 “속초시의회의 영랑호 부교 철거를 위한 비용 산출 예산 승인을 환영한다”며 “주민소송 재판부가 부교철거 이행을 주문한 지 8개월이 지났지만, 지금이라도 예산 의결에 협조해준 속초시의회에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부교는 석호 수질오염의 주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물 흐름을 방해하고 생태계 변화를 가져왔다”며, “부교 철거 예산이 하루빨리 세워져 올해 부교 없는 영랑호에서 겨울철새를 맞이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앞서 법원은 2023년 8월, 주민소송에서 ‘부교를 신속히 철거하라’는 조정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시의회는 그해 열린 2차 정례회에서 영랑호 부교 철거와 관련한 공유재산관리계획을 안건에서 제외하고, 철거 실시설계용역 예산을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이후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시의회와 시의 소극적 대응을 비판하며 시위와 성명 발표를 이어왔다.
이번 용역은 부교 존치 또는 철거에 대한 최종 판단의 기준이 될 환경적·재정적 기초자료를 마련하는 단계로, 시와 시의회의 추가 논의와 집행부의 후속 대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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