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 온 지 30년 넘은 일본인 구니사다 유타카씨.
일본어·다문화 강사로 활동
결혼이민자들 도와주고 조언
속초에 온 지 30년이 넘은 일본인 구니사다 유타카 씨는 현재 경동대학교에서 일본어와 일본문화, 다문화에 대해 가르치고 있다. 또한 건강가정진흥원의 다문화이해교육 전문 강사로 군부대나 초등학교 등 다양한 곳에서도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구니사다 씨는 일본에서 교육대학을 졸업한 후 관심을 가져왔던 한국에 왔다. 유학생으로 처음 한국에 와서 한국어를 배우고 바로 일본에 돌아갈 생각이었지만, 정이 깊은 한국인과 한국 생활이 자신에게 잘 맞아 당시 만난 남편과 결혼했고 한국에 살게 되었다.
1992년 결혼 후 바로 남편의 고향인 고성 거진에서 살았다. 어느 날 그곳에서 속초 유학 중에 알게 된 일본인 친구와 우연히 만났고, 그 친구가 살고 있는 속초의 바닷가 근처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구니사다 씨는 속초에서 아이 셋을 낳고 키웠다. 나이 차이가 얼마 나지 않은 아이들을 키우는 것이 힘들었지만, 같은 아파트 따뜻한 이웃들이 많이 도와주었다. 놀이터에 돗자리를 깔고 자신의 아이처럼 돌봐주거나, 어떤 날은 벌에 쏘인 아이의 상처를 바로 처치해줬다.
가끔 언어나 문화 차이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 일도 있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따뜻하게 받아줘 힘이 됐다. 한국은 사람들 사이에 정이 깊고 서로 관심을 가져주지만, 일본은 개인주의로 친구나 이웃들 간에도 사생활에 간섭하려 하지 않는 편이다.
오히려 사적인 일까지 파고들면 실례다. 또한 일본은 사전에 정해져 있는 규칙이나 시간 등은 꼭 지켜야 하기에 답답한 부분이 있다고 한다.
한국은 일본에 비해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아서 구니사다 씨도 자녀들을 한국 아이들 못지않게 열심히 교육했다. 아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책을 많이 읽어줬다. 일본어도 가르쳤다.
일본에서는 일본 국적을 가진 해외 거주 자녀가 일본에 일시 귀국했을 때 간단한 절차로 단기간이라도 바로 학교에 다닐 수 있다. 구니사다 씨는 아이들이 이중 국적이었기 때문에 방학 때마다 일본으로 데려가 일본의 학교도 다니게 했다. 그래서 세 자녀 모두 일본어가 능숙하고, 한 아이는 현재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니사다 씨가 결혼한 당시에는 아르바이트나 취업이 금지 돼 있어 밖에서 일하고 싶어도 일할 수 없었다. 1998년 법이 바뀌어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외국인이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개인적으로 일본어를 가르치거나 도서관에서 아이들을 위해 일본의 그림책을 읽어주는 등 여러 일을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홈페이지를 만들어 속초에 놀러 오고 싶어 하는 일본인들에게 관광지를 안내했던 일은 필자에게도 인상적이었다. 구니사다 씨는 당시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홈페이지 만드는 방법을 배워 직접 홈페이지를 제작했고, 일본 사람들과 연락해 속초를 안내했다. 지금이라면 SNS를 통해서 간단하게 해외의 사람들에게 정보를 알려줄 수 있지만, 당시에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2000년대 초 일본에서 <겨울연가> 등 한류 드라마 열풍이 불 때, 속초에서 촬영한 <가을동화>는 매우 인기 있는 드라마였고, 많은 일본인이 속초로 관광을 왔다.
구니사다 씨는 평소에 운동을 좋아해서 일이 없는 날은 배드민턴과 농구를 즐긴다. 오는 9월에 열리는 양양 강변전국마라톤대회 10km 코스에 참가할 예정으로, 시간이 있을 때는 영랑호 주위를 조깅하고 있다.
구니사다 씨는 마음이 따뜻하고 한국의 엄마 같은 사람이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일과 인간관계, 문화차이 등 여러 면에서 새로 온 결혼이민자들을 도와주고 조언을 해준다. 30년 동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자연이 풍요로운 속초에서 울산바위의 정경을 매일 보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오다아키라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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