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유가 소중한, 피아노 강사 이은솔 씨
‘편안하게, 쉽게 다가가는 클래식’ 무대 준비
고성에서 태어난 이은솔 씨는 중학교 때부터 속초에서 생활했다. 속초여중·속초여고를 졸업하고 강릉의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그는, 현재 속초에서 프리랜서 피아노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은 부모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었고, 대학 졸업 이후에도 한결같이 음악을 중심에 두고 살아왔다. 최근에는 속초문화관광재단의 문화예술인 지원사업을 통해 자신의 무대를 준비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는 클래식 공연이라도 딱딱하지 않게, 관객과 가까이 소통하는 편안한 무대를 만들고자 한다. 익숙한 곡을 재구성하고, 소규모 공연장에서 대화를 나누며 음악을 전하는 공연을 준비 중이다. ‘편안하게, 쉽게 다가가는 클래식’이 그가 추구하는 방향이다.
어릴 적 기억 속의 속초는 축제와 행사로 가득한 곳이었다. ‘MBC 음악캠프’ 같은 방송 무대가 여름마다 열렸고, ‘동방신기’처럼 당대 인기가수들을 실제로 볼 수 있었다. ‘설악문화제’나 ‘연등행사’ 등 도시 곳곳에서 열리던 거리 축제도 큰 추억으로 남아 있다.
30대 중반 결혼적령기의 나이라 주변에 결혼한 친구도 있지만, 미혼인 친구도 많다. “요즘은 못한다기보다 굳이 해야 할까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아요.”
그는 속초라는 지역의 특성도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자주 모이고 어울릴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지역이 좁다보니 누구를 만나도 결국 지인과 연결되어 있어 관계 맺기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은솔 씨는 청년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고 일상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이나 문화가 더 생기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속초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다. 학창시절엔 속초를 떠나 ‘인서울 대학’을 가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지금은 바다와 산, 호수를 가까이 두고 살아가는 일상의 여유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다만 지역 내 의료 인프라나 출산·보육 환경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속초에 계속 머물고 싶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자연과 함께하며 문화예술인으로서의 꿈을 이어갈 수 있는 공간, 그것이 지금의 속초라는 것이다. 지역에 뿌리를 두고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그의 삶은, 익숙하지만 결코 멈추지 않는 리듬을 닮아 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 위해, 직업군인 황호영 씨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삶이 원칙”
속초에 거주 중인 황호영 씨는 본업(직업군인)과 가정, 그리고 지역의 일원으로서 조용하지만 단단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는 특별한 성공보다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는 삶에 더 큰 가치를 둔다.
“출근하면 제 업무 시간에 늘 최선을 다하려 해요. 퇴근 후에는 즐겁게 가사를 돌보고, 현명하게 아이를 키우면서 적은 돈이지만 재테크도 하려고 해요. 몸과 마음이 건강한 내가 되는 것, 그게 제가 원하는 삶이에요.”
황 씨는 자신의 직업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꾸준히 자기계발도 병행하고 있다. 자격증 취득을 목표로 공부를 이어가고 있고, 새벽 시간에는 수영이나 헬스, 러닝을 통해 체력 단련도 병행하고 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나아가고 싶어요.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가는 게 제 삶의 원칙이에요.”
삶의 관심은 자신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 황 씨는 자신이 살아가는 지역에도 바라는 점이 있다고 했다. 특히 아이들을 위한 교육환경에 대해 관심을 전하며, “아이들이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해요”라고 말했다.
지역에서 다양한 수업을 접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해 언급하며, “취미활동을 위해 뭔가를 배우는 데 있어 상대적으로 소외되는 부분이 많아요. 그 부분에 지역사회나 행정이 더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전했다.
황 씨는 또 하나의 지역 과제로 ‘폐가 문제’를 지적했다. “동네를 다니다 보면 방치된 빈집이 많아요. 위험하기도 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죠.”
그는 이런 공간들이 재건을 통해 지역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방향으로 활용된다면,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작은 변화들이 마을을 바꾸고, 결국 그 변화가 주민들의 삶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믿어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여전히 쉽지 않다. “가장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래도 그 안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으려고 노력해요. 지치지 않으려면 그렇게라도 해야죠.”
황 씨는 완벽한 삶보다는 지금처럼 꾸준히 살아갈 수 있는 일상을 바란다고 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조금씩 움직이는 삶, 그게 제가 바라는 삶이에요.”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고향에서의 삶에 만족, 속초시 공무원 심영찬 씨
“성실하게 일하며 조금씩 나아가고 싶어요”
속초시 조양동행정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심영찬 주무관은 속초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다.
그는 속초에서 초·중·고를 졸업하고 대전에서 대학을 다니다 자퇴한 후, 고향에 돌아왔다. 평범한 회사원을 꿈꿨지만, 공무원이었던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1년 반 정도 준비한 끝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했다. 그리고 어느덧 10년이 흘렀다.
“복지사각지대에 놓인 분들을 발굴해서, 필요한 복지서비스나 민간 자원과 연계하는 일을 해요. 직접 찾아가서 상담도 하고, 도와드릴 방법을 같이 고민하죠.”
업무의 특성상 힘들 때도 적지 않지만, 보람 있는 일이다. 특히 잊지 못하는 건, 어느 날 한 어르신으로부터 받은 손편지다.
“큰 도움을 받았다며 편지를 보내주셨는데, 내가 누군가에게 정말 필요한 일을 하고 있구나 싶어서 울컥했죠.”
공무원 생활이 성격에도 잘 맞고 보람도 느끼기 시작하면서 그는 자연스럽게 고향에서의 삶에 만족하게 됐다.
“공직을 한다면 당연히 속초에서 하고 싶었죠. 친구들 이야기 들어보면 속초가 참 좋은 곳이에요. 자연도 가깝고, 사람도 정이 있어요.”
어릴 적 그가 기억하는 속초는 논밭이 펼쳐져 있던 조용한 동네였다. 지금은 건물도 많아지고 사람도 늘었지만, 고향이라는 정서는 그대로 남아 있다. 다만, 같은 1990년생 친구들이 여전히 속초에 많이 남아 있느냐는 질문에는 잠시 망설였다.
“반반이에요. 일자리가 많지 않다 보니 떠난 친구들도 많고요. 남은 친구들은 그래도 끈끈하게 잘 지내는 편이에요.”
꿈을 묻자, 그는 웃으며 솔직하게 답했다. “빨리 승진하고 싶어요. 특별한 건 아니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싶어요. 조용하게 오래오래.”
속초에서 살며 공직생활을 이어가는 동안, 도시의 풍경도 조금씩 바뀌었다. 어릴 적 뛰놀던 논밭 자리에 아파트가 들어섰고, 사람들의 삶도 달라졌다.
어릴 적엔 놀기 좋아하던 평범한 아이였지만 지금은 고향을 지키는 든든한 공직자가 된 그의 모습은, 마치 변함없는 설악산과 동해, 청초호처럼 잔잔하고 단단하다. 이처럼 묵묵히 뿌리를 내려가는 1990년생들이 있기에, 속초라는 도시는 오늘도 단단하게 자리를 지켜가고 있다.
정채환 기자 gukyo10128@gmail.com
쉼과 회복의 시간, 미술 강사 손민정씨
‘방과후 미술학원’ 설립 꿈꾸며 재충전
속초에 거주하는 손민정 씨는 방과후 미술 강사로 5년간 활동해왔다. 현재는 활동을 잠시 멈추고 자신을 위한 안식년을 보내는 중이다. “쉬면서 미술 지도사 자격증을 업그레이드하고, 지역 커뮤니티와 협업해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저만의 경쟁력을 더 키워가고 있어요.”
그에게 속초는 선물 같은 도시다. “이 멋진 곳에서 제가 좋아하는 그림과 아이들, 사람들과 함께 하루하루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어요.”
하지만 속초에 대한 애정만큼,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도 분명하다. “속초는 문화생활을 경험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아요. 미술이나 예체능 분야에서 더 많은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손 씨는 자신이 가진 전문적인 지식과 창의융합 미술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에게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자 한다.
지역의 미래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속초는 자연경관과 관광지가 풍부한 도시죠. 하지만 이곳에 사는 사람들과 방문객들이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변화와 발전이 필요해요.”
그는 예술 체험, 지역 문화와 역사 등을 포함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활성화된다면 관광산업과 지역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손민정 씨는 긴 활동 후 찾아온 번아웃을 회복 중이다. “창의력과 에너지를 계속 요구받는 직업이라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피로해졌어요. 지금은 갑자기 모든 것이 멈춘 상태고, 일상생활의 리듬도 많이 깨진 것 같아요.”
그는 무리하게 달려온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지금은 조금씩 운동도 하고 하루하루 여유를 즐기면서, 일일 알바도 병행하며 조금씩 경제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요.”
회복은 곧 새로운 도약의 발판이다. 손 씨는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충분히 갖고, 다시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1~3년 내 방과후 미술학원을 설립해 자신만의 교육 브랜드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금 여유가 된다면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미술 교육 콘텐츠도 제작해보고 싶어요. 이를 통해 부수입을 늘리고, 교육 커뮤니티도 확장하고 싶습니다.”
손민정 씨에게 속초는 단순한 거주지가 아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펼치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과 일상을 나누는 터전이다. 그는 지금도 그 자리에서, 더 나은 내일을 준비하고 있다.
홍기성 기자 cogship@naver.com
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연극배우 윤국중 씨
“즐겁게 일하며, 연기 끈 놓지 않을 환경 바라”
속초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강원도에서 연극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윤국중은 연극으로 시작하여 현재 뮤지컬과 단편영화까지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나이가 들어도 이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배우로서의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대표작으로는 <6월 26일>, <그날, 그날에>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패스>, <강릉 야화_홍장편>, <냉면 한 그릇 후루룩 넘기듯> 등 노래를 부르는 작품들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배우 활동과 함께 의미 있는 경력으로 ‘제진역 통일로 가는 평화열차 체험장’에서의 근무를 꼽았다. “같은 예술 분야에서 월급을 받으면서 할 수 있었던 직장 생활이었어요.” 제진역에서의 경험은 예술과 현실 사이의 균형을 배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진정한 배우는 살아가며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그의 철학은 현실의 어려움 속에서도 빛을 발한다. 제진역에서의 경험은 그에게 예술과 생계 사이의 갈등을 해결하는 법을 보여주었다. 예술 분야에서 월급을 받으며 일했던 시간은 윤국중에게 안정적인 창작 기반을 제공했고, 이는 그가 꿈꾸는 이상적인 예술가의 삶과 맞닿아 있다. 제진역에서의 경험처럼 안정적인 창작 환경이 주어진다면 더 많은 예술적 성취가 가능하리라는 믿음을 그는 가지고 있다.
그는 지역 정책이 관광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는 현실에 아쉬움을 표하면서, 예술인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환경을 꿈꾸었다. 속초에서도 상설 공연처럼 “즐겁게 일하며, 연기의 끈을 놓지 않을”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다.
‘살아가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꿈은 단순한 생계 문제를 넘어선다. 시립극단 소속이나 영화배우가 되어 안정을 찾고 싶지만, 더 깊은 곳에는 예술을 통해 영원히 남고 싶다는 열망이 자리하고 있다. “죽기 전에 내가 나온 멋진 영화 한 편이 남아서, 내 얼굴이 평생 기록으로 남았으면 해요. 그걸 통해 내 주변 사람들이 나를 오래 기억할 수 있길 바라요. 그런 작품을 꼭 남기고 싶어요.” 그의 말에서 영원을 갈망하는 예술가의 본질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예술하는 사람들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고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라며 동료 예술인들을 향한 따뜻한 응원을 전했다.
손미애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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