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2일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이 춘천지법 강릉지원에서 열린 재심에서 5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장근창씨를 축하했다.
박선영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장이 납북귀환어부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하루빨리 특별법이 제정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 22일 오후 3시 강릉에서 열린 동해안 납북귀환어부 피해자와 간담회 자리에서 “남북관계가 안 좋던 시절에 납북 피해를 겪고 돌아온 수천명의 어부들이 다시 우리 정부로부터 불법 감금을 당하고 큰 고초를 당했다”며, “진실화해위의 진실규명 결정에 따라 동해안 피해자들 재심 무죄선고가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피해회복을 못한 분들이 많은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다른 무엇보다도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면 특별법을 제정해 속도감 있게 해결하는 게 가장 좋은 방안”이라며, “납북귀환어부 특별법 제정은 국민적 공감대가 이미 형성되어 있으니, 피해자 단체가 나서서 강원도 출신 국회의원을 비롯해 여러 경로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것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2시 10분 춘천지법 강릉지원에 열린 납북귀환어부 재심 선고공판 후 가진 간담회에는 속초·고성의 납북귀환어부 피해자 6명과 가족 5명, 지원활동가 등 14명과 박선영 진실화해위원장, 진실화해위 관계자들이 함께 자리했다.
이날 간담회에 앞서 열린 재심 선고 공판에서 5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협동호 선원 장근창(71) 씨는 “어린 나이에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은 게 평생의 한이 되고 자식들한테도 피해가 갈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 무죄를 선고받으니 훨훨 날아갈 듯한 기분”이라며, “피해자들이 많이 연로하신 만큼 하루빨리 죄를 풀어 주고 빨리 보상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씨는 1971년 17세 나이에 납북, 다음해인 72년 5월 10일 귀환해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았다. 지난해 2월 6일 진실규명결정을 받고 재심을 신청해 1여년 만에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납북피해자 김○수(71) 씨도 자신의 피해사례를 토로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씨는 속초 제2승해호 선원으로 17세 어린 나이에 납북되어 1년 후인 1972년 9월 7일 속초항으로 귀환해 반공법 위반으로 처벌받고, 군 복무 중에 다시 간첩으로 몰려 10년간 옥살이를 했다. 김 씨는 지난 2023년 5월 10일 진실화해위에서 납북귀환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받아 이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며, 다시 올해 3월 25일 10년 복역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결정을 받아 지난 4월 17일 강릉지원에 재심을 신청했다.
김 씨는 “10대 나이에 납북귀환해 평생 내 삶이 다 망가져 버렸는데, 70살이 넘어 의지할 데 없는데 무죄를 선고받고 보상 몇 푼 받는다고 내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며, “다른 무엇보다 국가가 잘못을 제대로 인정하고 제대로 명예회복을 해달라”고 말했다.
같은 승해호 선원 김○호(84) 씨는 “어린 딸이 사찰 경찰관만 나타나면 ‘아빠, 그 사람 또 왔어. 빨리 숨어’라고 하던 말이 생생하다”며, “국가가 재심에서 무죄 선고해 준 걸 무슨 큰 일을 한 것처럼 이야기하는데, 수십 년간 우리를 불법사찰한 것을 제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엄경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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