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호 강원특별자치도의원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 총인구 대비 장애인 인구비율은 5.1%이며 그 가운데 약 88%가 사고나 질병 등 후천적 원인에 의해 장애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애는 남의 일이 아니고, 우리 모두에게 해당한다는 인식변화가 장애인 문제 해결의 시발점이다.
매년 4월 20일은 장애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의 날이다. 이즈음, 각 시군에서 개최된 행사를 통해 함께 장애인인권선언문을 낭독하고, 우리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각오를 다짐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우리 도민들과 공직자들의 노력으로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점차 개선되어 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자신의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학대나 차별을 받은 것조차도 느끼지 못하며, 시간이 한참 지나고 주위 분들의 신고로 인해 발견되는 지적장애인들에 대한 학대 사례들이다.
장애인복지법 따라 각 시·도에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당당한 사회구성원으로 자주적 삶을 살아가도록 권익을 옹호하고 조력하며, 누구도 장애로 인한 부당한 차별과 학대없이 평등하고 자유로운 삶이 보장되도록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장애인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기관으로,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무엇보다 의지하고 있는 곳이다.
장애인 학대, 지침 어기고 늑장 조사
안타깝게도 장애인에 대한 학대 사례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그 중, 최근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면, 먼저 지난 5월 보도된 제주도 사례이다.
장애인을 보호해야 하는 권익옹호기관에서 지적장애 여학생 성추행 사건이 벌어졌다. 10대 지적장애 여학생이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50대 조사관에게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고, 경찰조사를 거쳐 현재 구속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고, 추가 피해자가 또 있다는 진술도 확보한 상태로 정말 있어서는 안 될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개인의 일탈을 넘어 시스템의 문제로 발견되는데, 정부 지침을 보면 장애인 학대 조사는 2인 1조가 원칙이고, 피해자에 대한 상담은 성별 안배를 고려하라는 지침을 어긴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이 기관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원의 수는 센터장을 포함해 6명으로 인력의 한계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두 번째 사례는 우리 도의 얘기이다. 영동지역의 한 장애인 이용 시설에서 반복적으로 장애인에게 고성을 지르고 나무막대기로 때렸다는 학대 혐의로, 산하시설 직원인 A씨가 같은 협회 다른 시설의 직원을 올해 2월말 강원도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은 조사를 거듭하면서 우리 도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다.
30살이 넘은 지적장애인에게 나무막대기를 휘두르는 듯한 음성파일이 나오고, 그 나무막대기가 시설 사무실에 ‘사랑의 매’라는 글씨가 쓰인 채로 버젓이 걸려 있는 정말 충격적인 영상도 나왔다.
또한 지적장애 4명의 여성에게 당사자와 부모의 동의도 받지 않고 호르몬 피임장치 시술까지 받게 하는 등의 인권침해 사항까지 추가로 밝혀져, 결국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된 상태이다.
고발되면서 불거진 이 사건의 더 큰 문제는 관련 지침에는 신고를 받고 72시간 내 조사를 하게 되어 있는데 8일이 지나서야 권익옹호기관의 조사가 이루어진 점, 그리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분리 조치가 즉시 이루어지지 않고 두 달간 같은 공간을 사용한 후 뒤늦게 이루어진 점, 또한 해당 지자체의 소극적 대응 등에 대한 문제점들이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의회와 머리 맞대 해결책 찾아야
마찬가지로 우리 도 권익옹호기관도 기관장을 포함해 7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발 빠른 조사 및 조치가 사실상 힘든 상황이다. 조사와 가해자 분리 조치가 늦어질수록 2차 가해와 회유 등 피해 장애인과 가족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발생할 우려가 상당히 크다.
우리 도는 면적이 제주도에 비해 9배나 넓고, 17개 시도 중 경북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지역이다. 영동과 영서라는 특수성 또한 있기 때문에 경기도와 충청북도처럼 2곳씩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운영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2017년, 충청북도는 2023년에 각각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을 추가로 설치하여 운영하고 있다.
장애 아이를 둔 부모들의 공통된 소원은 단 하나! “내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게 해 달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위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 도의 어려운 예산상황을 알기에 지금 당장 무조건 바로 설치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강원도 차원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현황을 파악해 본 후, 의회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아 줄 것을 도의회 의원이면서, 지적장애아를 둔 부모의 입장에서 간곡히 당부드리는 바이다.
끝으로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를 가로막는 다양한 장벽과 인권침해에 맞서, 장애인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도와 도교육청 공직자분들의 노력을 당부드리며, 장애인에 대한 우리 도민들의 더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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