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자 할머니가 그림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자연, 가족, 기억, 그리고 노동. 여든이 넘은 어르신의 첫 그림 전시가 조용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이달 14일부터 7월 6일까지 고성군 대진항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 갤러리 1층에서 열리는 그림 전시회의 작가는 올해 여든여덟 살의 정숙자 할머니다.
1938년 속초시 노학동에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도 다니지 못한 무학(無學)의 삶을 살아왔지만, 여든을 넘긴 나이에 경로당에서 처음 붓을 들었다. 그림은 그에게 단순한 취미가 아닌, 살아온 세월을 풀어낼 수 있는 또 하나의 언어가 되었다.
‘그리 살다 보면 웃을 날도 오겠지’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전시회에는 총 25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모두 정 할머니가 여든 이후 직접 그린 작품들로, 그림마다 자연, 가족, 기억, 그리고 수많은 노동의 시간이 담겨있다.
고성평화지역아트센터 갤러리에서는 <그리 살다 보면 웃을 날도 오겠지>라는 제목으로 정 할머니의 삶은 담은 그림 25점을 전시한다.
남편 없이 자녀를 키운 정 할머니는 셋방살이와 땔감 장사, 송아지 키우기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집 앞 작은 연못과 사계절 피는 꽃, 가족과의 추억, 시집올 때 가져온 살림살이까지 모든 삶의 풍경이 이제 그림이 되어 전시장에 걸렸다. 단순한 회화 전시회라기보다 ‘한 사람의 인생이 예술이 되는 순간’을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를 기획한 이영숙 사진작가는 “이번 전시는 잘 그리고 못 그리고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무게와 따뜻함을 함께 나누는 자리”라고 말했다.
이진수 관장은 “단 한 번도 예술가라 불린 적 없던 한 분의 인생이 그림이라는 언어를 만나 삶의 언저리를 마련한 자리”라며 “정숙자 할머니의 그림은 화려하지 않지만, 한 사람의 인생과 살아온 기억, 사랑이 조용히 펼쳐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누군가에겐 서툰 그림처럼 보일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오랜 위로가 된다”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온 시간이야말로 진정한 자격이며, 이 전시야말로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우리의 신념을 실천한 가장 소중한 예”라고 덧붙였다.
관람은 무료다. 평범한 삶에서 피어난 진솔한 이야기 한 점 한 점이 관람객의 마음을 조용히 두드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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