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장 먹거리 부스에는 이른 아침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대진연승협회가 운영한 문어 숙회 판매 부스에서 어민들이 방금 잡아 올린 대문어를 손질하고 있다.(사진 제공: 고성군)
“승리호 타실 분, 이쪽으로 따라오세요!”
지난 8일 오후 고성군 대진항 축제장. ‘저도어장 가까이 가기’ 체험 부스 아래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한낮 햇볕에 후끈한 날씨였지만, 어선이 푸른 물살을 가르며 항구를 나서자 체험객들의 얼굴에 금세 상쾌한 표정이 웃돌았다. 배 위에서 맞는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몸을 스칠 때마다 몸의 열기도, 육지에서의 근심도 덜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저기 보이는 곳이 명파리, 우리나라 마지막 마을입니다. 그리고 앞에 보이는 부표가 북방한계선이에요.”
선착장에서 출발한 체험선이 고성군 최북단 저도어장 해역으로 나아가고 있다. 푸른 동해를 가르며 바닷바람을 맞는 참가자들의 얼굴에 연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저도어장 체험선을 조종 중인 김창수 선장. 저도어장에서 30년 넘게 조업해온 그는 참가자들에게 북방한계선과 저도어장, 명파리와 이북의 저진항에 대해 설명했다.
김창수 선장의 설명에 승선객들은 연신 셔터를 눌렀다. 간성에서 왔다는 한 가족은 “설명까지 곁들여주셔서 좋았어요. 더워서 걱정했는데 바닷바람 맞으며 시원하게 즐겼어요. 배를 탈 일이 흔치 않은데, 어촌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체험 같았어요”라며 웃었다.
이번 ‘저도어장 가까이 가기’ 체험은 6년 만에 열린 ‘제5회 저도 대문어축제’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다. 축제 개시 전 사전 모집이 시작되자마자 1시간 만에 예약이 모두 마감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평소에는 민간인 접근이 제한된 동해 최북단 민감 해역을 어선으로 직접 둘러볼 수 있다는 점에서 참가자들에게 특별한 기억을 선사했다.
고성군 현내면 저진리 앞바다에 위치한 저도어장은 총 15.6㎢ 규모로, 북방한계선(NLL)과 불과 1.8km밖에 떨어지지 않은 해역이다. 청정한 수질과 암반 지형 덕분에 대문어, 대게, 해삼 등 고부가가치 수산물이 풍부하게 서식하며, 고성군 어민에게 매년 4월부터 12월까지 한시적으로 개방된다.
김인섭 고성문화재단 사무국장은 “올해 다소 급하게 준비된 측면이 있지만, 내년에는 해설사를 배치해 고성 최북단의 생태·역사·안보적 의미까지 더 풍성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밝혔다.
축제는 지난 7~8일 고성군 현내면 대진항 일원에서 개최됐으며, 이틀간 약 3만5천명의 관광객이 다녀가며 대성황을 이뤘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6년 만의 재개라는 점에서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이번 행사는 고성문화재단이 처음 주관하고, 고성대문어축제위원회가 공동 운영을 맡아 새로운 방향성을 시도했다. 지역 자원을 중심으로 한 로컬 축제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체험형 프로그램을 확장한 것이 특징이다.
문어 경매 이벤트 ‘문어낙찰 RUN’에서 낙찰된 대문어를 들고 환하게 웃는 참가자들.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함께 참여하며 열띤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사진 제공: 고성군)
축제의 중심은 단연 ‘문어’였다. 대진연승협회(문어잡이 어선), 대진자망협회(그물 어선), 현내면 부녀회 등이 직접 참여한 먹거리 부스에서는 방금 잡아 올린 대문어 숙회, 문어 무침, 문어 전 등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었다.
다양한 연령층을 고려한 체험형 프로그램도 돋보였다. 아이들과 부모가 함께 즐기는 ‘문어올림픽’, 문어를 판화로 남기는 ‘문어 판화 체험’, 퀴즈로 배워보는 수산상식 프로그램 ‘문어 퀴즈 배틀’, 이벤트 경매인 ‘문어낙찰 RUN’까지 세대 간 소통과 체류 시간 확대를 고려한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내면 상가 이용객을 대상으로 3만원 이상 영수증을 제시하면 고성사랑상품권 5천원을 환급해주는 소비 환급 이벤트는 지역경제에 적지 않은 활기를 불어넣었다.
이번 축제는 먹거리와 체험, 역사성과 지역 자원이 어우러진 고성형 축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군은 ‘저도 대문어축제’를 해양생태, 식문화, 지역경제를 연결하는 대표 로컬 콘텐츠로 지속 발전시킬 계획이다.
함명준 군수는 “대문어 축제는 단순한 먹거리 행사가 아니라, 고성의 자랑스러운 수산자원과 지역 공동체가 함께 만든 문화관광 브랜드”라며 “주민과 관광객이 함께 즐기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더하는 축제로 지속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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