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국립공원·신흥사, 9일 3자 업무협약 체결
진입도로 확장·계곡 탐방로 신설…내년 하반기 착공 예정
“버스 전용차선·트램 등 중장기 교통대책 기반될 것”
설악산 소공원 진입도로 및 신규 계곡 탐방로 위치도. 파란 선은 폭 8m에서 12m로 확장 예정인 진입도로(1.6km), 노란 선은 파크호텔 인근 국립공원 경계부터 시작하는 신규 탐방로(1.3km)를 나타낸다.
국립공원 지정 55년 만에 설악산 진입도로 확장이 추진되면서, 교통난 해소와 지역관광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속초시는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신흥사와 지난 9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설악산 소공원 진입도로 확장 및 신규 탐방로 조성 사업’을 위한 3자 업무 협약식을 개최했다. 이번 협약은 국립공원 계획 변경 고시(환경부 고시 제2025-85호)에 따른 후속 조치로, 사업 추진을 위한 기관 간 협력체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설악산 국립공원 내 소공원 일대는 탐방객 62%가 집중되고 있으며, 특히 가을철이면 하루 30만명 이상이 방문하면서 1.5km 진입 구간에서 1~2시간 이상 지체되는 극심한 교통 혼잡을 빚어왔다.
협약에 따라, 시는 소공원 진입도로(연장 1.6km, 폭 8m→12m) 확장과 신규 탐방로(연장 1.3km, 폭 3m) 조성에 필요한 인허가 및 행정 절차를 주도하고,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는 탐방로 조성과 관련된 시설 공사와 유지 관리를 맡는다. 신흥사는 편입 토지 제공과 협조를 약속했다.
이번 사업은 총사업비 184억원 규모로 추진되며, 속초시는 진입도로 확장에 75억원을, 국립공원공단은 계곡 탐방로 신설에 109억원을 각각 투입할 계획이다.
두 사업 모두 국비 비중이 높아 행정적 부담은 비교적 낮은 편이며, 올해부터 접경지역으로 지정된 시는 특수상황지역 개발사업비를 확보해 진입도로 사업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9일 속초시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설악산 진입도로·탐방로 조성사업 추진을 위한 업무협약식’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업은 속초시,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신흥사가 공동으로 추진하며, 이날 지역 주민 대표들도 참석했다.
이날 3자 협약식에서 이병선 시장은 “설악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 55년 만에 이뤄지는 역사적인 일”이라며 “이번 사업이 설악동 재건사업과 함께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버스 전용차선, 트램 등 중장기 교통대책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병관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은 “자연 생태계 보호, 탐방 서비스, 지역 협력이라는 국립공원의 3대 역할 중 ‘지역 협력’이 한국은 여전히 약하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설악산 관리의 전환점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혜 신흥사 주지 스님은 “설악산을 지켜본 55년의 세월 속에서 진입도로 확장과 탐방로 조성은 지역의 오랜 숙원이었다”며 “시민과 관광객이 모두 만족할 수 있도록 신흥사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설악산 소공원 진입도로 확장
이번 협약식에서는 지역주민과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됐다. 행사에 참석한 설악동 주민들은 “도로 확장이 주차타워 확대의 명분이 되어 기존 상권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를 전했고, “5~6년 내 트램 도입을 통해 B·C지구, 화채마을 주민들이 생존 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현 소장은 “트램 도입은 국립공원 계획에도 반영되어 있으며, 속초시 및 관계 기관과 적극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고, 시 관계자는 “행정 역량을 120% 동원해 주민과의 상생을 이뤄가겠다”고 답했다.
설악동 숙박업계에 종사하는 이은숙 뉴스타트 설악리조트 대표는 “지역 상인들도 작고 정갈한 마켓을 만들어가야 한다. 탐방로 조성은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첫 단계”라고 말했다.
주민 대표로 참석한 엄산호 설악동번영회장 또한 “주민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사업을 진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기자들의 질의에서는 탐방로와 도로 공사의 착공·완공 시점, 탐방객 동선 유도 방식, 외국인 방문객 증가에 따른 대응 등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측은 “탐방로 개설은 빠르면 2026년 하반기, 도로 확장은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될 예정”이라며 “탐방로 개설이 먼저 완료돼야 도로 인도 구간을 철거하고 차선을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현재 1.5km 구간에서 성수기 30~50분 이상 소요되던 지체 시간은 사업 완료 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외국인 탐방객의 경우 연간 약 20만명이 방문 중이며, 저지대 숙박 및 체험 중심 관광으로 유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속초시는 협약 체결 이후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설계, 인허가, 예산 집행 등 후속 절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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