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해경 경비정 72정이 고성 거진 바다에 침몰한 지 올해로 45년에 이른다. 60톤급 72정은 1980년 1월 23일 오전 5시쯤 고성 거진항 동쪽 4.6㎞ 해상(2.5해리)에서 경비 임무 중 200t급 207함과 충돌해 침몰했다. 기상 악화와 항해 장비 고장 탓이었다. 이 사고로 72정에 타고 있던 경찰관 9명과 전경 8명 등 17명 전원이 순직했지만, 신군부 초기 당시 일어난 사고라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고,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실종 승조원들은 유해가 수습되지 못한 채 속초시 장사동 해경 충혼탑에 이름만 새겨졌다.
72정 침몰사고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38년이 흐른 2018년이었다. 그해 6월 현충일에 승조원 유가족들이 속초 장사동 해경 충혼탑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진상규명과 선체 인양을 요구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다음 해 3월 침몰해역인 거진 앞바다에서 72정 탐색작업에 본격 착수해 침몰 추정 해상에서 북쪽으로 1㎞ 정도 떨어진 수심 100여ｍ 지점에서 선체를 찾았다. 이에 따라 유해 수습과 인양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예산 삭감 등으로 선체 인양이 이뤄지지 않다가, 선체가 발견된 지 6년여만인 지난 18일 현장조사가 이뤄졌다. 이번 조사에는 해군 잠수함구조함인 강화도함(5600톤급)이 투입돼 선체 외부 탐색과 선체 상태 확인 등이 이뤄졌다. 해경은 향후 인양 검토 연구용역 결과를 토대로 최종 인양 가능 여부를 판단할 방침이다.
이날 현장 조사에 함께 한 유족들은 “유족들이 고령인만큼 하루빨리 인양이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해상 경비 임무 중 침몰해 17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40여년 간 손 놓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관계기관은 하루빨리 선체를 인양하고 유해를 찾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낼 수 있도록 전력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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