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 실향민문화축제’ 개막식이 열린 속초 엑스포 잔디광장 메인무대 전경.(속초시 제공)
“그 명태 회냉면 면발이 질겨서 어디 목구멍으로 넘어가겠습니까?”
“평양 냉면은 냉랭해서 내가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도 몰라요.”
냉면 맛을 두고 벌어지는 실랑이에 객석은 웃음바다가 됐다. ‘이북·속초 사투리 경연대회’가 열린 속초 엑스포 광장 무대에는 실향의 그리움과 유쾌한 말맛이 공존했다.
속초시와 (재)속초문화관광재단이 공동 주최한 ‘제10회 실향민문화축제’가 ‘향수(鄕愁), 꿈엔들 잊힐리야!’를 주제로 지난 13~15일 3일간 열렸다. 실향민문화축제는 실향민 1세대부터 3·4세대, 북한이탈주민, 일반 시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우러지는 전국 유일의 실향민 문화축제다. 시에 따르면 7만2천여명의 방문객이 행사장을 찾았고, 수천명이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함께했다.
이북·속초 사투리 경연대회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의 꽁트를 공연하고 있다.
‘이북·속초 사투리 경연대회’에서는 실향민과 시민들이 무대에 올라 사투리를 활용한 꽁트와 노래 등을 선보여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대상은 전혜숙 씨의 ‘눈물의 밥상’, 금상은 전시연 씨 외 2인의 공동 출연작, 은상은 이세령 씨의 ‘그날이 오면’이 각각 수상했다. 이외에도 오진석 씨와 허영희 씨가 동상을 수상했다.
무대에 오른 최청하 씨는 함경북도 청진 출신으로, “진짜 사투리는 꾸밈없이 살아있는 말이다. 이런 대회가 더 자주 열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람석에서 대회를 지켜보던 한 설악동 주민은 “우리 동네 팀이 설악산 골짜기에서 사는 이야기로 참가해 함께 오게 됐다”면서 “하나도 못 알아듣겠지만 너무 재밌다”며 웃었다.
속초연극협회가 운영한 테마마을 공간에서 한 부자가 다트게임을 즐기고 있다.
이북음식 체험 부스의 ‘전국 순대 시식회’ 프로그램에서는 아바이순대를 포함한 전국 순대 5종이 제공돼 큰 호응을 얻었다.
축제장 한편에서는 이북의 맛이 손끝에서 다시 빚어지고 있었다. 향토 명인과 탈북민이 함께한 이북음식 체험에서는 실향민 문화인 맛과 정서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두부밥, 속도전 떡, 인조고기 밥 등 이북의 전통 음식을 맛보며 음식 속에 담긴 이야기를 함께 들었다.
속초 연극협회가 선보인 실향민 테마마을 퍼포먼스는 축제장 방문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수복탑 등 실향의 흔적을 따라 걷는 ‘문화체험 투어’는 실향의 과거를 현재로 이끌었다.
조도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함상위령제에서 이병선 속초시장이 제례를 올리고 있다.
청호동 아바이마을 망향공원에서는 합동망향제, 조도 인근 해상에서는 함상위령제가 각각 거행돼 실향의 아픔을 위로하며 축제의 상징성을 더욱 깊게 했다.
마지막 날 열린 ‘실향민 통일 학술포럼’은 축제의 주제를 한층 심화시켰다. ‘분단 80년 한반도, 통일 35년 독일’을 주제로 열린 포럼은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한 토크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돼, 남북 화해의 가능성과 세대 간 기억 계승의 과제를 대중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병선 시장은 “이번 축제는 실향민문화의 의미를 되새기며,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미래세대에게 희망으로 이어지는 가교가 됐다”며 “앞으로도 실향민문화축제를 통해 실향의 기억을 품고 화합과 평화의 길을 함께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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