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이야기 / 종강시간의 마지막 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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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날짜 [ 2016년12월12일 14시40분 ]

종강주간이다. 벌써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이 되었다. 또 한 해가 가고 있는 것이다. 세월을 헤아리는 잣대가 사람마다 직업마다 다르다. 농부는 사계절 가운데 크게 씨 뿌리는 봄과 거두는 가을로 나누고, 학교는 학기를 두 번 지나면 한해를 마감한다. 그래서 그런지 교직생활에서 세월이 참으로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 세월이 화살처럼 지나간다는 말에 예외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어느덧 방학이 머지않다. 전일제 야간강의 때문에 매주 이틀씩 군부대 출강으로 홍천군 경계인 인제군 남면 어론리까지 갔다가 밤늦게 돌아온다. 수년 동안은 인제군 서화면 천도리 전방부대까지 다녔다. 필자는 억지주장으로 방학에 관한 자의적 해석을 이렇게 붙였다. 여름방학은 동해안 피서철 차량으로 고생할까봐 생긴 것이고, 겨울방학은 미시령 옛길 넘나들며 군부대 다니는 눈길 위험해서 만들어진 제도라고 말도 되지 않는 강변을 하곤 한다.
주간반은 올해가 첫 졸업반이다. 학교법인이 통합되고 학과를 신설하여 내년 2월에 첫 졸업생을 배출하게 되었다. 이번주가 학기 종강이자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는 대학생 마지막 시간인 셈이 되었다. 마지막 수업이다. 그렇다고 알퐁소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처럼 프로이세군의 함락을 앞둔 절박함이 묻어나는 마지막 모국어강의의 엄숙함도 아니다.
사랑하는 제자들에게 마지막 수업에 이런 가르침을 전하고 싶다. 젊음의 시절에 무한도전의 가능성을 실험할 것을 권면한다. 우리자신은 각자의 그릇을 알지 못한다. 그릇의 용도와 용량은 토기장이만이 안다. 자신이 작은 커피 잔 그릇으로 빚어졌는지, 아니면 커다란 대접으로 지어졌는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권한 밖의 일이다. 자동차로 말하면 800CC 경차로 지어졌는지, 아니면 3,000CC 고급세단으로 지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우리는 다만 능력을 알기위해 최대한 달려보아야 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가능성을 검증해보는 일은 힘껏 달리는 일이다. 200Km로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50Km로 쫄쫄거리고 다닌다면 얼마나 안쓰러운 일인가. 마치 많은 유산을 물려받을 부잣집 자식이 거지신세로 살아간다면 그를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떠하겠는가. 그러므로 우리를 귀하게 창조한 조물주의 보이지 않는 손인 인비지블 핸드(invisible hand)를 기억해야 한다. 혹여 스스로가 판단하여 경차용량으로 살아간다면 조물주의 의도와 계획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신을 과대 포장하는 것이 교만이다. 그러나 진짜 교만은 스스로의 제한이다. 시도해보지도 않고 움츠러들고 포기하는 것이다. 자신의 능력은 자신이 한정지을 수 없다. 오직 창조주의 소관이다. 그러니 힘껏 달려야 한다. 끊임없는 도전으로 한계치를 시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살다보면 인생살이에 때때로 어려움도 닥친다. 매일 태양만 떠오르면 사막이 되듯이 인생에도 사계절이 있다. 그러나 근심, 걱정, 실망, 고난이 올 때 인비지블 핸드의 간섭으로 받아야 한다. 다른 길을 찾아 달려야 한다. 이것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비결이다. 어쩌다 지쳐서 간혹 녹다운(knockdown)을 당할지언정 녹아웃(knockout)은 결단코 없어야 한다.
역사학자 토인비(Arnold Joseph Toynbee)의 ‘도전과 응전’(challenge and response)처럼, 젊음의 시간은 ‘시도와 증명’(try and proof)의 연속이다. 창조주가 부여한 계획과 약속의 한계점을 향해 도전하고 또 도전하고 그래서 확인하는 것이다.
필자는 보름 전에 50이 다 된 제자를 만났다. 그가 학창시절 필자의 당부를 기억하고 있었다.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고, 일주일에 이틀씩 군부대 출강하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필자를 향해 “교수님 왜 그렇게 사세요?” 물었다. 그래 나 그렇게 산다.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다. 오늘도 무슨 일이 주어질까 기대하며 살아간다. 제자들아 오늘도 힘을 내자. 으랏차차!!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