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싣는 순서
1. 동해일보, 62년만에 속초로 돌아오다
2. 동해일보에 실린 수복지구 이야기 1
3. 동해일보에 실린 수복지구 이야기 2
4. 동해일보를 만든 사람들
전후 수복지역 속초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안타깝게도 남아있는 신문은 몇 면이 되지 않아 당시 삶의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당시 사회상을 반영하는 기사 몇 개를 확인해 보자.
차값, 우(優)급은 40환 / 당국서 다방 등급을 조정
군 치안대 보안계에서는 관하 다방을 우(優), 양(良) 2급을 대별하여 차값을 우급은 종전대로 40환, 양급은 5환을 인하하여 35환으로 조정하였다는데 속초읍은 우급 8, 양양면은 양급 2(○)로 결정하였다 한다.
<동해일보 1954년 7월 7일자 2면>
“다방 / 일체식사 ‘칼멘’ / 속초1구”
“다방 미완성(未完成) / 쿠바의 정서에 잠길 수도 있고, 흑인들의 오열(嗚咽)도 들을 수 있습니다.”
<동해일보 1954년 7월 8일자 2면 하단 광고>
수복지역 속초읍에는 다방들이 많이 들어섰는데, 1953년 초반에는 대중가수 고복수와 황금심 부부가 운영하는 ‘고향다방’도 있었다고 한다. 전쟁 후 최전방 수복지구의 다방은 전쟁으로 피폐해진 주민들과 군인들에게 큰 위안의 공간이 되었던 것만은 틀림없다. 다방 미완성의 광고가 눈길을 끈다. 휴전 협정 1년도 안된 시절, 최전방 수복지구에서 생소할 수밖에 없는 쿠바음악을 들려주는 음악다방을 운영한 것이다.
한편, 당시 속초에서 윤락문제가 큰 골칫거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윤락여인에 단속책 / 교외에 철거방침도 계획
사회풍기를 문란케 하고 있는 유엔부들의 형형색색의 언동은 보는 이마다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거니와 이에 대하여 이번 속초읍 치안지대에서는 동 폐단을 일소케 하기위한 강력한 대책을 수립하리라고 한다.
즉 낮밤을 가리지 않고 거리의 복판을 배회하면서 외인에게 교태를 부리거나 백주 일반 이목을 거슬리게 하는 언동들이 있을 때에는 엄중한 단속책을 강구하고 있다하며, 한편 이들을 불일내(不日內)에 교외에 철거토록하여 일정한 장소에 집결 거주케 할 것이라고 한다.
<동해일보 1954년 7월 8일자 2면>
동해일보에는 수복지구의 사건 사고 소식도 실렸다. 1954년 7월 8일자 2면에는 고성군 죽왕면 문암리 해변에 생후 1주일의 영아의 시체가 발견되어 항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는 기사가 실렸으며, 고성군 아야진리 이아무개씨가 동생이 라디오와 옷, 현금을 털어 행방을 감춘 것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자기집에 불을 질렀지만 다행히 이웃이 발견하여 화재를 면했다는 기사도 실렸다.
동해일보는 수복지구의 문화창달에도 큰 기여를 했다. 1953년 10월 11일자 경향신문은 육군 제101부대 부대장 최준장의 개인서화 전람회가 10월 5, 6 양일간 동해일보사 주최로 속초읍사무실 2층에서 개최해 대성황을 이루었다고 보도했다. 동해일보는 수복지역 학생 문예작품 현상공모도 개최했다. 1954년 6월 25일 동해일보 4면에는 동해일보 주최로 수복지역 학생 문예작품 현상공모를 해서 1백10여편의 작품을 소설가 최태응에게 위탁해 단편소설은 이상호, 윤장근, 동요는 박철 등 3명의 작품을 선정해 발표했다. 이중 속초고 학생 이상호의 단편소설 ‘폭풍이 지난후’는 동해일보에 총 11회로 나뉘어 연재되었다.
같은 면에 실린 동해일보 윤상근(尹相根) 기자의 ‘지구(地區) 연극의 명제’라는 기사도 자세히 들여다볼 만하다. 기사 내용을 통해 1954년 당시 수복지구 속초에는 수도(首都), 미미(美美), 문협(文協), 청년극회 4개 악극단이 속초의 밀림극장과 고성 천진극장, 전방의 군부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윤 기자는 지역 연극의 신파적 내용에 관중들은 염증을 넘어 울분까지 느끼고 있어 이를 탈피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김용학(金龍鶴)씨를 대표로 하는 수도악극단에서 한달 전에 극작가 유지진의 원작 ‘나도 인간이 되련다’를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동해일보 기사 중에는 실명 기사가 많지 않다. 자신의 글이 실린 동해일보를 평생 간직했던 안춘근씨는 당시 육군 중위 현역 출신임에도 동해일보에 정부의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칼럼과 시론을 쓰기도 했다.
안춘근 중위는 1954년 7월 7일과 8일자 시론 ‘한글간화(簡化)에 불만(不滿)’에서 정부에서 추진하는 ‘한글 간이화안’을 “우리에게 필요한 문자 혁명이 밑으로부터 위로 행한 혁명의 절차가 아니고, 위에서부터 일부 특정인들이 책상 결정에 불과한 쿠데타”라고 비판했다. 휴전을 이룬 지 1년도 안된 상황에 최전방 현역군인이 지역신문에 정부 정책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시론을 쓴다는 것이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
당시 신문의 광고를 보면 비록 제한적이지만 그 시대의 상권을 읽을 수 있다. 동해일보 1954년 당시 동해일보 지면에 실린 광고는 △사진재료 개업(속초 동양사장 2층) △다방 칼멘(속초1구) △수복문구사(죽왕면 송암리) △군인회관(속초) △국제양복점(속초중앙통1구) △한일식당(강현면 정암리 2구 主한병두) △다방 미완성 △선일토건사(속초1구 밀림극장 우측) △연공사(硏工舍, 舊세계미싱 이전개명, 속초1구시장입구 主강원민) △백탄 및 흑탄, 목탄입하 안내, 동해일보사 사업부 △동일사진관(강현면 물치리) △시집 쌍룡고지, 장호강編이다.
엄경선 설악닷컴 대표
동해일보 1954년 7월 8일자 2면 광고 부분. 다방 미완성의 광고가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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