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 새해의 태양이 떠올랐다.
말 그대로 다사다난했던 2016년이 역사 속 한 페이지로 저장되었다. 교수신문에서 2016년의 사자성어로 ‘군주민수(君舟民水)’가 선정되었다. ‘군주민수’는 순자(苟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사자성어로 풀이하면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강물이 화가 나면 배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강한 뜻을 그대로 담고 있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이를 추천한 육영수 교수는 “민주공화국에서 더 이상 무조건 존경받아야 하는 군주도 없고 ‘그 자리에 그냥 가만히 있는’ 착하고도 슬픈 백성도 없다”는 것을 추천 이유로 들었다. 나라의 위정자들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을 때 보여준 촛불민심을 여실히 나타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 정부 들어선 이래 선정된 사자성어가 모두 부정적이다. 2014년에는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지록위마(指鹿爲馬)’, 2015년에는 세상이 온통 어지럽고 도덕이 없다는 뜻의 ‘혼용무도(昏庸無道)’가 선정되었다.
그러다보니 같은 신문에서 2016년의 희망의 말로 선정한 것이 용비어천가에 나오는 순우리말인 ‘곶 됴코 여름 하나니’였다. 꽃이 무성하고 열매가 가득하길 바라는 우리 국민들의 비나리였다. 말 그대로 희망사항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렇게 어지러운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화두 하나가 ‘리더의 역할’이였다. 사실 그동안 리더의 역할에 대해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가서 새삼 새로울 것이 없다. 그러나 지난 시간동안 여러 가지 단체나 조직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느낀 것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리더란 퍼즐을 맞추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퍼즐의 종류는 크게 직소퍼즐, 입체퍼즐, 3D 퍼즐, 큐빅(육면체) 등으로 분류될 수 있으며, 세부적으로 분류하면 매우 다양한 종류의 퍼즐이 존재한다. 그 각각의 퍼즐은 유형에 따라 퍼즐을 완성시키는 방법도 다양하다. 그 퍼즐처럼 우리가 사는 세상사도 참으로 다양한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세상을 사는 일은 우리 앞에 놓이어진 다양한 퍼즐을 맞추는 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왕왕 우리는 그 다양한 퍼즐의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대로만 해결하려다 어려움을 겪게 된다.
리더가 퍼즐을 바르게 빨리 완성시키려면 두 개의 눈이 필요하다. 하나는 판 전체를 바라보는 눈이다. 리더는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가져야 한다. 즉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능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다른 하나의 눈은 각각의 퍼즐이 가지고 있는 개별적 특성을 정확히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여기서 리더의 개별적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조직원이 어떤 모양을 가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 자리에 가져다 놓을 수 있는 분별력이 필요하다. 즉 숲과 나무를 동시에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두 개의 눈을 가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하워드 가드너 박사가 이야기한 인간이 가지고 있는 8가지 다중지능 중 언어지능이 비교적 강점지능이고 공간지능이 약점지능이라서, 직소퍼즐 중 낱말 퍼즐 맞추기는 잘하는 편이나 그림퍼즐이나 도형퍼즐은 잘 맞추지를 못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같이 할 때 훨씬 빠르고 쉽게 퍼즐을 맞출 수 있다. 우리 지역이, 더 나아가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고, 칸막이를 없애는 소통과 협력의 장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리더들이 가져야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새해의 희망의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그러나 사실 태양은 어제도 떴었고, 다시 내일도 떠오를 것이다. 단지 그 태양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달라진 것이다. 마음이 달라졌으니 거기에서 또 다시 ‘곶 됴코 여름 하나니’라는 희망 퍼즐을 한 판 펼쳐본다.
김종헌
시인·속초양양교육장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