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양문화원이 지난해까지 강원도 대회로 열던 동구리 전통민요 경창대회를 전국대회로 격상해 개최하고, 조선시대 천재음악가로 불리던 양양관노 허억봉 선생의 선양사업을 본격화한다.
■17회째 맞는 동구리 경창대회=동구리 경창대회는 지난 2001년 고경재 전 문화원장의 발굴로 양양문화원 자체 대회로 시작해 2011년 강원도 대회로 격상, 지난해 양양 600주년 기념 대회까지 내실 있게 이어오고 있다.
세조실록 권38의 강원도 순행일지에 의하면 세조 12년(1466년) 3월 14일, 세조가 강원도를 순행하기 위해 금강산을 거쳐 양양 낙산사를 지나 강릉 연곡에 머물며 농가를 잘 부르는 이를 모아 장막 안에서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당시 양양관노였던 ‘동구리’가 가장 뛰어나 악공의 예로 대하고 어가를 따르도록 했다.
양양문화원은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2001년 첫 동구리 경창대회를 개최했다. 동구리경창대회는 강원도 대회로 확대되면서 소리의 명소인 정선과 강릉 등에서 많은 팀들이 지속적으로 참가해 대회수준이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그동안 잊혀져가던 양양지역의 노동요를 포함한 각종 전통소리가 활발하게 전승돼, 강현면 상복골농요는 강원도 무형문화재로 등재되기도 했다.
양양문화원은 지난해 양양 600주년을 전환점 삼아, 올해 17년째를 맞는 동구리 경창대회를 전국 대회로 격상시키기로 하고 사전 준비에 나서고 있다.
■대금으로 이름 떨쳐 ‘허억봉’=양양문화원은 올해 양양관노 출신의 천재 대금연주자 ‘허억봉’ 선생의 선양사업을 추진하기로 해 문화계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문화원은 오는 3월부터 문화프로그램으로 대금반을 신설해 허억봉 선생의 업적 선양과 우리전통악기의 전수에 나설 계획이다.
악공 허억봉은 중종 30년(1535년)에 태어나 10대 중반에 대금 연주에 능함을 인정받아 악공으로는 드물게 한양에 불려가 장악원의 최고 지휘자인 전악을 십수년간 역임한 당대 최고의 천재음악가로 손꼽힌다.
허억봉은 세종 때 이조판서를 역임한 허조의 8대손이며, 그가 양양관노였던 것은 문헌상으로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당시 가문이 안 좋은 일에 연루돼 신분이 강등됐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명종 16년 1561년에는 궁중악단인 장악원의 첨정에 올랐고, 악인들이 악기를 연습할 수 있도록 ‘금합자보’라는 악보제작에 참여했다. 보물 제283호인 이 금합자보 중 허억봉은 자신의 전공인 대금악보, 전보를 주도해 제작했다. 금합자보 서문에는 “허억봉은 대금으로 세상에 이름을 떨친 사람”이라고 기록돼 있다.
허억봉은 양양관노로 대금을 직접 만들어 불면서 양양지방의 해풍 맞은 대나무가 대금재료로는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고 기록하기도 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까지도 양양의 대나무로 만든 대금이 서울의 악기점에 납품되고 있다.
그의 아들 허임은 침의로 잘 알려진 인물로 우리나라 침구 전문서의 효시인 ‘침구경험방’의 저자이기도 하다.
천재악공 허억봉의 명맥은 현재도 양양에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1998년 중요무형문화재 45호 대금산조 이수자로 지정 받은 최명호 선생이 양양국악수련원에서 대금반 수강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1989년 국가무형문화재 제45호 예능보유자인 이생강 선생의 대금산조를 5년간 사사 받았으며, 단소와 피리, 소금, 퉁소, 태평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악기를 사사 받아 연주하고 있다.
양양문화원은 지난해 사무국장을 퇴임한 김광영 씨를 중심으로 올해부터 천재악공 허억봉 선생의 선양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우선 대금반을 문화원의 정규 프로그램으로 신설하고 양양 대나무로 대금을 만드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윤여준 양양문화원장은 “양양군의 전통과 문화를 현대흐름에 맞춰 새롭게 디자인하는 작업을 통해 후손에게 찬란했던 우리의 전통문화를 전해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주현 기자
양양문화원이 올해부터 동구리 경창대회를 전국대회로 격상해 개최한다.
천재악공 허억봉 선생이 참여해 제작된 금합자보 악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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