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이 넘은 노인네가 노령연금을 받기 위해 20~30분씩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 우체국을 다녀야 하니 뭔 고생인지 모르겠어.”
지난 15일 오후 화채마을에 위치한 설악동경로당에서 만난 이기문(83) 설악동 노인회장은 설악산우체국이 폐쇄된 이후 마을 노인들이 금융업무를 보는데 많은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설악산우체국이 폐쇄되기 전에는 운동 삼아 우체국이 있는 설악동 C지구 상가단지까지 걸어가 금융업무를 봤지만, 지금은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에 있는 속초조양우체국까지 가야하기 때문이다.
강원지방우정청은 경영수지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10월 1일자로 설악산우체국을 폐쇄하고 그 자리에 ‘우체국 365 코너’를 마련해 현금자동지급기 2대를 설치했다.
이 회장은 “우체국 폐쇄 후 현금을 찾기 위해 현금자동지급기를 사용해 봤는데, 사용법을 몰라 너무 당황스러웠다”며 “결국 전화를 받고 올라온 우체국 직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설악동 지역에는 노인이 300여명에 달하며, 세금을 내거나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하기 위해시내버스를 타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시내로 나가 우체국과 은행을 이용하고 있다.
설악산 C지구 상인들도 금융업무를 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 상인은 “가뜩이나 설악동에 경기가 없어 사람도 없는데 우체국이 폐쇄된 이후로는 사람이 더 없는 것 같다”며 “장사에 필요한 잔돈을 바꿀 곳도 마땅히 없어 불편이 이만저만 아니다”고 했다.
신상구 화채마을 통장은 “설악산우체국이 폐쇄되기 전에는 우체국 직원들이 마을 어르신들의 금융업무를 도와주기도 했는데. 이런 편의도 사라져 어르신들이 금융기관 이용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
이기문 노인회장은 “예전에는 설악동에 마을금고, 은행, 신협 등의 금융기관이 있었지만, 이제 다 사라지고 마지막 남은 우체국마저 문을 닫아 불편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원지방우정청은 “설악산우체국을 폐쇄할 당시 담당자들이 많은 검토를 거쳐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경영수지 개선을 위해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고명진 기자 mjgo9051@hanmail.net
지난해 10월 폐쇄된 후 현금자동지급기만 설치돼 있는 설악산우체국 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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