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Greek mythology)에서 신들의 전쟁이라 일컬어지는 트로이(Troy)전쟁은 트로이 왕 프리아모스와 그의 아내 헤카베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파리스(Paris)로부터 시작된다. 신들의 결혼식에 불화(不和)의 여신 에리스(Eris)는 초대를 받지 못했다. 분개한 에리스는 혼인잔치의 좌중에다 황금사과 한 알을 던진다. 거기엔 ‘가장 아름다운 신에게’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다. 매혹적인 황금사과를 갖기 위해 최고의 여신들인 헤라(Hera.권력), 아테나((Athena.지혜), 아프로디테(Aphrodite.美)가 서로 더 아름답다고 다투기 시작한다. 결국 이들은 결판을 못내고 하늘의 지배자 제우스(Zeus)를 찾아간다. 제우스는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고 싶지 않아 트로이의 왕자이지만 양치기로 숨어서 살고 있는 파리스에게 누가 가장 아름다운지 심판을 맡긴다. 헤라는 자기를 선택해 주면 세상의 모든 존재를 무릎 꿇게 하는 권력과 부(富)를, 아테나는 세상의 모든 일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과 지혜를, 아프로디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삼게 해주겠다고 유혹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의 제안이 가장 마음에 들어 그녀에게 황금사과를 주었고 아프로디테의 보호를 받으며 스파르타로 간다. 스파르타의 왕 멜넬라우스는 손님으로 찾아온 파리스를 극진히 환대한다. 멜넬라우스의 아내 헬레네(Helene)는 무척 아름다운 여인으로서 둘은 행복하게 잘 살고 있었으나, 아프로디테는 파리스에게 약속한 대로 인간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주어 트로이로 도망치게 한다. 헬레네를 되찾기 위한 10년간의 트로이 전쟁이 시작되고 결국 트로이는 멸망하게 된다.
파리스는 왜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를 선택했을까? 상식적으로 본다면 헤라, 아테네, 아프로디테 중 헤라의 서열이 가장 높다. 헤라를 선택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무난한 선택이었는데 왜 아프로디테였을까? 바다에서 태어난 아프로디테는 원초적 생명력의 상징으로 자기욕망에 충실했다. 올림포스의 여신 중에서 가장 많은 연애를 했으며 가장 많은 아이를 두었고 그녀가 시선을 두는 곳 마다 불미스런 사건이 생겼지만,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뻔뻔스럽게 잘 산다. 욕망의 아이콘(icon)인 아프로디테는 타인의 욕망을 정확하게 꿰뚫으며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의 욕망을 정확히 간파했던 것이다.
러시아의 대문호 토스토엡스키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란 책에서 “아름다움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신(神)과 악마는 전투를 벌이는데 그 싸움터는 인간의 가슴”이라고 하며 미(美)를 신(神)과 악마 중 누가 차지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엄청나게 다르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목숨을 걸고 성형수술대에 오르며 부작용을 예상하면서도 얼굴에 주사바늘을 꽂는 행위는 신(神)의 영역일까? 악마의 영역일까? 지금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탄핵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지만, 불거져 나온 의혹들로 보면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한 나로서는 미(美)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개입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가치판단의 명제(命題. proposition)가 결코 아니다. 철학박사(哲學博士. Philosophiæ Doctor) 이주향은 “삶이 피폐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프로디테를 억압하지 말아야 하며, 인간관계를 잘 맺기 위해서는 내 안의 아프로디테가 설치게 해서는 안 된다. 아프로디테 없이 건강한 삶을 살 수는 없으나, 아프로디테에 사로잡혀서도 건강한 삶을 살 수 없다.”라고 미(美)의 중립적 가치를 말한다. 중년 그 자체로도 아름다운 사람들에게 미(美)에 대한 욕망을 중독시키고 거기서 떨어지는 권력의 부스러기로 파리스(Paris)처럼 심판할 수 있는 힘을 얻어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을 휘두른 그들은, 트로이(Troy)왕국처럼 내 조국 대한민국을 극심한 국론분열과 위기로 몰았으며 결국 대통령 탄핵이라는 심판을 받게 했다.
최영걸
속초시사회복지협의회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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