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문화원의 전화기가 불이 난다. 지난주부터 모집하기 시작한 ‘향토사연구소 연구위원과 연구회원’ 문의 전화 때문이다. 향토사연구소라는 단체를 처음 들어봤다는 분부터 하는 일에 대한 문의, 자신이 자격이 되는지에 대한 걱정까지 내용도 다양하다.
사실 속초문화원 부설 향토사연구소는 설립 이래 매년 한 권 이상의 책을 발간하며 지역의 역사와 문화, 예술, 생활문화를 정리하는 성과를 이뤘다. 지난해까지 15명 정도의 전문가들이 일 년에 3차례 이상 만나면서 향토사안내서를 발간하고, 속초의 다양한 문화현상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속초장롱사진공모전과 속초시민구술사 같은 사업도 향토사연구소의 위원들이 실시해서 좋은 성과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속초의 문화 인프라가 격변하는 시기에 보다 많은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향토사연구소의 문호를 더욱 확대 개방하고 운영 원칙도 세웠다. 향토사 관련 전공을 가지신 분들은 연구위원으로 모시고 향토사에 관심 있으신 일반 시민은 연구회원으로 모집을 한다. 이를 통해 향토사에 관심이 있거나 앞으로 관심을 기울일 수 있는 시민 여러분과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지난해부터 속초에는 거대한 바람이 불고 있다. 동서고속철 확정과 고속도로의 확대로 인해 교통인프라가 획기적으로 바뀌게 된다. 속초의 도시계획도 변경하고 부동산도 들썩이는 등 속초시 설립 이후 최대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가장 중요한 것은 속초다운 정체성의 확립과 시민의 정주권 만족을 위한 고유의 가치 개발일 것이다.
특히, 수도권의 위성도시로 전락하지 않고 오랫동안 속초에서 살아온 분들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는 문화기획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미 많은 도시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이 부분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 예를 들면 ‘속초인문학’, ‘속초학’ 등의 이름으로 지역의 문화정체성을 삼기 위한 전 방위 노력을 하고 있다.
속초문화원의 향토사연구소 확대 개편과 시민참여 활성화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발맞추기 위해 시작했다. 우리의 지난 역사를 고스란히 기억하고, 개인의 이야기에서 공동체의 서사를 발견하여 문화정체성으로 확립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도시변화가 예견되는 지금 우선적으로 해결해야할 과제인 것이다.
그래서 속초문화원은 지난해부터 도시변천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다양한 문화유산을 수집하는 ‘도시변천사 기록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올해는 ‘시민 생애사 쓰기’, ‘기록가치 잡지’ 발간 등 신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그중 가장 중요한 사업이 향토사연구소의 시민참여 확대이다. 많은 속초시민이 향토사연구소의 회원이 되어 오늘의 기록으로 내일의 변화를 예측하고, 미래의 문화유산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지혜가 중요한 지금, 속초문화원은 변화의 중심에서 시민의 문화자존심을 올려줄 수 있는 문화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향토사연구소 회원 모집에 많은 관심을 바란다.
김계남
속초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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