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 설악산은 감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중요한 국가자원이다. 신이 내린 삶의 보물창고이며 샘물처럼 끊이지 않는 생명의 쉼터요 천연기념물 제171호인 아름다운 명산이다. 지금 국립공원 설악산은 무서운 탄약고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하나 거론하는 사람 없다. 필자는 모처럼 시간을 내어 설악산을 다녀오는 길에 걱정을 품게 됐다. 극심한 가뭄에 불에 잘 타는 침엽수가 빽빽하고 골짜기 기슭에는 어느 곳 가릴 곳 없이 지피물이 수북하게 쌓였다. 불이 붙었다하면 그 화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최근 강릉성산 산불로 인하여 축구장 면적의 476배인 340ha 산림이 잿더미로 변했다. 헬기 175대, 인력 3만8천여명 등 많은 인적물적 장비를 투입하였지만, 나흘간 강풍을 탄 가공할 만한 거대한 붉은 띠를 형성한 불기둥 앞에 정말 속수무책이었다. 이 산불로 100년생 이상 수령을 자랑하는 수천 아름드리 소나무가 까맣게 타버렸고 간신히 불길을 피한 나무들도 서서히 말라 죽어가는 깊은 상흔을 남겼다.
1996년 고성, 1998년 강릉, 2000년 동해, 2005년 양양 산불은 강한 바람을 탄 비화(飛火)현상으로 순식간에 불길이 사방에 퍼져 전쟁터를 방불케 하여 소중한 인명과 재산, 문화재, 산림자원, 동물,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지금 설악산 산불예방시스템은 정말 이상 없을까. 저마다 노력은 하지만 왠지 불안한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영동지방 산불에서 얻은 교훈을 망각하고 사는듯하다. 산불예방 감시체제와 예방진화 시스템도 허술하고 엉성하게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산불과 사투를 벌리고 있는 진화과정을 TV화면으로 볼 때마다 아직까지 원시적이고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책적인 극단의 조치가 진정 없는 것인가. 강원도 산불하면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것은 험한 산세에 접근조차 어렵고 또한 양강지풍(襄江之風)이라는 봄철 영동지방 강풍은 초속 20미터가 넘어 동시다발적인 도깨비불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쳐봤자 아무 소용없다. 2017년 속초시 산불예방 예산은 13억원 조금 넘는다. 헬기 임차예산 1억2천만원을 공제하고 산불예방 노인 감시단 73명 포함해 189명의 인건비 등에 소요된다. 이러한 인력관리마저도 봄철 2월~5월, 가을철에는 11월2일~11월15일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커다란 산불도 그 시작은 작은 불씨가 아닌가. 산불은 진화도 중요하지만 초기에 잡아야하기 때문에 골든타임은 10~20분이다. 초동진화를 위해 강풍에도 견딜 수 있는 물 적재용량 6천리터 이상의 산불진화 대형헬기를 도입하고 청년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지형적 특수성을 감안한 특수 모병제 도입 등 산불감시 정예요원화를 제안한다. 군부대 탄약고는 초병들이 빈틈없이 24시간 삼엄하게 경비한다.
외적으론 ‘국립공원 설악산 산불예방 모델지역’ 선정을 위한 노력으로 중앙정부로 하여금 거부할 수 없는 의무를 지니게 하고, 내적으론 4개 시군(속초․양양·고성·인제)마다 다른 예산을 대폭 줄이더라도 예산을 증액해 첨단장비를 이용한 산불탐지기와 친환경 산불감시탑, 무인감시카메라를 확충하고, 지역민 산불 감시요원을 연중 체계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지속적인 산불예방 홍보와 함께 초속 20미터 이상 강풍을 탄 산불진화 시뮬레이션(simulation)훈련을 강화하고 산불 피의자는 중형으로 다스려야 한다.
산과 숲은 인간의 삶 그 자체이다. 설악산은 지금 우리가 그리고 후손들이 누려야 할 아름다운 생명의 안식처다. 지재유필경(志在有必逕)이라 했다. 뜻이 있으면 반드시 길이 있다. 돌다리도 두들기는 심정으로 유비무한하여 설악산을 산불로부터 지켜야 한다.
이대길
속초시주민참여예산시민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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