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여행을 다녀왔다. 기독교장로연합회에서 요즘 여행지로 떠오르는 다낭․호이안․후에를 3박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원래는 중국 장가계를 계획했었는데 사드문제로 시국도 그러해서 6월 호국보훈의 달의 의미도 새길 겸 베트남전쟁 당시 파월한국군의 기항지인 다낭을 선택했다. 여행이 주는 일반적인 유익은 쉼을 통한 삶의 재충전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베트남 여행은 가벼운 즐거움의 추구에만 머물 수는 없었다. 베트남전쟁이 남긴 교훈들, 전쟁의 비참과 자유의 소중함, 파월장병의 희생과 조국대한민국 근대화의 상관관계,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자유평화통일 등의 무거운 낱말들이 여행기간 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현지 가이드로부터 경건한 여행팀이란 별명을 얻었다. 경력 20년 동안 음주가무가 전혀 없는 여행팀은 지금까지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다낭은 무척 더웠다. 여행기간 기온은 서울보다 약간 높은 편이었지만 아열대 기후의 고온다습이 주는 의미를 체감할 수 있었다. 베트남 왕궁이 있던 후에의 오래된 유적지 건물 모두가 이끼와 곰팡이로 검게 변한 것이 그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관광지, 식당, 호텔에서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베트남을 여행한 느낌들이 사람마다 모두 다를 것이다. 지금부터 필자의 개인적인 소감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첫째, 베트남의 잠재력이다. 베트남 국민의 평균 나이는 28세로, 20~30대 인구가 3,300만 명이라 한다. 어디를 가든지 젊은 사람들뿐이다. 1973년 이후 태어난 사람들이 인구의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사회와 너무나 대조가 되어 부러웠다. 베트남 인구의 공식집계는 9,700만이지만 비공식집계로는 1억이 넘는다고 한다. 한반도 면적의 1.5배에 달하며 서울~부산의 7배에 해당하는 길고긴 해안선을 따라 수산물 생산이 풍부하다. 문맹률이 매우 낮고, 풍부한 노동력이 폭발적 잠재력에 의한 미래 발전가능성이 분명해 보였다.
둘째, 베트남의 역동성이다. 곳곳이 건설이 한창이다. 호텔주변과 다낭 한강 연변을 따라 서구식 저택들이 즐비하다. 대부분 공산당 간부들의 소유라고 했다. 다낭에서 30분 거리에 테마파크 바나힐이 있다. 원래 2시간 꼬부랑길을 바나힐 썬월드가 6차선 길을 닦겠다고 했더니 당국이 도면에 직선을 그었단다. 공산사회주의라서 가능하겠지만, 경부고속도로 건설 때 반대했던 사람들이 생각났다. 1,500미터 바나산 정상에 호텔과 위락시설이 있다. 지금도 확장공사를 계속하고 있다. 설악산 대청봉에 리조트와 놀이시설이 있는 셈이다. 시간당 6천명이 오가는 케이블카 3개 라인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다. 공식홈페이지에 2015년에 한 해 동안 150만 명이 방문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산에 호랑이가 살고 있단다. 환경단체의 반대로 또다시 답보상태에 있는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와 극명하게 대비되었다.
셋째, 베트남의 포용성이다. 우리를 대하는 그들의 표정에서 과거는 없었다. 베트남 17도선은 우리의 38선이다. 호이안의 청룡부대 주둔지를 방문했다. 베트남주민이 폐허현장에 사진을 펼쳐가며 열정적으로 무언으로 증언했다. 사실 그는 언어장애인이었다. 그가 도리어 우리 말문을 닫게 했다. 지금 경제대한민국은 주월한국군의 희생에 기초하건만, 아직도 베트남 전쟁기념관 사진들은 당시를 그대로 노출하고 있었다. ‘라이따이한’은 아직 공식거론조차 없었다. 매듭짓고 풀어야할 숙제인데, 내색 않는 베트남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오늘도 베트남거리는 자동차, 오토바이, 인력자전거가 뒤엉켜 정신없겠지만, 물 흐르듯 바쁘게 역동적일 것이다. 평화로운 아침조회와 애국심의 표징인 국기게양은 우리 옛 모습이지만 350만 공산당에 의해 철저히 통제되는 분명한 사회주의 국가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서 잠재적 베트남과 폐쇄적인 잔혹한 북한공산체제를 비견하거나 오해할까 우려하며 경계한다.
최철재
경동대 교수·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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