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7일 북한에 군사분계선에서 일체의 적대행위 중지를 위한 군사당국회담과 함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 개최를 제안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발표한 ‘베를린 구상’의 첫 후속 조처라고 할 수 있다. 국방부가 7월 21일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에서 남북 군사당국회담 개최를 제의하던 같은 시각에 대한적십자사도 8월 1일 판문점 우리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등 인도적 현안 문제 해결을 위한 남북 적십자회담을 열자는 제의를 발표했다. 하지만, 지난 21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꽉 막힌 남북관계의 물꼬를 트기 위해서는 고조된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면서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비정치적이고 인도적인 현안부터 풀어나가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은 남북관계가 악화됐던 이명박과 박근혜 정부에서도 2차례가 이뤄졌다. 2015년 10월 제20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가 진행된 후 2년 가까이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지 못하고 있다. 남북이 긴장과 대립으로 치닫고 있는 사이 오매불망 그리던 혈육을 만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이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통일부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남쪽의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 13만여명 가운데 7만여명이 숨졌고, 생존자는 6만여명에 불과하다. 그 중 63%가 80대 이상 고령자다.
남북 첫 이산가족 상봉은 1985년 9월 20일에 성사됐다. 그 때 50대 초반이었던 이들은 이제 여든을 훌쩍 넘겼다. 지난 20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남북에서 4186명이 신청해 모두 1만9930명의 가족·친척을 만났다. 이산가족수에 비하면 턱없는 수치다. 이산가족 만남은 한시가 급하고 정례화가 절실한 이유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