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0일부터 7월 4일까지 마카오와 다낭으로 국제교류를 다녀왔다. 이번 교류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맞아 겨울이 없는 곳에 속초의 겨울을 홍보하고, 크루지 기항지 속초가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준비하여 국제적인 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가교역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속초문화원 임원뿐만 아니라 축제, 공연, 관광 전문가도 함께 방문하여 다양한 시선이 교집합 될 수 있도록 하였다.
마카오는 포르투갈 식민지의 흔적을 현대적으로 잘 계승한 곳이다. 특히, 성바울 성당과 일명 육포거리, 물결무늬 바닥이 인상적인 세도나 광장과 옛 시청을 역사박물관으로 바꾼 장소까지 이어지는 길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도시의 역사와 세련된 미관이 어우러지며 품격을 고스란히 전달하기 때문이다. 우리 속초도 이런 곳이 있다. 갯배와 아바이마을, 관광수산시장으로 이어지는 거리이다. 하지만 도시의 역사를 품은 공간이 없는 점이 아쉽다. 당장에는 관광 효과를 볼 수 없지만 역사와 관광을 길 위에 새길 수 있는 공간의 조성은 도시의 문화정체성을 알려줄 수 있는 단서가 될 것이다. 구 속초수협을 문화예술인들이 계속적으로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도나 광장도 우리가 눈 여겨 보아야 한다. 보도블럭과 바닥 하나에도 예술성을 가미하여 주변 경관과 어우러지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경관조성을 위한 도시디자인의 중요성을 알려주었다.
우리 일행은 마카오에서 사자춤을 전승하는 ‘나랑 체육총회’를 방문하였다. 그들은 일종의 생활예술인이었는데 사자춤이 중국과 일본, 우리나라에서 전승된다는 점에서 동질감을 갖고 있었다. 다만, 우리의 북청사자놀음은 전통기반의 생활예술에 가깝다면, 중국의 사자춤은 대중오락의 하나로 여겨져 각종 축하행사나 기념행사 등의 대표 이벤트로 등장한다. 일반인보다는 전문인이 공연하는데 서커스 수준의 고난도 기예를 보이며 사자춤의 대를 잇는 가문도 있다고 한다. 언젠가 속초의 사자춤과 함께 한바탕 어우러지는 공연을 서로 약속하며 헤어졌다.
다낭은 인구 120만명으로 베트남에서 큰 도시에 속한다. 최근 호이얀과 함께 관광지로 인기가 많은 곳으로 향후 10년은 관광리조트가 많이 건립되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는 이곳에서 전통 민속극장을 운영하는 ‘나햑둥 윙휘엔’을 찾았다. 1967년 개관한 이 극장은 베트남의 전통극을 매주 2회 공연하는 전문예술단체였다. 정부의 인증을 받은 전문 공연장인 만큼 극장과 극단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작은 전시관도 함께 마련되었다. 전문공연장이 없는 속초의 현실을 볼 때 극장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문화의 연결이 자연스레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이 극장에서 공연하는 작품은 베트남 전통 오페라의 백미라고 하는 뚜옹(tuong)이다. 후에 왕조시대의 전통 가극으로 등장인물의 얼굴에 색을 칠하는 등 중국 경극의 영향을 받았다. 이 작품은 분장예술뿐만 아니라 노래와 음악, 각종 전통악기가 어우러지는 종합 예술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날 동행한 속초축제위원회와 런갯마당 등은 향후 이 단체와의 지속적인 교류를 바탕으로 지역문화콘텐츠를 확장하고 국제적인 공연축제를 속초에서 개최할 것으로 논의하였다.
속초는 지난해부터 급격한 변화를 맞고 있다. 그 변화 속에서 문화정체성을 잃지 않고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 조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 그 중심에 문화예술이 있다. 전통의 강화와 함께 세계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이번 국제교류는 그 물꼬를 트는 첫 번째 행보가 되었다.
김계남
속초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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