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군 간성읍 남천변에 사는 노혜숙(59) 씨는 돌에 그림을 그리는 ‘돌그림 화가’다.
6년 전 재혼 후 고성에 정착해 돌에 그린 작품이 200여점에 이른다. 삐삐, 아톰, 영심이 등 애니메이션 주인공 캐릭터뿐 아니라 유명 배우와 동물들이 캔버스가 아닌 돌 위에서 생명력을 갖는다. 돌그림은 집 앞 넓은 정원에 꽃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전문 화가가 아니어서 돌 위에 아크릴물감으로 그린 그림이 서툴게 보일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특징을 잘 살려 정성껏 그렸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 데 크기에 따라 반나절에서 길게는 3일정도 걸린다.
노 씨가 들판에 버려져 나뒹구는 돌에 그림을 그려 넣어 생명을 부여하는 ‘돌그림 화가’가 된 것은 “친구하나 없는 타지에서의 무료한 일상을 달래기 위해서”라고 한다.
“간이식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지 못한 몸으로 고성에 정착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더라고요. 그러다 정원에 나뒹구는 많은 돌이 눈에 들어왔고, 그때부터 심심풀이로 시간 날 때마다 그림을 그리다보니 어느새 많은 작품이 탄생했네요.”
처음에는 돌의 모양을 살려 단순하게 원이나 세모, 네모 등을 그리다가 차츰 어려운 작품을 시도했다. 화가들의 작품이나 동화책의 삽화 등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그려 넣었다. 지금은 동화책에 나오는 그림이나 추억의 만화 속 주인공 등 재미있고 즐거운 그림만 그린다.
“어느 날 건강이 좋지 않아 보이는 한 중년 여성이 정원을 지나다가 제가 그린 ‘영심이’를 보며 회상에 잠겼는지 한참을 서있다 웃음 띤 얼굴로 가시더라고요. 그 후로 몇 번을 오셨죠. 그 분 마음을 조금이나마 알기에 앞으로는 보는 이로 하여금 행복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그림을 그리기로 결심했죠.”
돌 외에 기와나 항아리에도 그림을 그린다. 최근에는 타일에 자작시를 적어 주택 벽면에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인들이 제가 그린 그림이 예쁘다며 가져가고, 자기 집에 있는 돌에 그림을 그려달라고 주문을 할 때면 기분이 좋아요. 앞으로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작업을 계속할 거예요.”
그는 올해 고성교육지원청의 마을선생님으로 등록해 초등학교를 찾아 아이들에게 돌 그림을 가르쳐주는 재능기부에도 나서고 있다. 이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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