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을 기억하고 올바른 역사인식을 세우기 위한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가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3월부터 시민, 여성, 문화예술, 상공인 등 각계각층의 대표와 실무자들이 함께 모여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위한 준비를 해왔습니다. 서로 다른 분야의 실무자들이 모였지만 역사의 상처와 평화 감수성을 위한 사업의 취지에 공감하며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위한 초석 다지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평화의 소녀상 건립이 평화를 향한 시민의식과 역사에 대한 통찰, 미래세대를 위한 일임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의문점을 가지신 분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평화의 소녀상이 무엇인지 모르는 분, 다른 지역에서 한다는 이유로 속초에도 할 필요가 있는지 물으시는 분도 있으셨습니다. 속초가 일본과의 크루즈 관광 연계성이 있는데 혹여나 지역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음을 말하기도 하셨습니다. 그런 걱정까지 함께 극복할 때 평화의 소녀상은 속초의 또 다른 정신이 되는 것이겠지요. 그래서 이 지면을 통해 속초의 평화상 건립 이유와 필요성, 시민 여러분의 자발적 동참을 구하고자 합니다.
먼저,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설명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1930년대부터 1945년 패망하기까지 아시아․태평양 침략전쟁에 어린 소녀들과 여성들을 강제로 전선으로 끌고 가 일본 군인들의 성노예로 인권을 유린하였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도 어린 소녀와 여성들은 전쟁터에 그냥 버려지거나 수치심으로 고향에 돌아가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고 합니다. 고향에 돌아와도 여성으로서 차마 말 못할 수치심의 멍에는 삶의 상처가 되었겠지요. 범죄 은폐와 왜곡 등으로 피해를 해결 받지 못하고, 50년 이상 침묵을 강요당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는 점이 마음 아픈 일입니다.
1991년 8월 14일 위안부 피해자인 김학순 할머니가 기자회견을 통해 최초로 피해를 공개 증언한 이후 암암리에 숨겨져 왔던 일본의 만행이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이날을 시작으로 일본의 범죄를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범죄 인정과 공식사죄, 법적 배상 등을 요구하였고, 아시아를 넘어 국제사회로 확대되어 갔습니다. UN과 ILO 등 국제인권기구는 일본군 ‘위안부’문제를 전쟁범죄로 규정하고 일본정부에게 피해자에 대한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 등을 권고 했습니다. 또한 2012년 12월 ‘제11차 일본군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 14일을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하고 관련 행사를 매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피해자와 국제사회의 요구를 거부한 채 민간모금을 통한 ‘위로금’으로 일본정부가 주도한 국가범죄이자 전쟁범죄에 대한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고 합니다. 특히 지난 2015년 12월 28일 체결한 한국과 일본정부의 합의는 위안부 피해자인 할머니들의 입장이 배제된 졸속 협상으로 피해자들과 국민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여 일본의 위안부 강제동원에 대한 사죄와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등 진정한 의미의 과거청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합니다. 평화의 소녀상 건립은 2011년 처음 시작한 이후 현재 국내에 80여개 넘게 건립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 소녀상을 속초에 굳이 건립해야 하는 걸까요. 국제적인 관광지 속초로 발돋움하고 있는 현실에서 말입니다. 우리 속초는 한국전쟁의 피해자라고 할 수 있는 실향민이 많이 사는 곳입니다. 전쟁은 모든 사람에게 고통이지만 사회적 약자인 어린이와 노인, 여성에게 더욱 가혹합니다. 평화의 소녀상은 전쟁의 무자비함과 여성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에게 가하는 폭력에 반대하고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를 염원하는 속초시민의 평화의지가 표현된 상징물이 될 것입니다. 특히, 아직까지 일본군 위안부의 존재와 그 피해자의 아픔을 모르는 시민들에게 반인도적 범죄의 문제점을 전달하고 자라나는 미래세대에게 과거를 기억하며 평화를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교과서의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속초는 작지만 큰 도시입니다. 매년 1,0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아오고 국제적인 관광지로 도약하고 있습니다. 올바른 역사인식과 평화에 대한 시민의 염원은 도시의 자부심이 될 것입니다.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붑니다. 우리가 삼복 더위에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가을이 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사의 상처는 시간이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새살이 돋기까지 아직 돌아보고 기억하며 해결해야할 일들이 많습니다. 일본대사관 앞은 물론 전국 80여 곳과 미국 땅에도 세워져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역사의 상처가 평화의 새살로 돋아나기 위한 우리의 약속입니다. 그 약속을 속초 시민여러분과 함께 만들고 싶습니다. 세계인권의 날인 오는 12월 10일 속초에 세워질 평화의 소녀상은 평화를 갈구하는 시민의 하나된 마음을 역사 속에 새기는 일입니다.
속초 시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강석태
속초 평화의 소녀상 건립
시민추진위원회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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