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강원진로교육원(원장 장주열)은 ‘Ecotopia, 내 고장 사랑’이라는 주제로 ‘내 고장 자연 탐방’을 개최했다. 2년 연속 개최된 이 프로그램은 속초, 고성 관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울산바위를 비롯해 영랑호 범바위, 천학정 코끼리 바위, 백도와 삼포 해변의 소금 먹은 돌, 화강암 샌드위치, 거진 응봉에서 바라보는 화진포와 동해바다 등 평소 쉽게 지나쳤던 지역의 지질 환경을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 가족이 석회암 전문연구자들인데 강원 남부가 석회암 지형이어서 강원도에 대한 애착이 남달라요. 아버님이 60년대 삼척의 자연지리를 연구해서 논문을 쓰셨고, 형님이 영월과 평창을, 제가 영월과 단양을 연구하면서 늘 다녔던 곳이죠. 지금 사는 속초는 미래 우리나라 최고의 ‘Eco-topia’로 손색이 없는 곳이에요. 공기며 경치, 사람들이 너무 좋아요”
‘Eco-topia’는 Ecology와 Utopia의 합성어로 생태계와 환경이 최고의 가치가 되는 ‘생태이상향’을 의미한다. ‘내고장 자연 탐방’ 초빙 강사 서원명(56) 설악고등학교 지리교사에게 왜 강원도로 올 결심을 하게 됐는지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서 교사는 강원진로교육원에 등록된 휴먼북으로, 자연지리를 연구하기 위해 시·도 간 교원인적교류제도인 도간 내신을 신청해 설악고로 오게 된 지리학계의 유명 인사다.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지리교육학과를 나오고, 최근에는 프랑스 지리학자가 쓴 <world geography>를 지리교육연구회 지평(地平)의 일원으로 참가, 번역해 대학교재 <세계지리>를 발간했다. 베스트셀러인 <지리학 삼부자의 중국지리답사기>, <지리교사들, 남미를 가다> 등의 책을 공동저술했을 뿐만 아니라 7차 교육과정 교과서 <한국지리>와 <한국지리 지도서>, <지리부도>(삼화출판사), <사회과부도>, 일반참고서, 워크북, 논술교과서, 수능완성 EBS교재, 교사를 위한 지침서 등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은 책을 펴낸 저자이기도 하다. <한국지형학회지>, <지리교육학회지>에 다수의 글을 게재했고 현재 고등학생들이 사용하고 있는 세계지리 교과서의 교육과정 개발에도 참여했다. 특히 수원 천천고등학교 지리교사로 재직 시 출판한 지리 전공자의 필독서 <지리학 삼부자의 중국지리답사기>(2004, 푸른길)는 1988년 7월부터 2002년 1월까지 무려 14년 동안 총 여행 일수 7개월여에 걸쳐 아버지, 형과 함께 중국 구석구석을 뒤지며 여행한 대장정의 기록이다. 배낭을 지고 다닌 거리만도 무려 7만5천여km다. 하지만 이젠 여행보다 어디든 직접 가서 살아 보고 싶다고 한다.
지관이었던 고조할아버지가 ‘농짝’ 3개 분량의 각종 지리서와 자침, 천구의 등을 남겨놓아 아버지 서무송(90) 씨를 저명한 지리학자로 만들었다. 기술을 대물림하듯 학문도 대물림해야 한다고 생각한 아버지 서무송 씨는 아들 인명 씨와 원명 씨를 나라 구석구석 데리고 다니며 자연스럽게 지리학에 입문케 하더니 결국 두 며느리까지 지리학전공자로 들였다. 서원명 씨의 아들 역시 지리교육학과를 나왔다. 휴대폰에 ppt로 저장된 가계도에서 지리학 전공자들은 테두리에 빨간 선이 둘려 있었다. 서원명 씨는 휴대폰에 ‘나의 꿈은 지리선생님’이라는, 자신의 삶을 요약한 ppt를 만들어 저장하고 있었다. 유치원 졸업사진, 장래희망란에 지리선생님이라고 적힌 생활기록부,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이런 생의 기록물들은 미러링으로 빔프로젝트 화면에 쏘면 좋은 수업자료가 된다고 한다. 그걸 보여주며 초·중·고 장래희망이 모두 지리선생님이어서 자신은 꿈을 이룬 사람이며, 크든 작든 꿈을 갖고 그 꿈을 실현해나가는 삶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학생들에게 소개하곤 한다고 그는 소박하게 웃었다.
위나정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서원명 설악고 지리교사
서원명(오른쪽 두 번째) 교사가 지난 11일 강원진로교육원의 ‘내고장 자연 탐방’ 참가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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