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3일 강원도의회에서 예산이 최종 통과되면서 내년부터 전국 최초로 고등학교까지 친환경 급식이 실시된다. 강원도에서는 도민들과 시민사회의 요구에 부흥하여 2012년 초등학교, 중학교 무상급식이 시작되었지만 그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당시 예산서의 의회 제출기한 당일까지 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강원도지사와 강원도 실국장 등 관계공무원, 그리고 강원도교육청 비서실장과 당시 정무특보를 맡고 있었던 필자가 예산서 인쇄까지 중단시켜 놓고 협상을 벌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무상급식, 친환경 무상급식, 친환경 (학교)급식으로의 이름 변천사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었다. 이렇게 시작된 친환경 급식이 고등학교까지 전면실시를 놓고 또 한 번 긴 논란에 빠졌었다. 하지만 지속적인 도민들의 요구와 기관간의 노력으로 드디어 5자(도교육청, 도, 시군자치단체, 도의회, 시군의회)가 합의하고 강원도의회에서 예산이 통과되면서 전면실시에 이르렀다. 아직도 강원도 18개 시·군 중 2개의 자치단체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는 것에 대하여 다소 논란이 있지만 잘 마무리되리라 믿는다.
친환경 급식이 전면 실시되면 강원도의 유·초·중·고·특수학교에 다니는 18만5천여 명의 학생이 혜택을 받는다. 이를 위한 예산은 친환경 우수 식재료비 89억여원을 포함하여 1621억여원이 소요된다. 친환경 급식을 위한 총 예산 중 각 기관별 분담비율은 도교육청 70.1%, 도 14.9%, 시·군 15%이다.
절차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제 친환경 급식은 예산통과와 함께 일단락되었다. 하지만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이제 시작이다. 무상급식 운동을 시작했던 취지를 생각해보라. 그것은 단순히 아이들에게 공짜밥 한 끼 먹이는 게 아니었다. 아이들에게 더 좋고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한 급식을 제공하여 심신을 튼튼히 하는 것이었고, 거기에 쓰이는 좋은 식재료는 지역의 친환경 농·수·축산물로 공급하여 지역 농업을 살리자는 운동의 의미도 함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는 앞으로 친환경 급식이 잘 안착되게 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 번째는 급식에 친환경 농·수·축산물의 사용을 더 늘려야 한다. 급식에 친환경 식재료로 처음 공급된 것은 쌀이었다. 그다음은 양파와 감자 등 5개 품목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친환경 쌀, 농산물 22종과 축산물 4종, 고춧가루 등 가공품 3종 등 30개 품목으로 늘어났다. 앞으로 수산물과 가공품에서도 친환경 식재료를 계속 늘려가야 한다. Non-GMO 식품이 급식에 쓰일 수 있도록 예산도 늘려야 한다.
두 번째로 이러한 친환경 농·수·축산물과 가공품의 공급을 위해 생산구조 등을 점검하고 개선해야 한다. 각 지자체나 도에서는 급식에 사용되는 도내산 농·수·축산물이 현재 70%인 점을 감안하여 100%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도와 도교육청, 각 자치단체와 친환경 농·수·축산물 생산자가 공동협의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로 도교육청에서는 각 지역에서 친환경 우수 농·수·축산물과 가공품이 쓰일 수 있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여야 한다. 실제로 현재와 같이 개별학교 단위의 최저가 입찰방식으로는 질 좋은 친환경 식재료가 진입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이러한 제도개선이 쉽지 않다면 광역단위의 ‘학교급식 지원센터’ 설립을 통한 친환경 식재료의 수급도 검토해 봐야 한다.
넷째로 강원도 정치권은 친환경 급식을 국가적 무상교육의 일환으로 인식하고 급식예산의 전부 또는 일부의 국가지원을 요구해야 한다. 이미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무상교육 공약이 있었다. 친환경 급식도 무상교육에 포함시키도록 지속적인 요구를 해야 한다.
이외에도 여러 가지 과제가 있겠지만 우선 몇 가지 중요한 것부터 해결해 나간다면 친환경 급식운동을 했던 본래의 목적에 좀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이들이 건강해야 우리나라의 미래도 건강해진다. 또한 친환경 급식은 국민들의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 생산을 위한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모쪼록 친환경 급식이 아이들의 건강도 지키고 친환경 농·수·축산업도 활성화시키고 학부모들의 경제적 부담도 덜 수 있는 1석 3조의 정책사업으로 자리잡아 나가길 바란다.
김준섭
더불어민주당 강원도당 교육특별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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