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3일, 속초 청호동 설악대교 밑 아트 플랫폼 갯배 2층. 한쪽에서는 자수 물품들이 전시돼 있고 바다가 보이는 창가에서는 자수 작업에 몰두해 있는 여성들이 있었다. 네 명 정도가 열심히 자수 작업 중이었고 다른 한 사람이 이 과정을 지도하고 있었다.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와 고성여성회관이 12월 17일부터 22일까지 자수 교육과정 수강생들의 자수 작품을 전시했다. 전시장 한편에서는 이 과정을 담당한 박진선 작가의 주요 작품이 관람객들을 맞았다.
이번에 작품을 출품한 수강생들은 짧게는 반년, 길게는 1년 넘게 자수 수업을 받은 이들이다. 전시 작품은 손수건, 쿠션, 장바구니, 가방, 지갑, 주머니 등 품목이 다양했다. 기성 제품을 사서 그 위에 수만 놓은 것이 아니라 천을 재단해서 물품을 직접 만들고 그 위에 자수를 한 것이라고 한다.
수강생들의 작품이라 약간은 완성도가 떨어지리라는 편견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출품작 상당수에서 아마추어의 티가 나지 않았다. 관람객들의 반응도 좋았다. 한 관람객은 자수가 놓인 가방을 보면서 “판매를 한다면 꼭 가지고 싶다”고 말했다.
창가 탁자에서 수를 놓으며 도란도란 얘기 나누는 모습은 시골 사랑방 같은 느낌을 주었다. 수를 놓는 이들은 자수가 삶의 활력소이며 때로는 야외에서도 수를 놓는다면서 약간은 들뜬 미소를 띠었다. 이들의 행복한 모습은 전시회의 제목인 <그리고 … 수를 놓는다>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박진선 작가는 ‘그리고’와 ‘수를 놓는다’ 사이의 말줄임표에 함축적인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단순히 수만 놓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 나누면서 삶의 활력을 얻을 수 있기에 제목을 이와 같이 정했다.
박진선 작가는 원래 시각디자이너였다. 결혼을 하면서 일을 관뒀지만, 디자이너로서의 경험을 살려 바느질을 취미로 시작했고, 이후 규방공예를 연구하며 작품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평범한 직업인이 주부가 됐다가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박 작가를 따라 수강생 중에서 장차 새롭게 전문작가가 탄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진선 작가의 올해 신규 자수 수업은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와 고성여성회관에서 3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수업 문의 : 속초시 평생교육문화센터 033-639-2528, 고성여성회관 033-680-3663>
이광호 객원기자
박진선(오른쪽 두 번째) 작가와 수강생들이 지난 12월 23일 플랫폼 갯배에서 자수를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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