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보 시’라는 새로운 문학 장르를 개척해나가고 있는 경동대 이만식 교수. 그는 그만의 독특한 문학 여정 외에도 한편으로는 우리 전통의 차(茶) 문화를 전파하는 데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손님에게는 아주 당연한 듯이 자연스럽게 커피를 대접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이 교수는 연구실을 찾아온 이들에게 커피가 아닌 우리 차를 권한다. 함께 차를 마시면서 우리 차의 장점에 대해 한두 마디씩 하며 사람들이 차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차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이 교수는 차와 커피를 대립적으로 보진 않는다. 차만을 최고로 여기며 커피를 배척하거나 하진 않으며 드립커피도 곧잘 즐기고 있다. 하지만 이 교수는 차와 커피가 가진 문화적 무게감은 달리 보고 있다.
서구 문화에서는 커피가 피로를 쫓고 일상을 ‘리프레쉬’하는 정도의 것이라면 차는 전통의 격식과 관련이 있다. ‘다례(茶禮)’ 혹은 ‘다도(茶道)’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동양에서의 차 문화는 사람을 정성스럽게 대하는 일과 연결된다. 차례라는 말도 조상을 위해 차를 올리는 것에서 비롯되었듯이 우리에게 차는 예로부터 상대방을 극진히 배려하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차를 통해 우리는 서로 공대(恭待)하는 예법을 익힐 수 있습니다.”
이 교수의 위와 같은 말처럼 차 문화는 현대 사회에서도 교육의 매개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어린이에게는 다례 교육을 하며 예절을 가르칠 수 있다. 그리고 차 문화 교육은 우리의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차 문화는 복합적인 문화로 도자기, 국악, 전통 다과, 그림, 꽃꽂이 등 우리의 다양한 전통과 연결된다.
이 교수가 주도하여 설립한 경동대 예지헌은 2010년부터 차 문화를 보급하고 예절과 전통문화를 가르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비단 경동대 재학생뿐만 아니라 학자, 공직자, 외국인, 새터민, 다문화 가정, 유아 등 다양한 계층을 위한 교육을 하고 있다. 또한 예지헌은 꾸준히 다도교육지도사들을 배출해 오고 있고 이들이 중심이 된 ‘예지헌 다도회’ 역시 고성을 비롯한 우리 지역에서 차 문화를 보급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 교수의 차에 대한 애정에는 퇴계 이황 가계의 22세손으로서 느끼는 자부심과 의무감이 묻어 있다. 이 교수의 차에 대한 열정은 남달라서 차에 대한 외부 강의가 들어오면 무료로 강의하기도 한다. 예지헌에 있는 다구 20세트와 남녀 각 25벌씩 한복 50벌은 이 교수가 기증한 것이다. 문학이라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약주를 좋아하는 그이지만 차 문화 보급을 위해 술 한 잔 덜 먹는다는 생각으로 돈을 모아 기증했다고 한다.
이 교수는 어린이 차 문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어린이들의 경우 차를 싫어할 것 같지만 이 교수의 관찰에 따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이 어릴 때부터 차를 잘 접하지 못해 차 문화로부터 멀어졌을 뿐, 유아들이 직접 차를 먹어보면 차 맛을 좋아한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차를 즐기게 된다면 건강에도 유익하다. 차는 카테킨 같은 항암 성분 외에도 몸에 유익한 물질들을 함유하고 있다. 따라서 차를 즐기는 문화가 확산되면 당분이 많은 음료를 차로 대체할 수 있어 우리 사회 전체의 보건에도 긍정적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최근 들어 차 재배가 사양길에 접어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성에서도 상당수 차밭이 다른 작물로 대체됐고, 고성에서도 이제 농가 한 곳에서만 차를 재배 중이다. 이 교수는 이런 우리의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다음과 같은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차 한 잔을 나누면 귀한 손님이 되고, 두 번 나누면 좋은 친구, 세 번 나누면 가족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차는 몸에도 좋고 정신에도 좋기에 우리의 삶에 보편화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광호 객원기자 campin@hanmail.net
차 문화 전파를 위해 앞장서고 있는 경동대 이만식 교수.
경동대 예지헌에서 탈북민에게 전통 예절을 교육 중인 이만식 교수.
이만식 교수는 어린이들의 차 문화 교육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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