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악신문>에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실향민마을인 청호동 아바이마을에 실향민들의 문화와 역사를 보관할 실향민역사관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반가운 기사를 보았다. 속초시와 행정안전부 산하 이북5도위원회, 그리고 국회가 협력하여 추진하는 사업으로 실향민들의 피난과정, 정착과정, 가족관계 등의 기록을 보존해 실향민 문화 복원 및 전쟁 재발 방지, 평화통일에 대한 국민적 의지 고취를 위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이와 연계하여 기존에 실시되었던 실향민문화축제의 국비 보조를 건의했다고 한다.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반드시 우리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사업이다.
또한 지난해 속초지역을 찾은 전체 관광객은 1,750 여 만 명으로 5년간 계속해서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 같이 연평균 6%의 증가세를 유지하면 오는 2020년에는 ‘관광객 2,000만명 시대’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며 이에 대비해 각종 관광기반시설 확충과 서비스 개선에 주력하기로 했다. 또 관광과에 가칭 ‘관광객 2,000만 시대 준비상황추진단’을 신설하고, ‘1부서 1관광시책’을 적극 펼치기로 했다는 기사도 함께 보았다.
이 두 개의 기사를 보며 상당한 기대감과 함께 우려되는 바도 적지 않다. 그것은 앞으로 추진되는 이런 사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얼마나 염두에 두고 추진될 것이며, 또 다른 하나는 속초의 이미지를 어떻게 브랜드화 할 것인지를 충분히 고려하면서 실시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이다. 단지 청호동에 역사관 하나를 세우는 데 급급하고, 보여주기 실적위주의 관광정책을 실시한다면, 우리지역은 ‘바닷바람 쐬러 왔다가 그냥 물회 한 그릇 먹고, 손에 닭강정 상자나 빵 봉투 하나 들고 가는’ 관광객 2000만 명의 숫자에 만족해야 할 것이다. ‘2000만 명이 왔다 가면 뭐 하는가? 돈은 몇 사람 호주머니로 다 들어가고, 우리는 차 밀리지, 주차 어려워 시장가기 겁나지, 왔다 간 그들 쓰레기 처리하느라 세금이나 축나지, 콘도나 호텔 때문에 제한급수나 걱정하지, 2000만 명! 그래서 뭐?’ 라고 궁시렁거리는 시민들의 투덜거림을 허투루 들어서는 안 된다. 작은 산골 마을 ‘화천 산천어 축제’가 왜 그토록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는지를 우리는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개인적인 소견으로 필자는 그 성공의 이유 중 하나가 지역주민 모두가 동참할 수 있도록 만든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이며, 또 다른 하나는 브랜드화에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이번 ‘실향민역사관’ 건립을 계기로 우리 지역도 관광브랜드를 재정립해야 한다. ‘동해바다와 설악산! 천혜의 관광 1번지’로는 차별화가 안 된다. 속초의 뿌리는 청호동이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란 이름은 실향의 대명사이다. 그래서 속초관광의 브랜드 중심은 청호동 아바이마을이 되어야 한다. 관광도, 피서도, 체험도, 축제도 일관되게 실향의 살아있는 역사 속초 청호동 아바이마을의 이미지와 연계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브랜드에서 파생되는 열매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가야 한다.
‘오늘 속초에 갔다. 청호동 아바이마을이란 곳에 가서 실향민역사관에 들렀다. 6.25한국전쟁이 일어났을 때 피난하는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보았다. 주먹밥 만들기 체험도 했다. 지금은 잘 나지도 않는 명태낚시 찍는 모습과 오징어 낚시도 보았다. 보기 힘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참 신기했다. 옆에 있는 실향민 마을로 갔다. 60년 전 바닷가에 살던 납작한 집들의 모습이 신기했다. 그 집안에서 엄마랑 오징어젓갈을 만드는 체험을 했다. 점심으로 아바이순대국을 먹고 갯배를 타고 재래시장으로 건너갔다. 줄을 당기면 움직이는 배가 신기했다. 줄을 서서 닭강정도 사고, 호떡도 먹었다. 그리고 ‘청초호둘레길’을 따라 호숫가를 걷기 시작했다. 옛날 조선소에서 배 만드는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미리 신청해 두었던 도자기 만들기 체험을 하고나니 오늘 일정이 다 끝났다. 콘도에서 자고 내일은 엑스포 공원에서 공연을 보고 유람선 타기를 한다. 내일이 기다려진다.’ 내 머릿속에 그려진 어느 초등학생의 일기다.
이런 청호동이 보고 싶다.
김종헌
시인·설악문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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