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시와 고성·양양군이 상생협력의 큰 발걸음을 내딛었다. 이들 시·군은 지난 8일 간담회를 열어 겨울가뭄 장기화로 제한급수를 시행하는 등 물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속초시에 고성과 양양지역 저수지의 농업용수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속초시는 두 지역 농산물의 우선 구매로 보답하기로 했다. 간담회에는 이양수 국회의원과 한국농어촌공사 강원본부장, 도 수질보전과장도 참석해 이번 합의의 무게감을 더했다. 갈수기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물을 지원하고 영농에 피해가 발생할 경우 속초시가 책임을 진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고성·양양 수자원의 속초시 지원이라는 묵은 숙제를 풀 수 있는 물꼬를 트고 3개 시·군 상생협력의 가시적 결과물을 내왔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3개 시·군의 이번 합의는 별안간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동안 우직하게 다져온 유대와 협력 관계가 가져다 준 성과이다. 특히, 인제를 포함한 4개 시·군 번영회는 회장협의회를 꾸려 교류하며 상생발전과 동반성장의 기반을 닦는데 큰 몫을 했다. 정례모임을 열어 우의를 증진하고 동서고속화철도 조기 개통과 오색케이블카 설치, 금강산관광 중단 피해대책 마련, 세계산림엑스포 유치 등 각 시·군의 당면 현안사업 해결에 한 목소리를 내며 민간에서부터 서로를 막아섰던 벽을 조금씩 허물어왔다. 여기에 시장·군수와 의회 의장들도 참여하는 합동간담회도 열면서 4개 시·군 화합과 연대의 기틀이 더욱 단단해졌고, 그것이 ‘속초시 물 지원’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본다.
이번 합의가 하루 빨리 실행에 옮겨져 속초시의 식수난을 덜고 주민들이 설악권 상생협력의 성과를 실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주민들 사이에서도 설악권 공조의 필요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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