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9일 개막된 평창동계올림픽이 26일까지 17일간 열렸다. 세계 92개국에서 2,925명의 선수가 참가한 이번 올림픽은 동계올림픽사상 가장 큰 규모로 치러졌다. 더욱이 평창올림픽대회는 북한이 참가하면서 평화올림픽의 위상을 세웠다. ‘행동하는 평화’라는 개막식주제가 보여주듯 평화를 위한 대한민국의 의지가 잘 함축됐다. 북한은 선수단뿐 아니라 고위 대표단과 응원단, 예술단, 태권도 시범단 등 500여명의 대규모 인원을 파견했다. 고위급 대표단에는 북한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의장을 비롯해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포함돼 명실상부한 권력실세들이 방한했다. 김여정은 청와대를 방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오찬까지 함께했다는 점에서 올림픽 이후의 남북관계 진전의 귀추가 주목된다.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 관계 개선의 향배가 최대의 관심사이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에 이어 3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전 세계에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백두혈통의 김일성 일가로는 69년 만에 처음 남한 땅을 밟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밀하게 볼 때 이번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분위기는 성숙됐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유엔이나 미국의 제재대상으로 올려놓은 인물까지 평창올림픽에 오면서 정치적 효과를 얻었다. 또한 고위급 대표단들이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이를 두고 일부외신들까지 평창올림픽을 통해 남북해법무드가 확산됐다는 성급한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로 김여정 특사를 통해 김정은이 문재인 대통령 방북초청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따라서 평창올림픽을 통해 조성된 남북화해 모드를 어떻게 남북관계 진전으로 접목시키느냐가 핵심 과제이다.
물론 평창 남북화해 무드로 ‘한반도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구체적으로 특히 한국의 독자적 해결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신뢰를 구축하는 일이다. 현 상황에서 남북관계 신뢰 구축의 중요한 영역은 정치와 군사부분이다.
그리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남북 군사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인도적 남북 적십자회담 그리고 금강산관광 재개를 성사시키는 협상력을 강화해야 한다. 생산적 남북대화가 활성화되고 다양한 남북교류와 협력이 확대되면서 안정적 남북관계 진전이 가능해지는 단계로 발전될 수 있다고 본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정부는 평창올림픽을 통해 형성된 남북화해 무드를 살려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협상동력으로 이용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의 최종목표가 한반도 비핵화에 있다면 무엇보다 견고한 한·미 동맹의 협력이 필수조건이다.
북, 미간 대화를 성사시키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미국이 볼 때 평창 남북대화 무드는 북한 핵 도발에 대한 유엔과 미국의 강력한 압박과 제재에 따른 효과이다. 올림픽 성화가 꺼지면 해빙도 끝날 것이라는 측면에서 대북압박을 계속 강화해야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한국의 대북유화정책을 비현실적으로 보는 일면도 있는 만큼 대북정책에서 한·미 동맹관계에 균열이 있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결론이다. 6·25전쟁부터 70년간 대한민국의 자존과 안보를 지켜준 혈맹관계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평창올림픽의 화해무드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작은 통일의 효과로 연결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장세호
전 민주평통 강원도(속초시)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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